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500개 물류시설 지은 쿠팡 …"연내 흑자전환" 약속 지켰다

홍성용 2022. 11. 10. 17:4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로켓배송 도입 후 첫 분기흑자
6조 적자 견디며 물류투자 지속
AI·머신러닝 등 IT기술 개발에
2년간 1조2500억원 쏟아부어
신선식품 재고 손실 줄이고
제품 85% 박스포장 없이 배송
제트배송으로 흑자 유지 나서

쿠팡이 2014년 익일배송 서비스인 로켓배송을 시작한 이래 8년 만에 1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한 비결은 '물류 투자 확대'로 요약된다. 6조원에 달하는 누적 적자와 "곧 망할 것"이라는 경쟁사들의 비아냥 속에서도 전국 30개 지역, 100여 곳 이상의 풀필먼트센터(FC)를 끊임없이 지으면서 규모의 경제 구축에 성공하며 예상보다 빨리 흑자 전환을 거머쥐었다는 얘기다.

10일 쿠팡에 따르면 회사의 핵심 비즈니스는 제품 커머스 부문인 로켓배송(익일배송), 로켓프레시(신선식품 배송), 마켓플레이스(오픈마켓)다. 제품 커머스 부문의 3분기 매출은 49억4717달러(약 6조6316억원)로, 원화 기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8%, 직전 분기 대비 약 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쿠팡은 이 가운데서도 신선식품 재고 손실을 지난해보다 절반 가까이 줄여내 흑자 전환의 기틀을 잡았다. 신선식품은 재고 관리가 어려운 데다, 직매입을 통해 새벽배송까지 해내기 위해서는 그 자체로 정보기술(IT)과 함께 큰 폭의 물류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여러 지역에 신선식품 유통을 확대하면 재고 손실이 늘어나게 마련인데, 쿠팡은 인공지능(AI) 머신러닝 기술 기반의 수요 예측으로 신선식품 재고 손실을 지난해와 비교해 50% 줄였다"고 밝혔다.

실제로 쿠팡은 '머신러닝 기술을 이용해 운송 시간 및 배송 수수료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재고 배치 시스템에 대한 특허'라는 제목으로 특허를 낼 정도로 기술 고도화에 힘써 왔다.

쿠팡의 머신러닝은 수년간 쌓아온 고객 주문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 수요를 예측해낸다. 계절과 날씨, 지역별 특징, 연령·성별 등 다방면에 걸친 고객 데이터 등의 분석을 통해 수요를 예측해 필요한 제품을 직매입하고 재고는 최종 고객과 가까운 전국의 쿠팡 풀필먼트센터에 나눠 보관한다.

쿠팡은 상품 직매입부터 보관, 분류, 최종 배송까지 전 물류 과정을 통합했던 것이 신선식품 배송의 효율성도 높였다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물류 전 과정을 통합하면서 별도로 (신선식품 배송을 위한) 콜드체인 배송 네트워크를 구축할 필요가 없어졌고, 이에 일반 소비재를 배송하는 트럭을 사용해 신선상품을 배송할 수 있게 됐다"며 "배송의 85% 이상을 박스 포장 없이 배송하는 방법으로 포장 폐기물을 줄였으며, 이에 따라 배송 차량의 운행 횟수도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쿠팡은 '저렴한 가격'과 '주문 다음 날 오전 7시 도착'이라는 빠른 배송에 이르기까지, 경쟁사들과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할 수 있었다. 김 의장은 "기술, 풀필먼트 인프라, 라스트마일(최종 배송 단계) 물류의 통합 덕분에 고객과 상품, 서비스와 가격 사이에 존재하는 기존의 트레이드오프(양자택일)를 깰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쿠팡 풀필먼트센터에서 포장이 끝난 제품을 작업자가 '분류 로봇(Sorting Robot)'에 올려놓고 있다. 로봇들은 운송장의 주소를 스캔한 후 단 몇 초 만에 제품을 지역별로 분류해낸다. 【사진 제공=쿠팡】

쿠팡은 올해 들어서도 꾸준히 물류 인프라를 확장하고 있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22만평 규모의 물류망을 추가했다. 신선식품 새벽배송을 위한 풀필먼트센터도 경남 창원·김해, 경기 부천·평택·곤지암, 대구 등에 잇달아 늘리면서 올 3분기 기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0%가 증가했다.

꾸준히 늘려온 물류 네트워크는 실적 개선의 최대 원동력으로 꼽힌다. 김 의장은 "쿠팡의 물류 인프라는 축구장 500개 크기로, 뉴욕의 센트럴파크보다 크다"고 밝혔다. 실제로 쿠팡은 물류 자동화 등 기술 투자에만 지난 2년간 1조2500억원을 투자했다. 2024년까지 광주, 대전 등 지역에 신규 물류센터 건립을 위한 투자도 지속한다.

올해 6월부터 기존 회원 대상으로 유료 멤버십인 와우멤버십의 가격을 인상한 것도 매출 증대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멤버십 가격 인상효과가 이번 3분기부터 본격 반영됐기 때문이다. 쿠팡은 지난해 와우멤버십 가격을 2900원에서 4990원으로 인상했고, 올해 6월부터는 기존 회원도 인상된 가격에 멤버십을 유지하도록 했다.

한편, 쿠팡은 로켓배송을 넘어 '제트배송'을 새로운 축으로 앞으로도 흑자 기조를 계속 이어 간다는 방침이다. 제트배송은 익일배송인 로켓배송 풀필먼트 서비스를 오픈마켓 판매자에게 제공해 빠른 배송을 가능하게 하는 서비스다. 송상화 인천대 동북아 물류대학원 교수는 "이커머스 물류산업의 본질은 자동화 물류 네트워크만으로 저절로 돌아가는 '플라이휠(flywheel)'을 구축하는 것이며, 이번 실적은 쿠팡만의 혁신적인 물류 네트워크가 작동한다는 믿음이 결과로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홍성용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