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위기에 베팅'…글로벌 PEF 실적 악화에도 투자 늘렸다

김성훈 2022. 11. 10.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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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PEF 3분기 실적 일제히 감소
밸류 하락·자산 매각 둔화 등이 원인
꺽인 실적에도 투자 규모 확대 눈길
"장기침체는 없을 것…위기 속 베팅"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시장 침체가 비단 국내만의 문제는 아닌듯하다. 많게는 수천조의 자산을 굴리는 글로벌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들도 3분기 실적 악화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치솟는 금리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국면에 능사가 없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PEF 운용사들이 보유한 투자처 밸류에이션(기업가치) 하락과 높아진 차입비용, 자산 매각 둔화 움직임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다만 PEF 운용사들은 일시적인 흐름일 뿐 장기 침체로 가진 않을 것으로 보는 모습이다. 도리어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며 투자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글로벌 PEF 3분기 실적 하락…경기 둔화 여파

10일 각 운용사 발표 실적과 주요 외신 내용을 종합하면 글로벌 PEF 운용사들은 올해 3분기 지난해보다 하락한 실적을 받았다. 3분기 기준 9510억 달러(1302조원)의 자산을 굴리는 세계 최대 운용사인 블랙스톤(Blackstone Inc)은 지난달 발표한 올해 3분기 분배 가능 수익(distributable earnings)이 13억7486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6억3527만 달러) 대비 16% 감소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블랙스톤이 거둬들인 회사 순이익(net profit)은 4억260만 달러로 지난해 3분기(10억 3000만 달러)와 비교해 무려 61% 급감했다. 부동산과 사모·헤지펀드를 포함한 자산 매각 둔화 흐름이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 이후 이뤄진 컨퍼런스콜에서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이 지정학적 혼란과 결합하면서 투자자들이 탐색하기 매우 어려운 환경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한국계 이규성(57)씨가 최근 대표 자리에서 물러난 PEF 운용사 칼라일 그룹(Carlyle Group)도 지난 9일(현지시각) 발표한 3분기 분배 가능 수익이 6억4440만 달러로 지난해 3분기(7억 3060만 달러)보다 12% 줄었다고 발표했다. 특히 사모 부문 수입 감소가 실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칼라일 CFO(최고재무책임자)인 커트 버서(Curt Burser)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시장이 더 어려워지면서 (자산을) 판매하기가 더 어려워진 상황이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한국계 조셉 배가 공동 대표로 있는 KKR(콜버츠크래비츠로버츠)도 3분기 분배 가능 수익이 지난해 9억2510만 달러에서 올해 8억 2370억 달러로 1년 새 11% 감소했다. 카카오모빌리티 등 국내 투자에 적극적인 TPG(텍사스퍼시픽그룹)는 올 3분기 분배 수익이 1억13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2억8300만 달러)과 비교해 60% 급감했다. 사모펀드와 부동산 분야 전반에 걸친 자산 판매 급락에 따른 결과라는 게 월가의 시각이다.

TPG CEO인 존 윙클리드(Jon Winkelried·오른쪽)는 “여전히 적절한 투자 기회가 있는 흥미로운 환경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사진=AFP)
위기에 베팅…“시장 침체 오래 가지 않을 것”

다만 이들 운용사는 현 상황이 오래가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KKR 공동 CEO인 조셉 배와 스콧 너텔(Scott Nuttall)은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의 경험에 따르면 시장 혼란은 투자 기회를 창출하고 (KKR은)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강조했다.

TPG CEO인 존 윙클리드(Jon Winkelried)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우리의 입장은 과거와 현재가 동일하다”며 “여전히 적절한 투자 기회가 있는 흥미로운 환경이라고 생각한다”며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실제로 이들 PEF 운용사는 실적 악화에도 도리어 투자를 늘리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블랙스톤은 3분기에만 신규 인수에 313억 달러를 투자하고, 450억 달러의 신규 자본을 조달하면서 총 관리 자산을 9510억 달러까지 늘렸다.

KKR도 3분기 160억 달러 투자와 130억 달러의 신규 자본을 조달하며 관리 자산을 전년 동기 대비 8% 늘렸다. 칼라일은 같은 기간 105억 달러를 투자하고 60억 달러의 신규 자본을 조달했고, TPG도 25억 달러 투자에 신규 자본을 82억 달러 늘렸다.

단기 수익성이 꺾인 것은 맞지만,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지금을 적기로 보고 도리어 투자를 늘린 것이다. 최근 글로벌 PEF 운용사들이 국내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선 상황과도 연관이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한 PEF 운용사 관계자는 “자금 운용에 여유를 보이는 상황에서 현재 실적 감소는 크게 개의치 않을 것”이라며 “각국 자본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을 십분 이용해 합리적인 가격에 투자하려는 흐름이 더 거세질 것이다”고 말했다.

김성훈 (sk4h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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