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만으론 산재 못 줄여…기업 자율규범이 더 효과적"
기사내용 요약
고용부 주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3차 토론회
"사업장 맞게 변형 허용, 사고시 책임…英서 효과"
"처벌 위주 법 문제" 지적에 "기소 1건뿐" 반박도
[서울=뉴시스] 김지현 기자 = 기업이 자율적으로 사업장에 맞게 산업안전보건 규제를 수립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책임을 지게 하는 '영국식 자율규제'가 산재 사망사고 감축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형배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0일 오후 서울 명동 로얄호텔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주최 토론회에서 "영국은 자율안전 기치를 꺼내든 결과 1970년대 초 사고사망자 수가 1000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200여명 정도"라고 밝혔다.
영국은 1974년 '자율규제' 개념을 제안한 '로벤스 보고서'를 수용해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했다. 1960년대부터 안전보건 법·제도를 갖추고 감독관 증원, 불시 감독 등 정책을 펼쳤지만 촘촘한 규제만으로 사고사망 재해를 줄일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기 때문이라는 게 전 교수의 설명이다.
이에 영국 정부는 사업주가 위험성평가를 시행해 자신의 사업장에 적용할 법과 행위규범을 스스로 결정하는 대신, 자율적으로 제정한 규범 이행을 증명해야만 산안법 위반 형사 재판에서 면책을 받을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전 교수는 영국식 '자율규제' 개념과 관련, "유해위험 요인 대해서 정부가 관리 표준을 만드는데 사업장에서는 우리 사업장의 위해요인에 맞는 표준이 뭔지 보고 적용하는 것"이라며 "사업장에서 우리는 공정과 인력 운영이 다르니까 변형한다는 거고, 그걸 국가가 인정해준다"고 부연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사고가 나면 사업장이 그렇게 자율적으로 조정한 것이 맞는지 그 당시의 기술적인 수준이나 컨설팅한 사람들의 능력, 회사 규모, 동종업종 등을 고려해서 사후적으로 평가를 하고 책임을 묻는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자율규제가 어마어마한 부담"이라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그러면서 "영국식 자율은 규제 완화와 관련이 없다"며 "(정부의 중대재해 감축 정책이) 앞으로 자율안전 기조로 간다면 정부가 원하는 자율은 이런 개념이라고 확실하게 의견을 표명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발제자인 정진우 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처벌·규제 중심의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 교수는 "법과 정책이 공포 분위기 조성으로 치달으면서 기업들은 안전원리보다는 당장의 생존을 위한 방안을 강구하는 데 치중하고 있다"며 "대기업조차 안전역량을 체계적으로 향상시키기보다 당자의 형사처벌을 피하는 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산재예방 공공기관 직원 수가 양적으로 대폭 늘어났지만 법과 정책이 거칠고 직원들의 전문성이 부족해 행정역량은 오히려 후퇴했다는 평가가 중론"이라며 "전문성과 진정성보다는 보여주기가 법과 정책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정 교수는 기업 스스로 사업장 내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해 개선대책을 수립·이행하게 하는 '위험성평가' 제도를 내실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자율안전관리의 핵심은 위험성 평가"라며 "재해예방선진국은 위험성평가를 법적 의무사항으로 강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동계 토론자로 참석한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중대재해법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나. 지금 기소되고 재판 한 건 밖에 진행이 안 돼 있다"며 "산업안전법이 중대재해법의 취지에 부응해서 제도를 정비하고 사업장이 예방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발목이 잡혀있다"고 반박했다.
고용부는 2026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중대재해를 감축하기 위한 로드맵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6월부터 전문가, 노사단체, 각계각층과 간담회를 갖고 세 차례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고용부는 지금까지 수렴된 의견을 반영해 로드맵을 완성하고 이달 중 공개할 예정이다.
권기섭 고용부 차관은 "기업의 다른 모든 업무와 마찬가지로 안전관리도 사업주, 근로자, 관리자 등이 책임을 다할 때 최대의 성과가 나올 수 있다"며 "그러나 많은 사업장에서 안전보건은 안전보건 스태프의 일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게 남아있다"고 했다.
권 차관은 "이런 사업장에서는 안전이 남에게 맡기는 것이 돼 안전보건 주체의 책임있는 행동은 사라지고 안전보건관리시스템은 서류상으로만 존재한다"며 "노사가 협력해 사업장에 숨겨진 위험을 찾아내고 사업장 특성에 맞는 안전보건 대책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fine@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8번 이혼' 유퉁 "13세 딸 살해·성폭행 협박에 혀 굳어"
- 女BJ에 8억 뜯긴 김준수 "5년간 괴롭혀…피해자 6명↑"
- '선거법 위반' 혐의 이재명, 1심서 의원직 박탈형
- "승차감 별로"…안정환 부인, 지드래곤 탄 트럭 솔직 리뷰
- 가구 무료 나눔 받으러 온 커플…박살 내고 사라졌다
- 허윤정 "전 남편, 수백억 날려 이혼…도박때문에 억대 빚 생겼다"
- 반지하서 숨진 채 발견된 할머니…혈흔이 가리킨 범인은
- 탁재훈 저격한 고영욱, "내 마음" 신정환에 애정 듬뿍
- '순한 사람이었는데 어쩌다'…양광준 육사 후배 경악
- 태권도 졌다고 8살 딸 뺨 때린 아버지…심판이 제지(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