모래바람 뚫고 트럭 행렬 … 사우디 사막 뒤흔드는 발파음
광활한 '네옴 특구' 진입 위해
시내서 차로만 1시간 달려
삼성물산·현대건설 컨소시엄
12.5㎞ 길이 터널 공사 착수
"3000명 2교대로 쉼없이 작업"
원희룡 "사우디 진출 근로자
주택 특별공급 혜택 검토"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약 1000㎞ 떨어진 타북주. 중국과 이집트를 잇는 실크로드의 한 갈래였던 이곳에서는 한때 비단을 짊어진 상인들 발걸음이 끝없이 이어졌다. 하지만 문명의 발달로 새로운 무역 항로가 개척되면서 상인들은 더 이상 실크로드를 찾지 않게 됐다. 이 지역도 자연스럽게 옛 영광을 잃어갔다. 현재 타북은 사우디아라비아 내에서도 개발되지 않은 낙후한 땅으로 남겨져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 찾아간 이 척박한 땅에서는 옛 번영을 되찾기 위한 메가 프로젝트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바로 사우디의 미래형 도시 건설 프로젝트 '네옴시티'다. 네옴시티는 사우디 북서부 타북주 약 2만6500㎢ 용지에 미래형 산업·주거·관광특구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사업비 규모만 총 5000억달러(약 700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사우디의 이 같은 시도는 '산유국의 돈 자랑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이곳 현장 관계자들 말이다. 주변국들과의 패권 경쟁, 국제 정세 급변, 탄소중립에 따른 산유국 위상 저하 등을 이겨내기 위해 고민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네옴 특구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타북 시내에서도 1시간가량 차를 타고 달려야 했다. 광활한 사막과 협곡, 산맥이 눈앞에 끝없이 펼쳐졌다. 저벅저벅 사막을 횡단하는 낙타 무리가 이곳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생명의 흔적이었다. 하지만 사막 한가운데 펼쳐진 4차선 고속도로 위로 덤프트럭과 레미콘 차량이 끊임없이 드나드는 모습을 보니 신도시가 지어지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과거 이 지역을 개척한 주인공이 낙타와 말을 탄 상인들이었다면, 지금은 기술력으로 무장한 글로벌 기업들이다. 국내 건설업체 중 삼성물산과 현대건설도 이 척박한 땅에 새로운 문명을 건설할 주인공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네옴시티 핵심 사업 '더 라인'의 뼈대를 이룰 터널 공사를 우리 기업이 수주한 것이다.
더 라인은 홍해 연안에서 타북주까지 길이만 170㎞에 달하는 직선형 도시를 만드는 프로젝트다. 잠실 롯데월드 타워만 한 높이(500m)에 폭 200m 건축물이 사막 한가운데 길게 늘어선 형태의 도시다. 일반적인 도시가 광활한 용지에 공원, 빌딩, 아파트, 오피스 등이 넓게 퍼진 형태라면 더 라인은 길게 뻗은 3차원 건축물에 이를 압축해놓은 셈이다. 사우디는 사람이 살지 않는 사막 한가운데 이 미래형 도시를 만들어 2030년까지 100만명이 거주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도시가 최종적으로 완성되면 인구는 최대 9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더 라인 거주민들이 도시 내에서 수평 이동하기 위해서는 지하에 만들어진 고속철도를 이용해야 한다. 시속 250~300㎞로 달리는 기차를 통해 도시 끝에서 끝까지 약 20분 만에 이동할 수 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수주한 프로젝트는 이 철도가 지나다닐 터널을 네옴 산맥에 뚫는 작업이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원 팀'으로 사실상 더 라인의 첫 메가 프로젝트를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지난 8일엔 터널 공사의 시작을 알리는 발파식이 진행됐다. 이 발파식을 시작으로 3년1개월 내에 네옴 산악 지형에 12.5㎞ 길이로 터널을 내야 한다. 사우디는 네옴시티 건설에 국가적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기업들에 공사에 속도를 낼 것을 주문하고 있다. 수많은 공사 경험과 기술력을 보유한 우리나라 기업들에도 이 같은 공기는 상당히 빡빡한 일정으로 받아들여진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동시다발적으로 최대한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겨우 공기를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인력 3000명이 주야 2교대로 24시간 작업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현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우디에 와서 일하는 근로자들에겐) 주택 특별공급 혜택도 주고, 자녀가 입학할 때는 특례 선발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타북(사우디라아비아)/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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