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국민, 과학·강제수사 바래” VS 소방 노조 “꼬리자르기 중단하라”

이동준 2022. 11. 10.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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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이상민·윤희근 ‘사퇴’ 직답 피해
민주 “행안부 장관, 경찰청장, 서울경찰청장 즉각 파면하라”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태원 참사’ 후 첫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이태원 참사’ 관련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 목소리가 거센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10일 야권의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요구를 일축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수사를 바라고 있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이러한 가운데 일선에서 참사를 수습한 경찰과 소방은 “꼬리자르기 수사”라며 강하게 반발한다.

반면 ‘이태원 참사’ 후 책임론과 함께 비판 대상이 된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정안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은 ‘사퇴’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

이와 관련 ‘10·29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의원 모임’은 “참사에 대해 대통령이 모든 책임을 지고 국무총리를 비롯 행안부 장관, 경찰청장, 서울경찰청장을 즉각 파면하고 국정을 전면 쇄신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은 10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국정조사 필요성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나’라는 기자 질문에 “일단 경찰 수사, 그리고 (경찰로부터) 송치받은 후 신속한 검찰 수사에 의한 진상규명을 국민께서 더 바라고 계시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국정조사로는 강제 수사권을 행사할 수 없는 만큼 현재 진행 중인 경찰 수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는 편이 낫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일선에서 수고한 이들에 대한 꼬리자르기식 수사로 정작 책임을 져여할 이들이 면죄부를 받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실제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에서 사태를 수습한 경찰과 소방은 정부에 불신을 드러내며 수사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경찰 내부망에서 일선 경찰관들은 거듭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재발 방지를 위해선 잘잘못을 보다 엄격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직장협의회의 한 간부급 인사는 “유명을 달리한 분들을 위해서라도 정치인 등 정책 설계자들은 문제 핵심을 제대로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이하 소방노조)는 전날인 9일 성명서를 내고 “이번 참사에 떳떳한 소방관은 없지만, 일선 지휘관 책임을 묻는 것은 소방관 7만명 전체를 희생양으로 삼는 것과 같다”며 “꼬리자르기 수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이어 “서울시장도, 용산구청장도, 용산경찰서장도 없던 참사 현장에서 구조·구급 업무 외 인파와 교통관리 업무까지 하며 참사 예방과 수습을 위해 고군분투했는데, 이런 일련의 일들이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 수사를 보면서 꼬리자르기, 구색 맞추기, 짜맞추기, 희생양 찾기 수사라는 우려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꼬리자르기 수사 즉각 중단, 진짜 책임자 규명, 참사 원인 규명’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이같은 현장의 목소리와 관련 같은 날 ‘10·29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의원 모임’은 “참사에 대해 대통령이 모든 책임을 지고 국무총리를 비롯 행안부 장관, 경찰청장, 서울경찰청장을 즉각 파면하고 국정을 전면 쇄신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참사 최종 책임자인 윤 대통령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우리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대통령 퇴진 운동을 시작할 것”이라며 “대통령 발언은 이미 책임질 사람을 정해 놓고 수사를 진행하는 걸로 읽힌다. 정치적 책임 포함 무한책임을 질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발언이 아니라 책임자 처벌만 해 온 검찰총장 발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참사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행정적, 정치적 책임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오로지 형사법적 책임만으로 참사의 책임을 축소하고 떠넘기고 희생양 찾기 바쁘다”며 “정부는 사고 수습보다 책임 회피에 안간힘을 쓴다”고 일갈했다.

그러나 현실은 이들의 요구와는 다른 상황이다.

‘이태원 참사’ 후 책임론과 함께 비판 대상이 된 인물들은 사퇴와 거리를 두고 있다.

먼저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8일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수사를 지켜보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내년도 예산안 종합정책질의에서 ‘자진 사퇴할 생각이 없냐’는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한 총리는 “제가 지켜보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대통령께 말 하겠다”면서도 ‘스스로 사퇴하겠다는 생각을 해봤냐’는 질문에는 “아직 사퇴 의사를 밝힌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같은 질문에 “책임을 두려워하거나 회피할 생각은 전혀 없다”며 “지금은 우선 사고 수습에 전념하면서 유족을 위로하고, 병상에 계신 분들의 쾌유를 돕는 게 가장 급한 일이다. 지금 더 중요한 일을 현재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취와 관련한 직답은 피했다.

윤희근 경찰청장 당장은 사의를 표명할 생각이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윤 청장은 ‘오늘이라도 사퇴할 생각이 없냐’는 물음에 “책임 있는 공직자로서 현재 상황을 수습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는 길이 더 어려운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어려운 길을 선택 하겠다”고 했다.

윤 청장은 ‘대통령에게 사퇴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는 “아직 그런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앞서 홍준표 대구시장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을 해임시켜야 한다고 재차 조언했다.

홍 시장은 지난 4일에도 “국민적 비난 대상이 된 인사들은 조속히 정리해야 한다”며 ‘이태원 참사’ 조기 수습을 촉구한 바 있다.

그는 “경찰을 관장하는 업무가 행안부 장관에게 이관된 이상 행안부 장관도 정치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며 “정치 책임은 사법 책임과는 달리 행위 책임이 아니기 때문에 진상 규명과 상관없이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 수습 명목으로 문책이 늦어지면 야당의 표적이 돼 누더기가 되고, 국회는 야당 독무대가 되면서 정부도 흔들리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계일보는 이번 참사로 안타깝게 숨진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 제보를 기다립니다. [메일] blondie@segye.com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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