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돌린 동탄 "하락 멈추나"… 억울한 광명 "서울 가까운게 죄냐"

연규욱, 이석희, 이희수 2022. 11. 1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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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곳 규제 해제 시장반응

정부가 10일 두 달 만에 부동산 규제지역 추가 해제에 나서며 앞으로 규제지역은 서울을 비롯해 서울과 맞닿아 있는 과천시, 성남시(분당·수정구), 하남시, 광명시 등 5개 지역만 남게 된다. 나머지 해제 지역은 대출과 세제·청약·거래(전매제한) 등 집을 사고파는 전 과정과 관련한 규제가 완화된다. 그러나 현재 부동산시장 냉각은 금리 영향이 워낙 커 이번 조치에 따른 시장 활성화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이번 부동산 조정안으로 규제지역에서 해제되는 곳은 총 31곳이다.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있던 수원시, 안양시, 구리시, 군포시, 의왕시, 용인시 수지·기흥구, 동탄2신도시, 안산시 단원구 등 9곳은 투기과열지구뿐 아니라 조정대상지역에서도 벗어난다. 조정대상지역으로 남아 있던 31곳도 관련 규제가 모두 풀린다. 규제지역에서 해제되면 전매도 가능해지지만, 전매제한의 경우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과 민간택지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됐다 하더라도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 또는 민간택지의 분양권은 소유권 이전등기일까지 전매제한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 6월과 9월에 이어 10일 두 달 만에 규제지역 추가 해제에 나선 것은 금리 급등에 따른 부동산시장 침체를 이대로 방관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차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최근 수도권 전반적으로 집값이 27주 연속 하락하고, 거래가 급감하면서 실수요자들의 정상적인 주택 거래가 어려워지고, 금리 급등으로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도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을 적극 고려했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39% 떨어졌다. 지난주 -0.32%보다 하락폭이 더 커졌다.

이번에 규제지역에서 해제된 지역들을 살펴보면 모두 전국 평균보다 하락폭이 크다.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인천의 아파트 가격은 연수구가 전주 대비 0.77%, 동구는 0.74%, 서구는 0.73%나 떨어졌다. 투기과열지구에서 풀린 세종(-0.52%), 수원(-0.46%), 안양(-0.47%), 군포(-0.4%), 의왕(-0.55%), 용인 수지구(-0.41%) 등도 전국 평균 이상의 하락폭을 기록했다.

규제가 해제된 지역에선 거래가 활성화되고 하락세가 멈추길 기대하고 있다. 억단위 하락 거래가 발생하던 동탄2신도시 내 한 공인중개사는 "동탄신도시의 경우 갈아타기로 들어오는 수요가 많은데, 거래 자체가 안 돼 기존 집을 못 팔아 진입이 어려웠던 사람이 많았다"며 "규제 완화로 숨통이 조금 트일 것 같다"고 했다. 68주 연속 집값이 하락한 세종도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 세종 중촌동 소재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너무나 긴 기다림이었다"며 "여전히 실수요 못지않게 투자 수요가 많아 취득세 중과가 해제되는 효과가 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기대에도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의 효과가 극히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이번 조치로 인해 거래절벽과 가격 하락이라는 대세적 흐름이 바뀌긴 어렵다"고 내다봤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최소한의 주택 경기가 유지될 수 있는 정도"라며 "정책금융을 사용할 수 있는 실수요자 위주로 급매물을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반면 규제지역으로 남은 지역에선 벌써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제 지역과 마찬가지로 집값 하락, 거래절벽, 미분양 등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0.38% 떨어지며 전주(-0.34%)보다 낙폭을 키웠다. 이는 부동산원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2년 5월 이래 사상 최대 하락폭이며 24주 연속 떨어진 것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지난 9월 단 857건에 그치며 매달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는 상황이다.

구별로는 송파구가 0.58%로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가운데 도봉구(-0.56%), 노원구(-0.55%), 강북구(-0.48%), 은평구(-0.43%) 등 강북 지역의 하락폭이 두드러졌다. 애초 이날 정부 발표를 앞두고 서울 강북권 일부도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왔던 이유다. 노원구에 거주 중인 30대 이 모씨는 "노원구를 포함해 외곽은 집값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데 같은 서울이라고 통째로 묶어놓는 건 이해가 안 간다"며 "가뜩이나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도 늦어지고 있어 상황이 더 안 좋다"고 했다. 노원구는 서울 25개 자치구 중 올해 들어 집값이 가장 많이 하락한 지역이다.

광명 역시 비슷한 반응이다. 광명 하안동 소재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광명은 절대적인 집값 측면에서 과천, 성남과는 상황이 전혀 다른데, 서울과 근접해 있다는 이유만으로 같이 묶이는 건 비합리적"이라며 "주민들의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감도 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주 광명 아파트 가격은 0.61% 하락해 규제지역이 풀린 경기 지역들보다 하락폭이 컸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들 지역에 대해 "이번 조정안의 효과를 지켜보고 이후 추가 해제는 남은 지역들의 개발 수요와 대기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가면서 단계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위원들이 판단했다"고 전했다.

[연규욱 기자 / 이석희 기자 /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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