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IMF’…바베이도스 총리가 쏘아올린 기후금융 논의[COP27]
기후 부채탕감 등 제안
가디언 “기후 마셜플랜”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2차 세계대전 이후 만들어진 세계 금융시스템을 개혁하는 것이 가능할까.
몽상처럼 들리는 아이디어가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진행되고 있는 제27차 유엔 기후변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주목받고 있다. 중남미 카리브해의 섬나라 바베이도스의 미아 모틀리 총리가 제안한 아이디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은 2차 세계대전으로 파괴된 국가를 재건한다는 목적으로 1945년 설립됐다. 대출이나 보조금을 형태로 개발도상국에 돈을 빌려줘 경제개발을 지원한다. 대출 특성상 가난한 국가들은 부유한 국가들보다 더 높은 이자를 물어야 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태풍, 홍수, 가뭄, 화재 등이 빈번해지면서 이 같은 시스템은 오히려 개도국을 더욱 옥죄고 있다. 재해를 입은 취약국이 IMF나 세계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려 재해를 복구해도 연이어 재해가 찾아오고 있어서다. 2017년 허리케인 마리아로 GDP대비 226%의 피해를 본 도미니카공화국이 대표적인 사례다.
바베이도스 출신인 아비나시 페르사우드 영국 그레샴 칼리지 명예교수는 카리브해 지역 국가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수준이 평균 90.1%에 달한다며 “(이 지역) 부채증가분의 50%가 자연 재해 때문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파키스탄 시민단체 ‘인더스 콘솔티움’의 활동가 피자 나즈 큐레쉬도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지난 여름 파키스탄의 홍수 피해 복구 비용은 300억달러로 추산된다. 세계은행은 피해 복구를 위해 20억달러를 빌려주겠다고 했지만 지금 파키스탄은 대출금을 갚을 능력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돈을 빌려주는 것은 기후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모틀리 총리와 페르사우드 교수는 취약국이 겪는 ‘기후충격’과 ‘부채위기’의 악순환을 해결하기 위해 의기투합했다. 모틀리 총리는 지난해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에서 “지구온도 섭씨 2도 상승은 우리에게는 사형선고”라며 IMF가 특별인출권(SDR)을 활용해 6500억달러(약 898조원)의 준비금을 마련하라고 제안했다. SDR은 필요한 국가에 담보 없이 즉시 돈을 빌려주는 권한이다. 주요20개국(G20) 국가들은 COP26에서 기후위기 취약국에게 자금을 더 많이 분배하는 데 동의했다.
모틀리 총리는 이후 전문가들과 함께 아이디어를 더욱 발전시켜나갔다. 페르사우드 교수에 따르면 IMF가 내놓은 돈을 바탕으로 해 화석연료 회사의 이익에 2%의 세금을 물리고 선진국의 기금 마련과 민간 자본까지 끌어모으면 개도국과 취약국이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2조달러(약 2765조원)의 자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모틀리 총리는 이에 더해 기후피해로 인한 부채 상환을 일시 중지하고 빈곤국의 부채탕감도 논의해야 한다고 지난 7일 COP27 정상회의에서 밝혔다. 이 방안은 바베이도스의 수도 이름을 따 ‘브리지타운 구상’이라 불린다. 가디언은 “기후 마셜플랜”이라고 평가했다.
모틀리 총리의 노력은 국제 대출기관 수장들을 움직이고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9일(현지시간) “세상이 극적으로 바뀌었다”며 모틀리 총리의 ‘브리지타운 구상’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도 “요청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관건은 IMF와 세계은행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미국 정부의 움직임이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달 세계은행에 올해 말까지 “진화 로드맵”을 마련해 줄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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