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보다 교육감 뽑는데 돈 더 썼다
전국 교육감 선거비용 610억
시도지사 총액보다 30% 많아
1인당 평균금액도 2억 더 써
국민 절반은 선거에 관심 없어
돈 풀어 인지도 높이는데 혈안
2007년 도입된 시·도교육감 주민직선제가 '묻지 마 인기 표'로 전락하면서 후보자들의 선거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한 해 전국적으로 80조원이 넘는 예산을 관리하고 50만명이 넘는 교원의 인사권을 손에 쥔 '교육 소통령' 선거전이 지나치게 과열되면서 막대한 선거비용을 국민 혈세로 충당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10일 매일경제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전국 17개 시·도지사와 교육감 후보들이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정치자금 수입·지출 보고서'를 단독 입수했다. 분석 결과 지난 6월 지방선거 당시 전국 교육감 후보 60명이 선거비용으로 총 610억원을 집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시기 유세 활동을 펼쳤던 전국 시·도지사 후보 55명의 선거비용 총액(459억원)보다 30% 이상 많다. 후보자들의 1인당 평균 선거비용을 놓고 봐도 교육감은 10억원, 시·도지사는 8억원으로 20%가량 차이가 났다.
치열한 경선 끝에 당선자에 이름을 올린 이들만 비교해도 교육감 선거비용 총액은 220억원으로 시·도지사(205억원)보다 15억원 정도 많았다. 지역별로는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대구, 경기, 제주를 제외한 14곳에서 지방자치단체장보다 교육감의 선거비용이 더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비용이 급증하면서 일부 교육감 후보는 후원회 기부금을 받는데도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 이상 '손해'를 봤다. 특히 정치적 다툼이 가장 치열했던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는 후보자들이 낸 적자만 38억원이 넘는다.
'견제 없는 소통령'으로 불리는 교육감은 초·중등 교육에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는 현실과 달리 유권자들의 관심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18년 지방선거 이후 공개한 유권자 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육감 선거에 관심이 있다는 응답은 43.6%로 광역단체장(72.9%), 기초단체장(66.9%)보다 훨씬 낮았다. 올해 6월 교육감 선거에서 나온 무효표는 90만3227표로, 시·도지사 선거 무효표(35만928표)의 두 배가 넘었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교육의 중립성과 자주성을 이유로 정당 공천과 지원이 금지되면서 교육감 후보들이 무관심 속에 한 표라도 더 받기 위해 안간힘을 쓴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교육감 선거는 지자체장과 마찬가지로 득표율에 따라 선거비용을 국세로 보전받고 있기 때문에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흥행 몰이에 나설 수밖에 없다. 득표율 10%를 달성하면 선거비용의 절반을, 득표율 15%를 넘으면 선거비용 전액을 국고에서 보전받는 구조다.
이 때문에 후보들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으로 선거비용을 쓰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교육감 후보가 후원금을 제외하고 의지할 수 있는 게 본인 자산과 금융기관 대출, 차입금 등에 불과해 불법 선거자금과 청탁, 배임, 금품 수수 등 부작용이 반복되고 있다. 2007년 직선제 도입 이후 지금까지 교육감 11명이 뇌물 수수, 정치자금법 위반, 횡령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았고, 이 중 6명이 실형을 살았다.
김 의원은 "교육 사무만 담당하는 교육감의 선거비용이 시도 전반에 대한 사무를 총괄하는 광역단체장 선거비용보다 더 높은 것은 문제가 있다"며 "과도한 교육감 선거비용 때문에 교육감에 당선된 이후 선거 빚을 갚기 위해 특혜를 제공하는 등 부정선거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박윤구 기자 / 문가영 기자 / 전형민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단독] 이재명의 맞수, 정진석의 ‘입’ 더 세진다 - 매일경제
- “떴다떴다 KF-21 보라매” 1호기 이어 2호기도 최초비행 성공 - 매일경제
- “보험금 받아 빚 갚으려고”…친모 약 먹여 살해한 30대女 - 매일경제
- 편의점 급습한 직박구리...라면먹던 학생들 대피 소동 - 매일경제
- 2살 데뷔 ‘日 동요천재’ 노노카, 기네스북 올랐다 - 매일경제
- 용준형 “정준영 단톡방 멤버 아냐…잘못된 대화 뉘우쳐”
- 바이든 “자이언트 레드웨이브 없었다”..민주당 상원 과반 수성할까 - 매일경제
- 5G·콘텐츠 순항 … 통신 3사 체질개선 속도 - 매일경제
- 레드벨벳 예리, 과감한 파격 노출 ‘매끈 등라인’ [똑똑SNS] - MK스포츠
- ‘SBS 최연소 아나운서’ 김수민, 엄마 된다…임신 발표(전문)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