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으로 향하는 바이든과 트럼프···‘안도’ 대 ‘비판’ 엇갈린 중간선거 성적표
8일(현지시간) 실시된 미국 중간선거 최종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워싱턴 정가의 관심은 2년 뒤 대선으로 향하고 있다. 특히 2024년 대선 전초전 성격을 띤 중간선거에서 희비가 다소 엇갈린 성적표를 받아든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바이든 대통령은 예상보다 선전하면서 조기 레임덕 위기에서는 벗어났다는 평가다. 반면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둔 공화당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 책임론이 분출되기 시작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9일 백악관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고 “‘레드 웨이브(공화당 바람)’는 일어나지 않았다”면서 “민주주의를 위해, 미국을 위해 좋은 날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선 도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중간선거 결과와 관련 없이 다시 출마하는 것이 나와 질(바이든 여사)의 의도였다”며 내년 초 재선 도전 결정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차기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중에 누가 더 위협적인 경쟁자냐는 질문에는 “둘이 다투는 것을 지켜보는 게 재미있을 것”이라며 농담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면서 대선 재도전 계획까지 밝힌 것은 민주당의 ‘참패’로 귀결되리란 당초 예측을 깨뜨린 선거 결과에 안도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하원 주도권을 공화당에 내줬지만 차이가 근소하고, 상원에서는 팽팽한 승부가 이어지는 가운데 펜실베이니아에서 값진 1석을 공화당으로부터 가져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하원에선 지난 40년간 민주당 대통령의 첫 번째 임기에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가장 적은 수의 의석을 잃었다”고 말했다.
9일 밤 기준 CNN·ABC·뉴욕타임스 등의 집계를 보면 하원에서 공화당은 207~211석, 민주당은 189~197석을 각각 확보해 두 당의 의석수 차이가 14~18석으로 나타났다. 아직 개표가 진행 중인 선거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올해 민주당은 1934~2018년 역대 중간선거에서 여당이 잃은 의석수 평균치(하원 28석, 상원 4석)보다는 양호한 결과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낮은 국정운영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중간선거에서 선전을 거두면서 민주당 일각에서 나오던 대선 불출마 요구는 당분간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화당의 하원 장악으로 국정 동력이 약화된 것은 분명한 부담이다. 공화당의 입법 저지로 경제 분야에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재선 도전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
‘레드 웨이브’를 장담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선거 결과 때문에 당 안팎의 비판에 직면했다. 공화당과 보수 진영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부적격 논란이 된 후보들을 대거 지원한 것, 또 후보 지원 유세에서도 자신의 대선 재도전을 더 홍보한 것 등이 공화당 압승 시나리오를 좌절시켰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중간선거가 ‘바이든 대 트럼프’ 구도로 전개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에 강한 반감을 가진 민주당과 무당파 지지층을 결집시킨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공화당이 “매우 큰 승리”를 거뒀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중간선거 결과와 관련 “어떤 측면에서 좀 실망스럽기는 하지만 개인적 관점에서 보면 매우 큰 승리”라며 “219승 16패, 누가 이보다 더 잘했느냐”고 주장했다.
다음 주 ‘중대 발표’를 예고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레이스에 얼마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참모들이 조지아주 결선투표 이후로 대선 출마 선언을 미룰 것을 조언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당내 유력 경쟁자 드샌티스 주지사의 급부상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도전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드샌티스 주지사가 큰 차이로 재선에 성공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대신할 유력 경쟁자로 주목받고 있다. 공화당은 특히 그가 히스패닉 유권자가 과반을 차지하는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에서 득표율 55%의 기록을 세운 점을 들어 향후 대선에서 승부를 가를 히스패닉 유권자 지지를 확보할 만한 능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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