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몽드 저널리즘 축제에 시민 6000명 모인 이유

윤수현 기자 2022. 11. 10.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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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리더십 컨퍼런스(조선일보), 세계지식포럼(매경미디어그룹) 등 국내 신문사들도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하지만 르몽드처럼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행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신문사들이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저널리즘 행사를 개최해도 르몽드처럼 수천 명이 방문할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또한 르몽드는 정기적으로 기자들을 학교로 보내 언론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를 소개하고, 매달 12~15명의 독자를 본사로 초청해 4시간가량 미팅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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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마을에 6000명 다녀간 비결은 '독자와의 소통'
매달 질문 받아 답변, 독자는 본사 초청하고 기자들은 학교로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2022년 7월15일, 마을 주민이 370여 명에 불과한 프랑스 남서부의 시골 마을 쿠튀르 쉬르 갸론(Couthures sur Garonne)이 활기를 띠었다.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 동안 6000여 명이 마을을 방문했다. 프랑스 유력 신문사 르몽드가 개최한 '국제 저널리즘 페스티벌' 참가자들이다.

아시아리더십 컨퍼런스(조선일보), 세계지식포럼(매경미디어그룹) 등 국내 신문사들도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하지만 르몽드처럼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행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 학계·기업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협찬이 주목적인 '수익성 사업'으로 분류할 수 있다. 신문사들이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저널리즘 행사를 개최해도 르몽드처럼 수천 명이 방문할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국제 저널리즘 페스티벌 공식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언론사가 나아가야 할 길은 “독자와의 관계 구축”

'국제 저널리즘 페스티벌'이 성황리에 끝난 배경에는 르몽드의 체계적인 독자 관리가 있다. 오랜 기간 독자와의 소통을 통해 신뢰를 형성하고, 참여 동기를 만들어낸 것이다. 10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개최한 '2022 저널리즘 주간'에서 발표를 맡은 질 반 코트 르몽드 독자서비스국 책임자는 “핵심은 구독자와의 관계를 구축해나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르몽드는 △홈페이지 내 커뮤니티 섹션 구축 △교육기관 세미나 및 독자 본사 초청 △정기적인 질의응답 이벤트 개최 등을 시도했다. 르몽드는 커뮤니티 섹션인 'le monde & vous'에서 르몽드의 역사, 비즈니스 모델, 취재 방식 및 방향, 활동 등을 소개하고 있다. 코트 책임자는 “누구나 르몽드 홈페이지에 접속해 우리에 대해 알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르몽드는 정기적으로 기자들을 학교로 보내 언론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를 소개하고, 매달 12~15명의 독자를 본사로 초청해 4시간가량 미팅을 진행한다. 초청받은 독자는 신문 제작과정 전반을 확인할 수 있으며 뉴스룸 미팅을 할 수 있다. 코트 책임자는 “언론인과 독자가 시간을 공유하는 건 모두에게 중요하다”고 소개했다.

르몽드는 매달 첫 번째 화요일 커뮤니티 섹션을 통해 독자들의 질문을 받는다. 독자들이 질문을 등록하면 기자들이 이를 답변하는 형식이다. 독자들은 르몽드와 관련된 모든 주제에 대해 질문할 수 있다. 코트 책임자는 “누군가는 '내색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확신했다.

▲르몽드 커뮤니티 섹션 'le monde & vous' 홈페이지 갈무리.

정례화된 독자 소통…'건강한 수익구조'로 이어져

11월1일에는 19개의 질문과 답변이 소개됐다. 한 독자는 “프랑스 언론이 자유롭다고 단언할 수 있는가. 편집권 침해 영향을 어떻게 받지 않을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르몽드는 “(편집권 침해에 대한 해결책은) 편집 독립이다. 르몽드 그룹 주주와 이사들은 편집내용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독자는 “매체를 구독해서 광고를 피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르몽드 기사에서 광고를 발견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르몽드는 “광고는 수입 4분의 1을 차지하기 때문에 경제적 균형을 위해 필요하다. 광고는 편집권 독립을 보장하고 새로은 프로젝트의 재원이 된다”면서 “구독자 전용 기사를 읽을 때는 방해가 되지 않도록 단일 위치에 광고가 배치된다”고 했다. “왜 르몽드는 UFO에 대해 취재하지 않는가”라는 질문도 있었다.

이 같은 소통 강화는 '건강한 수익구조'의 밑바탕이 됐다. 르몽드 매출의 46.9%는 구독에서 나온다. 광고 매출은 22.9%에 불과하다. 온라인·오프라인 구독자는 50만 명, 한 달 홈페이지 방문자 수는 2억 명에 달한다. 코트 책임자는 “젊은 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틱톡을 이용하기도 한다. 르몽드의 새로운 채널을 이용하는 독자는 10대 후반이다. 신세대와 기존 독자를 활용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1023일 발간한 '한겨레 신뢰보고서 2022'

한겨레 서포터즈 벗…“새 독자 마련하고 재정적 기반 마련 취지”

한국언론 중 독자와의 접점을 강화하고 있는 곳은 한겨레다. 한겨레는 지난해 5월 후원모델인 '서포터즈 벗'을 출범했다. 종이신문 중 최초의 시도다. 물론 한겨레 후원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건 아니다. 하지만 낮은 이탈률을 기록하면서 지속가능성을 봤고, 무엇보다 후원제를 통해 젊은 독자들이 유입됐다는 점이 성과로 꼽힌다. 정환봉 한겨레 소통데스크는 “한겨레의 창간모델을 디지털로 전환한 것”이라며 “새로운 독자를 발굴하고, 재정적 기반을 마련하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겨레는 지난달 23일 국내 언론사 중 처음으로 '신뢰보고서'를 발간했다. 한겨레는 신뢰보고서를 통해 편집국 신뢰 회복 노력 및 현황, 외부에서 바라본 한겨레 신뢰 등을 소개했다. 특히 한겨레는 부록 '다양성 보고서'에서 구성원들의 연령과 성별을 공개했다. 정환봉 데스크는 “일반적인 내용이 들어갔지만, 이걸 정리해도 역사가 되고 자료가 된다”면서 “특히 다양성 보고서는 축적을 해가는 자료가 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양정애 언론재단 책임연구위원은 국내 언론사 독자·시청자 소통 담당자 27명을 인터뷰한 결과를 소개했다. 양 위원은 “인력과 예산 부족은 대부분 인터뷰이가 공통적으로 지적한 문제”라며 “상황이 상대적으로 나은 지상파라고 해도 예외가 아니다. 독자·시청자 소통 업무가 체계화돼있지 않고 분산돼 있는데 대한 지적도 많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시청자위원회·독자위원회가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은 하나 마나 한 지적이다. 어떻게 시스템을 내실 있고 실효성 있게 만드는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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