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물류 네트워크 구축···'흑자로켓' 동력 됐다
수조원대 공격적 물류 투자 단행
신선식품 재고 손실 50% 줄이며
로켓배송 등 커머스 매출 28% ↑
신사업 부문은 10%대 성장 '주춤'
쿠팡이 2014년 로켓배송 도입 이래 첫 흑자, 그것도 1000억 원 대 수준의 이익을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핵심 경쟁력인 물류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자리한다. 로켓배송이라는 혁신적인 물류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쿠팡은 수년간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자했고,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쿠팡 사업 모델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져 갔다. 하지만 6조 원에 이르는 ‘계획된’ 누적 적자 끝에 쿠팡은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결국 ‘쿠팡식 물류 모델’의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은 9일(현지시간) 실적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지난 7년간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기술, 풀필먼트 인프라, 라스트마일(최종 배송 단계) 물류를 통합한 네트워크를 구축했고, 그 결과 상품 서비스와 가격 사이에 존재하는 선택의 문제를 깰 수 있었다”고 밝혔다. 물류에 투자한 덕분에 높은 품질의 배송 서비스와 합리적인 상품 가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다는 의미다. 이어 그는 “어떻게 하면 고객 경험을 풍부하게 하고, 가격을 낮출지 고민하면서 ‘플라이 휠’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플라이휠은 물류 혁신과 공급망 최적화를 통해 성장의 선순환을 이뤄낸다는 의미로, 이를 성공적으로 이끈 선례로는 글로벌 최대 커머스 기업 ‘아마존’이 있다. 아마존은 1994년 창업 후 미국 전역에 직매입 및 직배송을 위한 대형 물류센터와 자동화 시설을 대거 구축했고, 이를 통해 빠른 배송의 혁신적 모델을 이뤄냈다. 이후 8년 만인 2002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쿠팡 역시 로켓배송을 시작한 지 8년 만에 첫 영업이익을 냈다는 점에 아마존과 비슷한 행보를 걷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3분기를 기점으로 플라이휠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면서 쿠팡은 로켓배송·프레시·마켓플레이스 등 제품 커머스 부문에서 원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약 28% 증가한 49억 4717달러(약 6조6316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쿠팡 전체 매출 51억133만4000달러(한화 약 6조8383억 원)에서 차지하는 비중만 약 97%에 달할 정도로 핵심 사업 부문이다. 조정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기준으로는 올해 1분기 287만 달러(약 36억 원)의 흑자를 낸 데 이어 2분기 6617만 달러(약 835억 원), 3분기 1억 9500만 달러(약 2613억 원)의 이익을 냈다.
특히 신선식품 배송 부문에서 눈에 띄는 수익 개선이 이뤄졌다고 쿠팡 측은 강조했다. 김 의장은 “여러 지역에 신선식품 유통을 확대하면 재고 손실이 늘어나게 마련인데 쿠팡은 ‘머신 러닝’ 기술 기반의 수요 예측으로 신선식품 재고 손실을 지난해와 비교해 50% 줄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물류 전 과정을 통합하면서 별도로 (신선식품 배송을 위한) 콜드체인 배송 네트워크를 구축할 필요가 없어졌다”며 “배송의 85% 이상을 박스 포장 없이 배송하는 방법으로 포장 폐기물을 줄이고 배송 차량의 운행 횟수도 줄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입점 판매자들의 상품을 쿠팡 풀필먼트를 활용해 배송해주는 제트배송(로켓그로스)도 쿠팡의 이 같은 성장을 견인했다. 올해 3분기 쿠팡 입점 소상공인은 지난해보다 25% 증가한 20만여 명에 육박하며, 이들의 매출 증가율은 140%에 달한다. 김 의장은 “입점 판매자의 70% 이상이 연 매출 250만 달러가 되지 않는 중소상공인”이라며 “쿠팡이 해당 판매자들의 성장 기반이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밖에 유료 회원제 서비스인 ‘와우 멤버십’ 가격 인상에 대한 효과가 3분기에 본격적으로 반영된 것도 제품 커머스 부문의 매출 증대를 이끈 것으로 해석된다. 쿠팡은 지난해 12월 신규 회원을 대상으로 와우 멤버십 월 구독료를 2900원에서 4990원으로 인상했고, 이를 올해 6월 기존 회원에게도 적용했다.
다만 쿠팡플레이·쿠팡이츠·해외사업·핀테크 등 신사업 부문에서는 아쉬운 성적표를 이어갔다. 신사업 부문의 3분기 매출은 1억 5416만 달러(약 2066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원화 기준 약 10% 성장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1억8063만 달러(약 2302억 원), 2분기 1억6029만 달러(약 2091억 원)와 비교해 줄었다. 조정 EBITDA 기준 손실 규모 역시 4430만 달러(약 593억 원)로, 직전 분기 3166만 달러 대비 40%가량 커졌다. 다만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서는 50% 줄었다. 김 의장은 “신사업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고객 혁신을 펼쳐나갈 잠재력이 있다”며 “소규모 투자에서 시작해 원칙에 입각한 장기 투자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백주원 기자 jwpaik@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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