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거래절벽 속 부동산규제 완화, 업체 부도 우려 기민 대처해야
(서울=연합뉴스) 정부가 10일 서울과 경기 성남(분당·수정), 과천, 하남, 광명을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을 부동산 규제지역에서 해제하는 등 냉각된 부동산 시장에 훈풍을 불어넣기 위한 정책을 발표했다. 지난 9월 세종을 뺀 지방 전 지역과 수도권에선 경기 외곽 지역 일부까지 규제지역을 해제하는 큰 폭의 규제 완화를 단행했는데, 이번엔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세종 규제지역도 대거 풀었다. 이와 함께 대출 규제도 완화해 다음 달 1일부터 무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50%로 일원화하고, 투기과열지구의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키로 했다. 또 건설사의 자금난 완화를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준공 전 미분양에 대해서도 5조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을 신설하고, HUG의 PF 보증을 중소형 사업장을 중심으로 종전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재건축 안전진단 제도 개선안도 12월 초로 앞당겨 공개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급격한 금리인상과 주택가격 하락 우려에 부동산 거래절벽이 심화하면서 이달 아파트 입주 전망 지수가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1월 전국 아파트 입주전망지수는 46.3으로 전월(47.6)보다 1.3포인트(p) 하락했는데, 전국·수도권·기타지역 입주전망지수가 모두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또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 대비 0.38% 하락했다. 이는 2012년 5월 부동산원이 시세 조사를 시작한 이후 주간 기준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라고 한다. 전국, 수도권 아파트값도 각각 0.39%, 0.47% 하락해 지난주 역대 최대 하락폭을 경신했다. 금리 인상 기조 속에 매수자들이 실종되면서 주택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특히 건설·부동산 업계는 그야말로 시한폭탄을 떠안은 분위기라고 한다.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따른 공사비 인상으로 어려움이 커진 가운데 분양시장이 올해 들어 급랭한데다 자금조달 창구까지 막혔기 때문이다. 대한건설협회의 한 관계자는 최근 "집값 하락으로 미분양이 늘고 입주 차질까지 발생하면 시행사, 건설회사, 하청업체들까지 줄줄이 타격을 받는다"며 "현금 조달이 어려운 일부 업체들의 연쇄 부도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날 조치로 규제가 해제된 지역의 부동산 시장은 반색하는 반응을 보였지만 일부에서는 고금리 등의 이유로 당장 부동산 거래가 회복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번 조치가 부동산 시장 연착륙에 기여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금리가 치솟는 상황에서 매수심리를 되살리기에는 제한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고 한다. 집값이 하락하고, 금리 인상으로 대출 이자 부담은 커진데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여전히 묶여 있는 등의 이유에서다. 일부 전문가들은 서울 조정대상 지역 해제 등 좀 더 과감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일각에선 금리가 이미 너무 높아져 정부 대응이 늦었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지금 우리 경제는 고금리·고물가·고환율·저성장의 복합 위기를 겪으며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더욱이 레고랜드 사태와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권(콜옵션) 행사 번복 논란 등으로 국내 금융시장 신뢰가 타격을 입었다. 이런 와중에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한 일부 건설업체들의 연쇄 부도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우리는 과거 IMF(국제통화기금) 체제에 들어가는 뼈아픈 고통을 겪은 바 있다. IMF 사태는 1997년 1월 당시 재계 14위인 한보그룹이 한보철강의 부도로 도산하면서 시작된 대기업 연쇄 부도 사태가 크게 작용했다. 물론 지금 우리 경제는 그때와는 다르다. 하지만 지금처럼 민감한 시기에 당국은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선제적이고 기민하게 대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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