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헬스케어포럼] “첨단 바이오 시장은 이제 시작...기술 경쟁력 있지만 자금난·인력난이 숙제”
“신산업으로 기술 격차 거의 없어, 일부는 세계 선도 중”
“인력 부족·외부 투자 유치 어려워…인식 전환 필요”
“일반적 방법으로 국내서 글로벌 기업 나올 가능성 0%” 지적도
국내 바이오 산업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현재 한국이 보유한 첨단 바이오 기술이 세계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시장이 새롭게 열리고 있는 단계라 기술 격차가 별로 크지 않고 투자와 연구에 집중한다면 충분히 기술을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이런 낙관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자금난과 인력난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당장 눈앞의 시장만 보지 말고 장기적 관점에서 다양한 투자가 활성화돼야 하며, 여러 신산업 분야와 마찬가지로 인력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현실적으로 국내에서 글로벌 기업이 나올 확률은 ‘0%’라는 쓴소리도 나왔다.
국내 바이오 업계 전문가들이 10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조선비즈가 개최한 ‘2022 헬스케어이노베이션 포럼(HIF)′에 참여해 산업 경쟁력과 향후 발전 방향을 논의했다.
‘최전선에서 보는 첨단 바이오 혁신의 과제’를 주제로 마주 앉은 산업계 대표들은 약 40분에 걸쳐 의견을 주고받으며 “국내 기술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 있다”라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 “한국 바이오, 세계 시장서 경쟁력 있다”
이날 좌장을 맡은 이병건 지아이이노베이션 회장은 “글로벌 회사들과 차이점과 기술동향과 그들과 비교해 우리가 가지는 장단점을 수치화할 수 있다면 어느 정도가 되는지”라고 물었다.
유종만 오가노이드사이언스 대표는 “오가노이드에 국한하면 이제 새롭게 시작되는 분야로, 2010년 초반에 분야 정의된 이후 상용화에 가깝고 의미 있는 매출 올리는 회사는 많지 않다”라며 “재생치료제는 일본이 임상에 진입해 환자에게 투여를 시작했는데 우리나라도 내년에 임상 들어갈 예정이라 6개월에서 1년 차이가 나지만, 신약 개발 일정 비교하면 큰 차이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배신규 엠디뮨 대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격차를 좁히고 있는 상황으로, 지금 하고 있는 엑소좀 분야는 기술 역사가 오래되지 않다 보니 기술 격차 크지 않다”라며 “오히려 한국은 국제 학회가 생기기 전부터 먼저 연구를 진행해왔기 때문에 세계를 선도하는 경쟁력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동기 올릭스 대표도 “처음 회사를 만들 때 RNA(리보핵산) 간섭 기술 자체가 큰 진전이 없었고 연구를 하다보니 특허도 회피해서 나름의 비즈니스를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이민우 듀셀바이오테라퓨틱스 대표는 “인공혈액 분야에서 일본 회사가 지난해 처음으로 임상에 진입했고, 영국 대학교수가 처음으로 인공 적혈구 임상에 진입했다”라며 “그만큼 기술이 앞서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기술 자체가 진입 불가능한 기술이 아니기 때문에 얼마나 효율적이고 빠르게 임상이나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느냐는 성공의 갈림길에 서 있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얼마나 대량생산할 수 있는지가 관건인데, 수율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느냐가 핵심 키”라고 덧붙였다.
◇”인력 부족, 투자 활성화돼야…바이오·제약 먹거리 인식 필요”
바이오 기업 대표들은 이날 기술력에 대한 낙관론을 내놓으면서도 현재 처한 어려움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이동기 대표는 “올리고핵산치료제를 만들며 힘들었던 것은 인력이었다”며 “코스닥 상장 후 미국 보스턴과 샌디에이고에 설립한 이유는 필요 인력을 현지에서 수급하기 위한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호흡을 길게 봐야 할 바이오텍을 일반 상장 기업과 같은 잣대로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국내 바이오텍은 기술특례로 보통 상장한 후 매출과 적자에 대해 면제를 받는데 3년 이후에는 코스닥 다른 기업과 같은 회계기준을 적용 받는다”며 “고시 준비하는 고시생한테 3년 이후 돈 벌라고 하면 패스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배신규 대표는 “혁신은 실패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성공을 위해 10번의 실패가 필요한 기술이라면 1년에 한 번 실패하면 10년이 걸리고, 1년에 3번씩 많이 실패하면 3년 만에 성공할 수도 있다”라며 “정부, 투자자가 이를 용인하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종만 대표는 “한국에서 세계적인 회사가 나오려면 일반적인 방법으로 하는 건 ‘제로(0)’에 가깝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대기업들이 앞장서서 바이오산업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성장할 수 있다”라며 “앞으로 바이오·제약이 먹거리라는 국민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라며 인식의 전환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병건 회장은 “국내 제약사들의 1년 연구비가 4조원이 안 되는데 미국 화이자는 지난해에만 17조원을 썼다”라며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글로벌 회사들과 경쟁력을 갖추기 쉽지 않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바이오가 대한민국 성장동력이 되려면 새로운 분야에 빠르게 진출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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