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참사 날 고향 갔다온 용산구청장 ‘축제 초청’ 해명 거짓이었다
당초 “축제 참석”은 논의 대상에도 없어
왕복 9시간반 걸려 의령군수와 30분 면담
용산구 “면담 전에는 집안어른들께 인사”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일 고향인 경남 의령에서 의령군수를 만나 외국인 단기 계절근로자 추진 지원 등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용산구는 수차례 지역축제 행사 초청을 받아 방문했다고 했던 것과 전혀 다른 목적으로 의령을 방문했던 것으로 드러나 ‘말 바꾸기’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경향신문이 10일 확보한 용산구의 ‘자매도시(의령군) 기관장 면담 참고자료’를 보면, 박 구청장과 의령군수와의 면담은 지난달 29일 오후 1~3시로 예정됐었다. 면담의 주요 제안사항은 2가지로 박 구청장이 의령군에서 생산된 특산품 구매를 홍보하는 것과 의령군의 외국인 단기 계절근로자 사업을 추진 지원하는 내용이다. 이 문서는 지난 두 단체장이 만나기 전인 9월21일 용산구가 작성한 것이다.
용산구는 ‘외국인 단기 계절근로자 추진 지원’에 대해 “농번기 일손 부족 현상 해소를 위해 (의령군이) 외국인 단기 계절근로자 사업 도입 시 용산구의 자매도시인 베트남 퀴논시와 양해각서(MOU) 체결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라고 문서에 담았다. 특산물 구매 홍보도 의령군 공식 쇼핑몰에 대한 홍보를 지원하겠다는 수준이다. 당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사안들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용산구는 이를 근거로 박 구청장의 의령 방문을 공무라고 주장했지만, 의령군수 면담은 30분 가량에 불과했다.
용산구는 앞서 이태원 참사 직후 박 구청장의 의령 방문에 대해 지역축제 초청 공문을 받아 다녀온 것이라고 수차례 밝혔었다. 그러나 이번 내부 문서가 공개되면서 지역축제와 상관 없는 방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 구청장이 의령을 방문한 것은 축제 개막 하루 뒤였으며, 개막식에는 영상으로만 축하메시지를 보냈다. 특히 용산구가 의령군에서 축제 관련 방문 초청 공문을 받은 것도 의령 방문 일정이 2주 가량 지난 4일이었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용산구 관계자는 이날 “구청장이 새로 취임하면 통상적으로 자매도시 방문이 이뤄져 왔다”며 “한 달 전 계획한 일정”이라고 밝혔다. 의령군수 면담 전후의 박 구청장 일정과 관련해서는 “면담 전에는 집안 어른들께 인사했고 면담 후에는 바로 서울로 올라온 걸로 안다”며 “축제에는 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당일에 집안 시제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있었다”고만 답했다.
용산구는 ‘축제에 참석하지 않고 군수를 짧게 만나는 일정을 개인용무가 아닌 공무로 볼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구 관계자는 “29일은 토요일이었다. 개인일정과 공무가 겹친 주말 일정이라고 봐야 한다”고 답했다. 용산구는 지난 9일 배포한 해명자료에서는 “참사 당일 의령군 출장이 공무가 아닌 개인 용무였다는 일부 의혹제기는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었다.
한편 박 구청장은 참사 당일 오전 6시20분 서울에서 출발해 오전 11시30분 의령군에 도착했다. 이후 오후 2시 의령군수를 만나 약 30분간 면담을 실시했으며 오후 4시쯤 의령에서 출발해 오후 8시20분쯤 서울에 도착했다. 왕복 9시간30분 가량을 들여 의령군수를 30분 만나고 온 셈이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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