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서 미분양 아우성 … 등록임대 부활시켜 급한불 끈다

홍장원 2022. 11. 1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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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사업자 정상화 배경
고금리에 주택 매수세 뚝 끊겨
미분양 아파트 한달새 27% 쑥
자금여력 다주택자 족쇄 풀기로
정부 공급물량 속도조절 나서
공공택지 사전청약 의무폐지

부동산 규제 완화

정부가 서울과 수도권 4곳을 제외한 전국의 부동산 규제지역을 이달 14일부터 전부 해제하기로 했다. 최근 집값이 크게 떨어진 인천과 세종시도 해제된다. 사진은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고층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정부가 역대급 부동산 시장 경착륙 우려에 결국 다주택자 규제 완화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다주택자에게 양도소득세와 취득세 등 각종 혜택을 주는 게 골자인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를 활성화해 부동산 경기 경착륙을 막겠다는 처방을 내놓은 것이다. 고금리 시대에 집을 살 수 있는 계층은 한정적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여력이 되는 자산가의 '자금 물꼬'를 부동산으로 틀어 경기가 최악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겠다는 고육책으로 해석된다.

10일 열린 제3차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정부는 등록임대사업제 정상화 방안을 내놓겠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세부 계획은 연내 공개할 예정이다. 향후 1~2개월간 시장과 소통하는 과정을 거쳐 세제 인하 방안과 해당 주택 유형 등 세부 사항을 밝힐 예정이다.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등록임대는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주도로 활성화의 길을 걸었다. 당시 정부는 등록임대사업자를 전·월세 공급자로 판단하고 임대료 연 5% 이내 증액 조건을 충족하면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감면 등 여러 혜택을 제공했다.

하지만 이후 집값이 큰 폭으로 뛰자 등록임대는 '집값 상승의 주범'이라는 취급을 받으며 혜택이 대거 축소됐다. 지금은 사실상 명맥만 남은 상황이다. 아파트를 제외한 단독·연립주택에 대해서만 10년 등록임대사업을 허용하고 있다. 기존에 있었던 4년·8년짜리 제도는 이미 사라졌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전국 곳곳에서 주택 미분양이 급증하고 있어 누군가 이걸 사주지 않으면 경제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며 "정부가 투자 여력이 있는 다주택자를 상대로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내 발표될 등록임대 정상화 방안에는 아파트를 등록임대 범위에 넣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미분양 아파트는 4만1604가구로 전월 대비 8882가구(27.1%)나 늘었다. 전월 대비 증감률은 7년 전인 2015년 11월(54.3%) 이후 가장 높았다.

주택 경기 하락세가 극심한 대구 지역은 2011년 8월 이후 11년 만에 미분양 물량이 1만가구를 넘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다수의 아파트 보유자도 임대사업을 통해 세 부담을 낮추면서 주택을 보유할 가능성이 생겨 시장에 투매성 매물이 쏟아지는 걸 방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4년짜리 단기 임대 제도가 부활할지도 관심사다. 세입자 입장에선 등록임대 4년짜리 집에 전세로 살 경우 계약갱신청구권까지 행사해 6년간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집주인 입장에서도 세제 혜택을 받으면서 주택을 보유하다가 집값이 회복된 4년 이후에 집을 팔면 투자 차익을 얻을 수 있다. 몇 년 후 부동산 경기가 바닥을 찍고 지금보다 올라 있을 것으로 판단하는 투자자로선 시장에 들어올 여지가 있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는 부실채권을 떠안아 정부와 함께 리스크를 짊어지는 구원투수로서 다주택자를 바라봐야 한다"며 "10년은 너무 길고 4~5년 안에 차익을 실현할 방법을 마련해야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 취득 주택에 대해 종부세 합산과세를 배제하고, 양도세 중과 대상에서 빼주는 등 등록임대 각종 혜택도 부활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세제 혜택이 없으면 부동산 하락장에서 투자 목적으로 집을 사려는 수요는 극히 제한되기 때문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등록임대 활성화를 위해선 향후 정부의 무리한 '소급 과세'에 제동을 걸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 과세당국은 임대사업자에게 약속한 양도세·종부세 감면 등 혜택을 일방적으로 축소해 세무학계와 임대사업자들의 맹비난을 받은 바 있다. 정해진 임대 기한까지 집은 팔지 못하면서 당초 공지됐던 세제 혜택은 확 줄여 과세 안정성을 해친다는 비판이 많았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시장 참여자가 당초 예상됐던 세제 혜택이 중간에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제도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자 당정은 법인세법과 소득세법 부칙을 개정해 2009년 3월 16일부터 2012년 말까지 취득하는 비사업용토지는 양도 시기에 상관없이 중과세를 적용하지 않도록 한시적으로 예외를 둔 바 있다. 이 같은 선례에 착안해 앞으로 취득하는 등록임대용 주택에 대해서는 한시적으로 대대적인 세제 혜택을 주는 내용을 법에 담아 과세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정부는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전세금 반환 대출도 허용했다. 15억원 초과 아파트가 몰린 수도권 일대 아파트 전세금이 뚝뚝 떨어지고 있어 '역전세난'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공공택지의 경우 사전청약 의무를 폐지하는 내용을 확정됐다. 앞으로는 향후 매각하는 공공택지는 사전청약 의무를 폐지하고 이미 매각된 택지는 의무를 6개월에서 2년으로 완화한다. 기존에 분양한 물량도 안 팔려 쌓이는 마당에 사전청약까지 끌어다 공급하는 게 시장 안정성을 오히려 해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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