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76차 공판···또 삼바 '주석 공시 누락' 고의성 공방

민혜정 2022. 11. 1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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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도 회계법인도 알면서 공시 안했다" vs "검토해봐야 할 이슈였다"

[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부당합병 의혹 재판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석 공시 누락 고의성을 놓고 검찰과 삼성의 공방이 또 재현됐다.

검찰과 금융당국은 4년 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기업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분식회계를 했다고 판단했고, 삼성바이오는 자회사를 관계사로 변경한 데 법적 문제가 없다고 반박해 왔다. 양측은 행정소송, 삼성바이오 임원들이 연루된 형사소송 등에서도 맞붙은 상황인데 이 부회장의 재판에서도 날선 신경전을 이어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10일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부정거래·시세조종)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 대한 76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부당합병·회계부정' 관련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성진 기자]

이날 재판에는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 회계를 맡았던 전 삼정회계법인 감사 부문 대표 신 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검찰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고의적으로 주석 공시를 누락하고, 삼정도 이를 눈감아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젠이 행사할 수 있는 콜옵션(주식매입권리) 관련 내용을 고의로 공시 누락해 허위 재무제표를 작성했다고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018년 5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를 했다고 판단했고 같은해 증권선물위원회는 이를 기반해 삼성바이오를 검찰 고발한 바 있다.

바이오젠은 2012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합작계약을 체결할 당시 바이오에피스에 대해 85%(삼성바이오로직스)와 15%(바이오젠)로 지분출자를 했지만, 2018년 6월30일까지 에피스의 주식을 50%-1주까지 살 수 있는 권리인 콜옵션을 가지는 약정을 맺었다.

2014 회계연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감사보고서에 합작사인 바이오젠의 콜옵션 보유 사실이 기재돼 있는데, 검찰은 당시 삼성바이오가 해당 콜옵션에 관해 구체적 요건·내용을 적시하지 않아 부실 공시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또 검찰은 2012~2013 회계연도에는 아예 콜옵션 공시가 돼 있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바이오젠이 합작계약상 신규제품 개발 동의권을 이미 가지고 있었다는 점, 두 회사가 경영권 행사를 위해선 52%의 주주총회 의결권을 보유해야 한다는 점 등을 기재하지 않아 부실하게 공시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2015년이 돼서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공시한 감사보고서의 주석 부분 중 우발부채와 약정사항에 대해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 사이의 합작계약 약정에 따라,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을 49.9%까지 매입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재판에서 검찰은 증인에게 "삼성바이오에피스로부터 2015년 10월 콜옵션 관련 보고를 받은 게 맞냐"고 물었다. 신 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검찰은 "바이오젠 콜옵션을 부채로 계산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며 "물산과 모직의 합병 시기를 고려해 계산해야 한다는 말이 있냐"고 질의했다. 신 씨는 "맞다"고 말했다.

또 검찰은 "논리 개발을 시도한다는 문구도 있다"며 "이는 경영진이 재무제표 상 부채가 되는 걸 꺼리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신 씨는 "잘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당시 부문 대표이고 내용 보고 받고 회의도 했다"며 "그런데도 모른다는 게 말이 되냐"고 추궁했다.

신 씨는 "파생부채가 부채인지 자본인지는 논란이 있었다"며 "고급회계 내용이라서 심리실의 의견을 들어야 했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공시에 고의성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바이오에피스로부터 메일을 받고 2015년에 미팅을 했다"며 "미팅 후에 삼정 내부적으로 회의 등 다시 회계를 확인하는 과정이 있었냐"고 물었다. 신 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또 변호인은 "콜옵션에 대해 회계적으로 정확한 판단을 하고, 감사의 질을 높이기 위해 그런 것"이라며 "내부 회의는 적정한 회계 처리는 무엇인지 찾아가는 일환이었냐"고 질의했다. 신 씨는 "네"라고 말했다.

/민혜정 기자(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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