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팁] 이유없이 배 아프고 설사 잦은 아이···'크론병' 의심해봐야
유당 불내증·장염과 증상 비슷
전체 환자 중 20세 미만이 11%
진단 놓치면 성장기 나쁜 영향
약물·경장 영양치료 병행해야
영유아가 특별한 원인 없이 복통을 호소하거나 설사를 하면 유당 불내증을 의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같은 증상이 반복된다면 소아 크론병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크론병은 입에서부터 항문에 이르기까지 소화기관 전체에 걸쳐 어느 부위에서나 생길 수 있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0년 한해 동안 크론병으로 진료 받은 20세 미만 환자는 2721명으로 전체 진료인원의 10.6%를 차지했다. 2016년과 비교하면 4년새 환자수가 7.3% 증가한 것이다.
아직까지 크론병의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적, 환경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한다고 알려졌을 뿐이다. 아주 어린 나이에 발병한 경우,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가 원인일 가능성도 있다. 장내 환경 변화로 염증을 유발하는 물질을 많이 생산하는 미생물이 증가하면서 면역이 과활성화되고 반복적, 만성적으로 장에 염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장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면역세포가 미생물, 세균에 대해 과도한 면역반응을 보일 때 염증성 장 질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소아 크론병 환자는 보호자가 질병의 정확한 증상을 숙지하고 있어야 빠른 진료로 이어질 수 있다. 크론병 환자들에게 나타나는 대표적 증상은 잦은 복통, 설사 등으로 유당 불내증, 과민성 대장증후군, 장염 등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다른 병으로 오인할 만큼 증상이 흔하다 보니 자칫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다. 그 밖에 항문 주위의 염증, 치루 등을 동반하거나 성장부전, 관절통, 피부 병변 등의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소아 환자에서 더욱 빠른 진료가 필요한 이유는 크론병이 성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크론병이 발생하면 식욕저하가 일어나는 동시에 장에서 영양흡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성인과 소아 크론병 환자의 치료 목표가 달라지는 배경이기도 하다. 성인 환자는 정상적인 일상 생활을 영위하도록 돕는 것이 치료목표라면, 소아 환자는 또래와 비슷한 수준의 성장을 이끄는 것이 더해진다. 어린 나이에 크론병이 발병할수록 유병기간이 길어지면서 합병증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문제도 따른다. 크론병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혈액검사, 대변염증검사, CT(컴퓨터단층촬영)·MRI(자가공명영상) 등의 영상검사, 위대장내시경검사, 조직검사 등을 종합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다양한 검사를 거쳐 정확하게 진단한 다음에는 항염증제, 면역조절제, 스테로이드제와 같은 약물치료가 시행된다. 단, 소아 환자에게 스테로이드를 투약할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 장기적인 스테로이드의 투약은 성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을 뿐 아니라, 여러 합병증 유병률이 높아질 수 있다. 최근에는 국소치료제와 더불에 전신에 작용하는 주사제가 널리 이용되는 추세다. 이러한 생물학적 제제는 체내에서 염증을 유발하는 물질의 작용을 막아 염증을 줄여주고 장 점막 치유 효과를 보인다. 2012년부터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되면서 사용량이 늘었다.
소아 크론병에서는 약물치료 못지 않게 경장 영양치료가 중요하다. 경장 영양치료는 성인과 구분되는 소아 크론병의 치료 방법이다. 특수 영양식을 섭취하면서 관해를 유도하는 치료법을 의미한다. 소화와 영양흡수가 쉬운 특수 영양식을 섭취하게 함으로써 위장관에 휴식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항원으로 작용할 수 있는 음식물로부터 장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 염증 매개 세포를 감소시키는 동시에 점막을 강화하고, 염증에 대항하는 물질을 분비하는 장내미생물을 촉진함으로써 염증 조절이 가능하다. 또한 크론병 환자에서 많이 나타나는 영양 불량 상태를 교정할 수 있다. 과거에는 쓴 맛과 특유의 약 냄새 때문에 특수 영양식을 꺼려하는 소아 환자들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맛과 향이 개선되어 거부감이 한결 줄었다. 정부 지원도 받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모자보건사업의 하나로 만 19세 미만 성장기 크론병 환아에게 특수조제분유 등 영양식의 필요량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해 준다. 첫 8주간은 영양식의 100%를 지원받을 수 있다. 지역 보건소에 진단서, 지원신청서 등 구비서류를 제출하면 된다. 8주 후에는 의사 진료확인서가 있으면 하루에 한 포씩 지원받을 수 있다.
크론병은 만성인 동시에 난치성 질환이다. 의심 증상이 나타났을 때 신속하게 진단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이어간다면 합병증에 대한 걱정 없이 정상적인 성장은 물론 일반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부모와 주변의 적극적인 도움이 있어야만 아이가 크론병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 두도록 하자. / 박소원 세브란스병원 소아소화기영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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