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위 vs 게이머 갈등 ‘미소녀 게임’으로 폭발한 사연

김혜선 2022. 11. 10.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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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위 ‘블루아카이브’ 청불등급으로 조정
분노한 이용자들 민원 폭탄...게임위 “상시 소통하겠다”

[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와 게이머 사이에 ‘전쟁’이 또다시 벌어졌습니다. 이번엔 미소녀 게임인 블루아카이브(넥슨)의 게임 등급 조정이 갈등의 시작이었습니다. 기존 15세였던 모바일 게임이 게임위의 자체 등급 조정으로 청소년 이용불가로 바뀌게 된 것이죠.

넥슨 게임 블루아카이브. (사진=블루아카이브 공식 트위터)

블루아카이브의 게임 등급 조정 소식은 지난달 4일 공식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졌습니다. 당시 운영사무국에서는 “게임위에서 연령 등급을 올리라는 권고를 받았다”며 블루아카이브 청소년 버전 출시를 알렸습니다.

재밌게 하던 게임의 이용등급 연령이 하루아침에 상향된다는 소식을 들은 이용자들은 분노했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민원 빅데이터’에 따르면, 10월 한달 동안 게임위에 접수된 민원은 2만 9867건으로 무려 6944%가 폭증했습니다. 통상 게임위에 접수되는 민원이 월 100~400건 사이인데, 10월 한달 만에 수십년치 민원이 몰려든 것입니다. 민원 접수자는 대부분 20대 청년층이었죠.

(사진=국민권익위원회의 ‘민원 빅데이터’ 캡쳐)

키워드로 본 게임 이용자들의 불만은 이렇습니다. 게임위가 게임등급 심의를 통해 ‘국민을 검열’하며, ‘사회 통념’에 어긋나는 기준으로 게임 산업을 저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심사에 ‘객관성’과 ‘합리성’도 없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민원 폭탄에 놀란 게임위는 10일 김규철 게임위원장이 직접 참석하는 간담회를 열고 게임등급 심사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개선책을 내놓았습니다. 게임위는 이용자들의 분노는 게임위의 ‘소통 부재’에서 시작됐다는 것을 인정하고 △게임이용자 상시소통 채널 구축 △등급분류 과정의 투명성 강화 △직권등급재분류 모니터링 및 위원회 전문성 강화 △민원 서비스 개선 등을 약속했습니다.

그럼에도 게임위는 블루아카이브의 등급조정은 타당하다는 입장입니다. 이날 간담회에서 게임위는 “해당 게임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 여성 캐릭터의 주요부위에 대한 신체적 노출과 성행위를 암시하는 음성 등이 포함되어 있음이 확인됐다”며 “등급분류규정에 따라 해당 게임물을 청소년이용불가 게임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누적된 게임위 불신의 역사

사실 게임위를 둘러싼 이용자들의 불만 표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2020년에는 게임위가 전세계 최대 게임 유통 플랫폼인 ‘스팀(운영사업자 밸브·Valve)’에 게임등급분류 심사를 받을 것을 요청했다가 뭇매를 맞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게임위는 해외 게임 개발사들이 보다 편하게 등급분류를 신청할 수 있도록 영문 홈페이지를 열고 홍보했습니다. ‘이런 제도가 있으니 등급심사를 받으라’고 안내한 것인데, 게이머들은 소규모 인디게임까지 규제해야 하느냐며 반발했죠.

게임위는 지난 2014년에도 한국어를 지원하는 일부 스팀 게임에 등급분류를 권고해 한국어 서비스를 중단시킨 ‘전적’도 있습니다. 게임위는 한국어 지원 게임을 ‘국내 유통’으로 판단하고 등급분류를 권고했는데, 소규모 해외 개발사들이 복잡하고 돈도 꽤 드는 등급분류를 받는 것 대신 한국어 서비스를 아예 중단해버린 것입니다.

국내 게임 등급분류, 사실상 민간 주도형

그렇다고 게임 등급분류를 아예 안 할수도 없습니다. 국내 게임 이용자들은 게임위같은 공공이 나서서 등급분류를 할 것이 아니라, 미국처럼 민간에 완전히 등급분류를 맡겨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지난달 14일 국회 국민동원청원에는 “해외에선 게임에 대한 사전심의를 법으로 강제하지 않으며, 게임물 등급 분류 또한 민간단체가 담당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법의 의한 게임물 사전심의 의무를 폐지하고 게임물의 대한 심의를 민간에 완전히 이양해야 한다”는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게임위는 이미 국내 출시되는 대부분 게임의 등급분류를 시행하지 않고, 구글, 애플, MS 등 자체등급분류사업자에 등급분류를 위탁하고 있습니다. ‘게임물 등급분류 및 사후관리 연감’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게임위와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민간기관)이 등급을 결정한 게임물은 1537건입니다. 반면 자체등급분류사업자가 결정한 게임은 98만 3297건이죠. 게임위가 직접 심사하는 게임은 ‘바다이야기’ 같은 사행성 게임이 대부분입니다.

이렇게 민간 주도형으로 게임 등급분류를 할 수 있게 된 건 지난 2017년 게임위가 국제등급분류연합(IARC)와 협약을 체결하고, 이 분류 시스템을 국내 오픈마켓 시스템에 적용했기 때문입니다. 게임 등급분류 심사를 민간에 위탁하고 있는 미국도 IARC의 등급분류 시스템을 이용합니다. 미국에서 게임 등급분류를 맡고 있는 민간기관 ESRB는 우리나라 게임위와 똑같이 부적절한 게임에 등급조정이나 벌금, 소송 등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한편, 김규철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앞으로 게임이용자분들의 생각과 목소리를 직접 현장에서 듣는 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게임위가 보다 적극적으로 이용자들과 소통하고 오해를 풀어가기를 바랍니다.

김혜선 (hyese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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