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그날 밤 용산구청장은 어디에 있었나
참사 당일 "퀴논길 갔다" 주장도 앤틱가구거리로 번복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김준태 기자 = 이태원 참사 직후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이 유관기관 간 현장 대책회의에 불참한 채 귀가한 정황이 공개되는 등 행적과 관련한 의혹이 잇따라 불거지고 있다.
10일 용산구와 서울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박 구청장은 참사 직후 서울소방재난본부가 여러 차례 주재한 상황판단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은 재난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상황판단회의를 구성해 운영할 수 있다. 여기에는 행정안전부 고위공무원을 비롯해 각 지방자치단체의 업무 관련자, 전문가 등이 참여할 수 있다.
서울소방재난본부는 참사가 발생한 직후인 10월29일 오후 11시 44분부터 이튿날 오전 6시 35분까지 6차례 상황판단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는 서울소방재난본부장, 용산소방서장, 서울시 부시장 등이 참여했지만 박 구청장은 한 번도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용산구는 박 구청장이 10월29일 오후 10시 59분부터 이튿날 오전 1시 30분까지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지휘하고, 이후 구청 상황실에서 재난 대응을 총괄했다고 밝혔지만 정작 관계기관 간 현장 대응 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은 것이다.
용산구 관계자는 "구청장이 필수 참석 대상은 아니며, 회의에 참석하라는 연락도 받지 못했다"라며 "박 구청장 대신 보건소장이 참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박 구청장이 소방 대응 최고 수위인 3단계가 발령 중이던 10월30일 새벽 귀가한 정황까지 공개되면서 부실 대응했다는 비판은 더욱 커지고 있다.
10일 공개된 폐쇄회로TV(CCTV) 화면에는 박 구청장이 10월30일 오전 5시 38분께 홀로 귀가해 약 3시간 뒤 다시 집을 나선 것으로 보이는 모습이 포착됐다. 박 구청장의 자택은 이태원 퀴논길 부근이다.
당시 용산구 직원 2분의 1 동원령이 내려진 상태였고, 사고 현장에서는 상황판단회의가 이어지고 있었다.
용산구 관계자는 "당시 일정을 확인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참사가 발생하기 직전 현장 근처인 퀴논길을 지나갔다는 박 구청장의 설명도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박 구청장 측은 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29일 박 구청장이 자매도시인 경남 의령군에 축제가 있어 출장을 다녀오는 길에 구청 근처에서 내려 오후 8시 20분께 퀴논길을 걸어서 지나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구청장이 (현장 근처를) 지나가며 평상시 주말 수준의 이태원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용산구는 10일 낸 해명자료에서 도착 지점을 퀴논길에서 앤틱가구거리로 수정했다. 앤틱가구거리는 퀴논길에서 직선거리로 약 300m 떨어진 곳으로 참사 인근 세계음식문화거리나 퀴논길보다 유동 인구가 적은 편이다.
애초 오후 9시 이후에도 퀴논길을 한차례 지나갔다고 밝혔지만 이날 용산구 관계자는 "혼선이 있어 다시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구청장에 대한 책임론이 커지자 용산구는 9∼10일 이틀간 6건의 해명자료를 내며 적극 대응하고 있다.
참사 직후 구청장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폐쇄하고,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않아 왔던 것과는 사뭇 대조된다. 참사 후 닫았던 구청 홈페이지 내 '열린구청장실'도 이번 주초 다시 열었다.
용산구는 박 구청장이 참사 직전 "인파가 많아 걱정된다"는 메시지를 올린 텔레그램 단체대화방이 4일 폐쇄됐다 다시 개설돼 증거인멸 의혹이 일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적극 반박했다.
구는 해명자료를 통해 "대화방을 폐쇄한 적이 없다"며 "텔레그램 대화방은 개설자가 폐쇄할 수 있는데 용산구청장은 개설자가 아니므로 폐쇄 권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박 구청장이 7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된 이후 적극 방어 태세로 전환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용산구 관계자는 "그간 사고 수습에 주력해왔지만, 국가 애도 기간이 끝났고 관련 의혹에 적극적으로 해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을 뿐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okk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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