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밀도 수치 좋아졌다고 보험급여 제한···"전세계서 한국만 유일"
고관절 골절 1년사망률 최대 36%
예방하려면 지속적 약물치료 필수
골밀도수치 -2.5 초과땐 보험 제외
전문가들 "유례없는 이상한 기준"
#1년 전 골다공증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 중인 김순자씨(가명·64). 맞벌이 중인 딸의 집으로 매일 출퇴근해 손자를 돌보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남자 아이를 따라다니느라 힘에 부치기도 하지만, 가족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이 낙이기도 하다. 6개월만에 찾은 병원 추적검사에서 골밀도점수(T-스코어)가 -2.4로 이전보다 높아졌다는 소견을 들은 김씨. 꾸준히 약물치료를 받은 보람이 있다며 안심하려던 찰나 "골밀도 수치가 일부 향상되어 현재 사용 중인 약물의 보험 급여를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렵다"는 설명을 들었다. 이제 골밀도가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와 치료를 중단해도 되는 것인지 물었는데, "골밀도점수 -2.4도 정상 수치는 아니어서 치료를 지속해야 한다"는 답변에 당황했다. 여전히 뼈가 부러지기 쉬운 상태라 골절 예방을 위해 약물치료를 지속해야 하지만, 비보험으로 전환되어 치료비 전체를 본인이 부담 해야 한다는 것. 종전에는 6개월에 1번 주사를 맞을 때 내는 비용이 5만 원 정도였는데, 당장 이번 달부턴 17만 원 가까이 내야 해 3배 이상 비싸진 것이다. 김씨는 1년치 약값만 30~40만 원이 든다는 생각에 치료를 지속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졌다.
골다공증은 노화로 인한 퇴행성 변화로 골밀도가 낮아지고 뼈의 강도가 약해진 상태를 말한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결여와 관련이 깊어 폐경기를 겪은 65세 이상 여성은 대표적인 골다공증 고위험군으로 꼽힌다. 대한골대사학회는 60세 이상 고령자가 아니라도 △50세 이후 골절 경험 △체질량지수(BMI) 19kg/㎡ 미만 △40세 이후 키가 4cm 이상 감소 △류마티스관절염·당뇨병 등 골소실 관련 질환 △스테로이드·갑상선호르몬제 등 특정 약물 복용 이력 △흡연·음주 등의 위험요인이 있으면 골밀도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권고한다. 병원에서는 골다공증이 의심될 때 이중에너지 X선 흡수계측법(DXA)을 이용해 주요 골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척추와 고관절 부위의 골밀도를 측정한다. 같은 인종과 성별의 젊은 성인의 평균 골밀도와 비교해 표준편차로 나타낸 골밀도점수가 진단 기준이다. △골밀도점수가 -1.0 이상이면 정상 범위 △-2.5에서 -1.0 사이이면 골감소증(골다공증 전 단계) △-2.5 이하일 때 골다공증으로 진단된다. 김씨의 경우 골밀도점수가 아슬아슬하게 골감소증 경계 범위에 들어오면서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골다공증 환자는 경미한 낙상이나 기침 같이 사소한 충격만으로도 골절로 이어지기 쉽다. ‘침묵의 질환’으로 불릴 만큼 증상이 없다 보니 뼈가 부러진 뒤에야 스스로 골다공증 환자임을 인지하는 경우도 많은데, 대부분 고령에 심혈관계, 호흡기계 등 내과적 기저 질환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골절이 발생할 경우 치명적이다. 고관절 골절 후 1년 내 사망률은 약 10~36%로 보고된다. 특히 대퇴골이 골절되면 통증이 심해 대다수 환자들이 움직이지 않기 위해 같은 자세를 유지하려고 하면서 바닥과 닿는 부위의 피부가 오랜 시간 눌려 욕창, 감염과 같은 중증 합병증을 겪기도 한다. 일상생활 중 기동성이 크게 떨어지면서 타인의 돌봄에 의존하게 되다보니 의료비 부담이 가중될 뿐 아니라, 주변인의 돌봄 노동 부담이 증가하고, 노인 빈곤 심화 등 사회경제적 비용 부담이 커지는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 고관절 골절을 겪은 환자의 40%는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고, 60%는 1년 후 타인에 의존적인 생활을 하게 되거나 요양시설에서 생활하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의 경우 골다공증 골절로 인한 입원일수가 당뇨병, 심근경색, 유방암 등을 포함한 다른 여러 질병들을 넘어설 정도로 질병 부담이 크다.
의료계에서는 골다공증 골절을 예방하려면 지속적인 약물치료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기존에 쓰이던 골흡수억제제 '비스포스포네이트'의 경우 메스꺼움, 구토, 속쓰림 등 위장관계 불편감을 일으키고 장기간 투약할 경우 드물게 턱뼈 괴사를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어 약물치료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 하지만 최근 도입된 골다공증 신약들은 장기간 약물치료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근거를 축적해 그러한 우려를 덜었다. 2016년 발매된 '프롤리아(성분명 데노수맙)'는 임상연구에서 척추와 고관절 등 주요 부위 골절 위험을 40~68% 감소시키고 치료 기간동안 지속적으로 골밀도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들 약제의 보험급여 기준에 약물 투여기간을 제한하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어 골다공증 지속치료와 골절 예방을 막는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것. 골다공증 진단 후 약물치료를 받다가 1년 뒤 추적검사에서 골밀도수치가 -2.5를 초과하면 보험급여 지원을 받지 못한다. '한번 골다공증 진단을 받은 환자는 골밀도 수치가 -2.5보다 높아지더라도 최초 진단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국내외 골다공증 치료 가이드라인과 위배될 뿐 아니라 고혈압, 당뇨병 등과 같은 만성질환이 진단 이후 약물치료 기간 제한없이 평생동안 정부의 보험 지원이 가능한 것과도 대조적이다. 실제 골다공증 약물 지속치료율은 3개월 시점 61.1%에서 1년째 33.2%, 2년째 21.5%로 급격히 떨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골다공증 약제의 투여기간을 제한하는 국가는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영국, 호주, 캐나다 등 의료선진국은 물론 건보재정 절감을 중요시 여기는 유럽연합(EU) 국가들조차 골다공증 약물치료 투여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최용준 아주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노인층은 일상생활 동작능력을 상실했을 때 본인 뿐 아니라 가족 전체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사망까지 이어질 수도 있으므로 골다공증 골절을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급격한 고령화와 함께 기대수명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적 비용 절감 차원에서도 골다공증 골절 예방을 위한 정책적 접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골다공증 약물치료 중 골밀도수치가 -2.5를 초과했을 때도 최소 3년 동안은 약제를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해줘야 골밀도가 충분히 높아지고 골다공증 골절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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