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풀린 일본 여행길, 한국 문화유산 전시 손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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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일본에 가면 낯설고 독특한 우리 문화유산들을 숱하게 만날 수 있다.
지난달부터 무비자 입국이 재개되면서 한국 여행객들이 일본으로 몰려가는 가운데 고대부터 조선시대를 거쳐 일제강점기까지 일본으로 건너간 우리 문화유산들을 조명한 현지 기획전들이 도쿄와 오사카 등 현지에 풍성하게 차려졌다.
195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일본에 흘러들어 간 우리 문화유산들을 정열적으로 수집하며 일본 속의 조선문화 답사를 주도했던 재일동포 수집가 정조문의 자취도 새롭게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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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일본에 가면 낯설고 독특한 우리 문화유산들을 숱하게 만날 수 있다. 지난달부터 무비자 입국이 재개되면서 한국 여행객들이 일본으로 몰려가는 가운데 고대부터 조선시대를 거쳐 일제강점기까지 일본으로 건너간 우리 문화유산들을 조명한 현지 기획전들이 도쿄와 오사카 등 현지에 풍성하게 차려졌다.
먼저 발길이 닿는 곳은 8세기 고대 일본의 도읍지였던 오사카 동쪽 나라시다. 이곳에 있는 큰 고찰 도다이사(동대사)에 있는 고대 일본 왕실의 보물 창고 쇼소인(정창원)의 유물들을 추려 선보이는 나라국립박물관의 74회 쇼소인전(14일까지)이 열리고 있다. 쇼소인전은 신라의 가야금과 사발류·숟가락 등 고대 삼국시대 관련 유물들을 종종 내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에는 삼국시대 물건으로 명기된 유물은 내지 않았으나 고대 한반도에서 도래한 장인과 귀족들이 건립을 주도한 도다이사의 세계 최대 대불상이 752년 완성됐을 때의 의식인 개안식 때 바친 귀중품과 당시 악사, 가수들의 옷 등도 진열돼 당대 시대 속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되돌아간 느낌을 주고 있다.
특히 고대 한반도 삼국의 문화예술과 연관됐다고 확언할 수 있는 일부 명품들이 진열장에 나와 활발했던 교류 실상을 되돌아보게 한다. 고대 삼국의 사찰 왕실의 연희 문화와 연관되는 기괴한 용모의 장사와 남녀 얼굴상을 담은 기라쿠(기악) 가면 3종이 우선 눈에 들어온다. 일본 장인이 만들었다지만, 그 원형은 사실상 백제와 신라의 사찰 행사에서 공연됐던 탈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금은장도자’란 이름의 손칼의 전체 모양새는 익산 백제 미륵사터 서탑 안의 사리장엄구에서 나온 칼과 거의 빼닮아 당시 양국 왕실 귀족이 장식 문화를 공유했음을 일러준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유물이 대형 은제 항아리다. 말 위에서 고개를 돌리고 사냥감을 쏘는 ‘파르티안 샷’을 비롯한 사냥 장면이 전면에 정교하게 새겨져 있는데 고구려 무용총 벽화의 장면과 놀라울 만치 흡사하다. 자체 모양은 국립부여박물관 중앙홀에 놓인 백제시대의 돌 항아리인 ‘부여석조’와 빼닮아 역시 한반도 삼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공예 문화의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도쿄의 시부야 도심 거리 동쪽 고마바에 있는 일본 민예관에는 조선 민화와 민예품의 미학을 선구적으로 소개한 일본의 미학자 야나미 무네요시가 생전인 20세기 초반 수집한 도자기와 민화, 공예품들을 망라한 `야나기 무네요시와 조선의 공예’전(23일까지)을 열고 있다. 핵심 유물은 18세기의 백자 각병. 2층 안쪽 홀에 조선 중기 화가 이암의 강아지와 매 그림 아래 놓인 높이 12㎝에 불과한 이 작은 유물은 팔각형 모양에 풀꽃 무늬가 청화안료를 이용해 새겨져 있다. 조선 민예품의 미학을 널리 알린 미학자 야나마 무네요시가 스물다섯살이던 1914년 조선 미술에 심취한 지인 아사카와 노리다카로부터 선물 받은 것으로 그가 조선 도자에 매혹된 첫 계기가 된 작품이다.
195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일본에 흘러들어 간 우리 문화유산들을 정열적으로 수집하며 일본 속의 조선문화 답사를 주도했던 재일동포 수집가 정조문의 자취도 새롭게 만난다. 그가 1988년 세운 교토 고려미술관은 `조선시대의 백자와 수묵화’(12월11일까지) 기획전을 열어 소장한 백자 명품과 김명국, 심사정 등의 조선시대 중·후기 회화 명품을 소개하는 자리를 차렸다. 연담 김명국의 고사인물도, 현재 심사정의 설경도, 조선통신사의 마상재 공연도 같은 명작 그림들과 함께 내놓았다. 김정희와 친우 권돈인이 합작한 19세기 초 글씨 문인화와 시서화를 섭렵한 19세기 거장 신위의 묵죽화 사이에서 산수풍경을 담은 청화백자 항아리가 정갈하게 놓여 빛나는 모습 또한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이밖에 도쿄 아다치구의 세키도 미술관도 27일까지 청자 백자 소장품을 중심으로 ‘조선의 도자기’ 전을 차렸고, 옛적 조선통신사 방문의 길목이었던 도쿄 북쪽 교외 사이타마현의 가와고에시는 도심 거리에서 13일 오후 12시부터 통신사 가장행렬 퍼레이드 ‘토진소로이’를 3시간여 동안 펼칠 예정이다. 2005년부터 시작해 17년째 진행하고 있는 한일 교류사 축제다. 시가현립 도예의 숲 도예관도 12월18일까지 ‘정중동:드러나는 한국미의 정신’이란 제목으로 한국 도자기 기획전을 진행 중이다.
도쿄·오사카/글 ·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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