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본 '용산서 핼러윈보고서 삭제' 경위 수사

윗선 부당지시 의혹 규명
용산구청·소방당국도 조사

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10일 서울 용산경찰서 소속 정보관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지난달 26일 핼러윈 기간 안전을 우려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한 정보관의 동료들이다. 용산서 윗선에서 이들에게 부당한 지시로 보고서를 삭제하게 했는지를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특수본은 용산서 정보관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보고서 작성 경위와 파일 삭제 과정에서 회유나 강압이 있었는지를 수사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정보관은 이미 참고인 조사를 마쳤다. 특수본은 보고서 작성 경위를 이미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용산서 정보과장과 계장은 이들을 회유·종용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증거인멸·업무상 과실치사상)로 입건됐다. 박성민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 역시 보고서 삭제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부장은 용산서를 포함해 일선 경찰서 정보과장들이 모인 메신저 대화방에서 "감찰과 압수수색에 대비해 정보보고서를 규정대로 삭제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특별감찰팀은 최근 박 부장을 수사 의뢰했다. 당사자들의 진술을 받은 특수본은 박 부장의 입건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용산구청을 향한 수사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또 특수본은 용산구청 직원들도 참고인으로 불러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조사했다. 박 구청장은 핼러윈 기간 안전사고 예방 대책 마련에 소홀하고 참사에 부적절하게 대처했다는 혐의 등으로 입건돼 수사받고 있다. 지난 4월 제정된 '춤 허용 조례'와 관련해 박 구청장에게 추가로 적용할 혐의가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용산구 의회는 일반음식점에서도 춤을 출 수 있게 허용하는 조례를 제정한 바 있다. 참사 당일 주변 식당에서 흘러나오는 소음으로 피해자들의 구조 신호 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있었다.

특수본은 서울종합방재센터 소속 직원들도 소환해 참사와 관련한 소방당국의 대처가 적절했는지 전반적으로 확인할 계획이다. 소방당국은 두 차례 경찰의 공동 대응 요청에도 안일한 대처로 참사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참사 당일 길에 아보카도 기름을 뿌려 사람들을 미끄러지게 했다는 의혹을 받은 일명 '각시탈' 두 명도 불러 조사했다.

[강영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