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경기악화 신호인가···수출 이어 전력사용량 20개월만에 줄었다
"전기요금 인상 여파" 요인 꼽지만
산업 수요 비탄력적···큰영향 없어
"전력사용 감소는 GDP 하락 징후"
국내 산업전반 '생산위축'에 무게
10월 수출도 전년比 5.7% 떨어져
'침체국면 진입' 비관론에 힘 실려
지난달 전력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 기준 전력거래량이 1년 전보다 줄어든 것은 코로나19로 산업 활동이 위축된 2021년 2월 이후 20개월 만이다. 전력거래량은 전력사용량과 사실상 같은 개념으로 세계적인 에너지 대란 속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0%가 넘는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통상 공장 가동률 저하 등 경기 침체 징후라는 점에서 우려가 적지 않다. 특히 10월 수출이 2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만큼 우리 경제가 본격적인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는 비관론에 힘이 실리는 양상이다.
10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전력거래량은 4만 2097GWh로 전년 동기(4만 2780GWh) 대비 1.59% 줄었다. 올 10월과 지난해 10월의 영업 일수가 같다는 점에서 하루 평균 전력 수요가 감소한 셈이다. 지난달 전력거래량은 2018년(4만 2117GWh)보다도 낮다.
전력거래량이 줄어든 원인으로는 지난달 전기요금 인상이 꼽힌다. 한국전력은 지난달부터 가정용 전기요금은 1kWh당 7원 40전을, 산업용 요금은 1kWh당 최대 16원 60전을 각각 인상했다. 이에 따라 매달 350kWh의 전력을 사용하는 4인 가구의 경우 지난해 10월에는 전기료로 4만 4470원을 납부하면 됐지만 올해 10월에는 5만 2150원을 내야 한다. 1년 새 요금이 20%가량 인상된 셈이다.
하지만 인상 폭이 크지 않았던 만큼 전기료 인상에 따른 전력 수요 감소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지난해 기준 전력 소비 통계를 살펴보면 가정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불과한 반면 상점 등이 사용하는 일반용(22%)과 산업용(55%)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산업용과 일반용 전력 수요는 일반적으로 가정용 전력 대비 ‘비탄력적’이다. 에너지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각 가정의 경우 전기료가 높아지면 전력 소비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기업이나 일반 상점 등은 전기료 부담 때문에 공장 가동률을 낮추거나 가게 영업시간을 줄이기 쉽지 않다”며 “무엇보다 국내 전기요금은 여전히 원가 대비 크게 낮다는 점에서 올 들어 단행된 세 차례 요금 인상이 전력사용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전력거래액은 7조 4812억 원으로 전년 동기(3조 8613억 원) 대비 94%가량 뛰었지만 같은 기간 전기요금은 20%가량 오르는 데 그쳤다. 전기요금 인상이 전력 수요 감소에 미치는 영향은 올해 연료비 인상분이 요금에 모두 반영되는 시점 이후에나 정확한 분석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우리 경제가 경기 침체에 진입하면서 에너지 소비가 줄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10년간의 국내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 증가하면 전력사용량은 0.42% 늘어난다. 전력사용량 감소가 GDP 하락의 징후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 전력거래량은 미중 무역 분쟁으로 국내 경기가 안 좋았던 2019년 1.1% 줄었으며 코로나19로 산업 활동이 크게 위축됐던 2020년에는 2.2% 감소하기도 했다.
현재 국내 산업 활동 위축 징후는 여러 곳에서 포착된다. 통계청의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올 9월 전산업생산지수는 0.6% 감소해 7월(-0.2%), 8월(-0.1%)에 이어 석 달 연속 감소세가 지속됐다. 10월 전산업생산지수도 마이너스 기록이 유력하다. 지난달 수출 증가율도 전년 동기 대비 -5.7%를 기록했다. 수출이 2년 만에 역성장한 것이다. 수출 증감률과 전력거래량 간의 상관관계는 이전 사례에서도 쉽게 엿볼 수 있다. 수출 증감률이 -15%를 기록했던 2019년 10월의 경우 전력거래량은 전년 동기(4만 2117GWh) 대비 줄어든 4만 1571GWh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전력거래량 감소가 지속될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달 전기요금이 인상된 만큼 10월 한 달의 전력거래량 감소가 경기 침체 때문인지, 요금 인상에 따른 수용자들의 반응 때문인지를 판단하기는 아직 이른 측면이 있다”면서도 “11월에도 전력거래량이 1년 전보다 감소한다면 경기가 하강 국면에 진입했다는 판단이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진단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기가 (전력거래량 감소에) 가장 큰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본다”며 “글로벌 경기 침체에 수출 의존적인 우리 경제가 타격을 받고 있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세종=양철민 기자 chopi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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