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도 트럼프도 아닌 ‘진짜 승자’는 디샌티스[미국 중간선거]

정원식 기자 2022. 11. 10.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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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8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재선을 확정한 뒤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44)가 지난 8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재선에 성공하면서 2024년 공화당 대선 주자 레이스에서 도널드 전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대항마로 급부상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이번 선거에서 59.4%를 얻어 40.0%에 그친 민주당 후보 찰리 크리스트를 거의 20%포인트 차이로 누르고 재선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이는 플로리다 주지사 선거 사상 최대 표차다. 지금까지는 2002년 중간선거에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동생인 젭 부시가 13%포인트 차이로 승리한 것이 기록이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당선 확정 후 연설에서 “우리의 조국이 워싱턴의 실패한 리더십 탓에 허둥거리고 있지만 플로리다는 올바른 길에 올라섰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9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가 지지한 다수 후보들이 낙선한 것과 관련해 비난을 받는 반면 디샌티스 주지사는 이번에 압도적 승리를 거두면서 단숨에 2024년 대선 경선에서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서부보수회의의 온라인 모의투표에서 디샌티스 주지사가 근소한 차이로 2024년 공화당 대선후보 선호도 1위를 차지한 이후부터 그를 견제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는 “그가 선거에 나오면 크게 다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디샌티스에 대해 좋지 않은 비밀 정보”를 폭로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2024년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으나 공화당 안팎에서는 이미 그를 ‘공화당의 희망’으로 보는 분위기다.

공화당 원로 뉴트 깅리치 전 미국 하원의장은 폭스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해 “디샌티스 주지사가 (선거일 밤의) 가장 큰 승리자라고 생각한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넘어서서 나아가기를 바라는 모든 공화당 사람들이 그를 중심으로 결집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말했다.

공화당 지지자들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 소유 매체들도 일제히 디샌티스의 부상을 조명하고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9일 ‘디샌티스의 플로리다 쓰나미’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플로리다에서의 성공이 플로리다주 밖 유권자들의 관심도 사로잡을 것이라는 점은 거의 확실하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불행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을 게 틀림없다”고 지적했다. 뉴욕포스트는 디샌티스 주지사와 가족들의 사진을 1면에 싣고 ‘드퓨처’(DeFUTURE)라는 제목을 달았다. 디샌티스 주지사(Desantis)가 미래(Future)라는 것이다.

앞서 공화당 최대 후원자 중 하나인 헤지펀드 시타델 최고경영자(CEO) 켄 그리핀은 지난 6일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 “이제 다음 세대로 넘어가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면서 2024년 대선에 디샌티스 주지사가 나온다면 그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내에서는 특히 그가 남미계 유권자가 과반을 차지하는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에서 승리한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공화당 후보가 이 지역에서 승리한 것은 2002년 젭 부시 이후 처음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디샌티스 주지사의 측근들을 인용해 그가 내년 5월 플로리다주 주의회 정기회의 시작 전에는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명의 하원의원이었던 디샌티스는 2018년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를 받고 최연소(40세) 플로리다 주지사가 됐다. 당시 선거에서 노골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따라 하는 전략을 사용해 ‘미니 트럼프’라는 별명도 얻었다.

디샌티스 주지사가 전국적 명성을 얻은 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디즈니월드 재개장과 ‘노 마스크’ 정책 등 논쟁적인 정책을 강행하면서다. 그러나 기후위기를 강조하지는 않지만 해수면 상승 대책 예산은 승인하는 등 실용적 모습도 갖추고 있어 “필요할 때는 트럼프주의자이지만, 항상 트럼프주의자는 아니다”(뉴욕타임스)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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