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규 "의상은 빨간 팬티 하나…애드리브로 유쾌함 더했죠"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빨간색 팬티만 입고 출연하는 건 전혀 문제가 아니었어요. '제발 옷 좀 입혀주라'는 시청자 반응이 형수라는 캐릭터를 호감 품고 봐주는 것 같아서 좋더라고요. 아, 보기 불쾌해서 옷 입히라는 건데 제가 착각한 건가요? (웃음)"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몸값'에서 주인공들로 열연한 배우 진선규, 전종서, 장률을 지난 9일과 10일 화상으로 만났다.
'몸값'은 동명의 단편영화(이충현 감독)가 원작이다. 성매매와 장기매매로 사람의 몸값을 흥정하는 사람들을 다룬 원작에 지진으로 건물이 무너진 재난 상황을 덧대 이야기를 확장했다.
성 경험이 없는 고등학생을 상대로 성매매를 하려던 노형수(진선규 분), 성매매로 유인한 남성을 장기매매로 넘기는 연결책인 박주영(전종서), 아버지의 수술을 위해 신장을 사러 온 고극렬(장률) 등이 붕괴한 건물에서 살아나가기 위한 광기의 사투를 벌인다.
대부분의 장면을 빨간색 속옷에 장화만 신고 촬영한 진선규는 "원작을 아주 감명 깊게 봤던 팬 중 한 명이었다"며 "원작에서 형수 캐릭터는 세고 무서운 이미지지만, 저는 형수가 어리숙하면서도 의외로 똑똑하게 행동하는 유쾌한 캐릭터로 묘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180분 동안 전개를 끌고 가려면 전체적인 분위기가 너무 삭막하거나 무서우면 안 될 것 같았다. 형수는 분명 못된 인물이지만, 관객이 형수의 나쁜 모습을 잊고 살기 위한 본연의 모습에 집중하길 바랐다"고 밝혔다.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진선규는 "어떻게 보면 말도 안 되는 농담"들을 시도했다고 한다. 도끼를 든 형제에게 쫓기는 와중에 얼굴에 미스트를 뿌리거나, 팬티만 입은 모습이 부끄럽다며 위험한 상황에서 고극렬을 앞세우는 장면 등은 진선규의 애드리브(즉흥 연기)로 탄생한 장면이다.
눈 깜짝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며 노형수를 쥐락펴락하는 박주영으로 함께 호흡을 맞춘 전종서도 "악역인 캐릭터가 꼴 보기 싫으면서도 매력적으로 느껴지길 바랐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그동안 선택해온 캐릭터들은 불안하고 절망에 빠져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제가 연기한 캐릭터를 보며 시청자분들이 나름의 유머를 느끼시길 바랐다"고 전했다.
"'5년 전에 '몸값'이 공개됐다면 지금과 같은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낼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어요. 그때와 비교해 요즘 대중들은 해소하고 싶은 여러가지 욕망들이 더 커졌다고 생각하고, 그런 부분을 연기자로서 시원하게 풀어드리고 싶었어요. 거침없고, 솔직한 쾌감이 있는 작품으로 봐주시는 것 같아서 기뻐요."
'몸값'은 회당 분량이 30분인 6부작 미드폼으로 빠른 전개와 빨려드는 듯한 몰입감으로 장르물 마니아 사이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촬영을 끊어서 하지 않고, 쭉 이어가는 '원테이크' 촬영법을 택해 긴박감과 현장감을 높였다는 평을 받는다.
배우들은 짧게는 5분, 길게는 15분에 달하는 한 컷 촬영을 위해 무수한 연습과 리허설을 거쳤다고 한다.
장률은 "수많은 배우들이 합을 맞춰야 했는데, 모두가 같은 목표를 갖고 집중하는 순간에 어마어마한 힘이 느껴졌다. 하나의 거짓된 호흡 없이 촬영팀, 조명팀, 배우 등의 합이 맞아떨어지는 순간들이 있는데, 그때 감독님이 '컷'을 외치시면 모두가 '좋았다!'고 외쳤다"고 회상했다.
장률은 원테이크 촬영 중 흔들림 없는 연기를 선보이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했다고 한다.
"연기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으면 무조건 선배님들께 질문했어요. 한번은 진선규 선배님한테 '이 장면에서 고극렬은 코로 숨을 쉴까요? 입으로 숨을 쉴까요?'라고 여쭤봤는데, 선배님이 친절하게 대답해주시고는 그날 저녁 국밥을 사주시면서 '그런 질문은 좀 아니지 않냐'고 한마디 하시더라고요. (웃음)"
2004년 연극 '거울공주 평강이야기'로 데뷔해 지난 18년 동안 수많은 무대에 올랐던 진선규에게도 원테이크 촬영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고 한다.
"저수지를 헤엄쳐 나오는 장면에서 저희는 진짜 저수지 한 가운데에서 내렸어요. 드론 카메라를 띄워서 저희가 150m 정도를 수영해서 나오는 과정을 담았고, 물가로 헤엄쳐 나오면 그때 숨어있던 카메라 팀이 달려 나와서 드론에 걸려있던 카메라를 끄집어내고 바로 연결해서 찍었거든요. 이걸 4번 정도 촬영하고 나니 진이 다 빠져서 감독님께 '살려달라'고 매달렸죠."
전종서도 저수지에서 촬영한 장면을 가장 고됐다고 꼽았다. 그는 "올챙이가 부화하는 시기였는지 물속에 올챙이가 너무 많았다. 물론 안전장치가 있었지만, 발도 닿지 않고, 입을 열면 올챙이가 들어올 것 같은 기분이 너무 무서웠다"고 털어놨다.
"원테이크 촬영 방식 자체가 새롭다고는 말씀을 못 드리겠어요. 원테이크로 찍은 유명한 작품은 이미 많으니까요. 하지만 180분이라는 방대한 양을 날 것 그대로 담아낸 '몸값'은 잘 편집된 영화와는 다르게 생동감 있고, 흡입력 있습니다. 1부만 보셔도 아실 거예요."(진선규)
co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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