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 몰린 ‘친윤’에 부상하는 ‘진윤’ 김한길

박성의 기자 2022. 11. 10.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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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과 김한길의 3시간 독대…與 관계자 “인사 관련 얘기 나눠”
金, 차기 비서실장 하마평…與 일각 ‘총선 차출설’도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6개월여, 잇따른 참사와 실언 논란에 정부는 코너에 몰린 모습이다. 민심이 차게 식자 '친(親)윤석열계'의 입지도 정권 초반에 비해 좁아졌다는 평가다. 실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관계자) 권성동, 장제원 의원은 2선으로 후퇴했다. 정부 위기와 맞물려 대통령실에서는 인사 개편설이 돌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윤심'을 읽는 숨은 실세는 누구일까. 최근 여권은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 행보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당 외곽에 머무는 김 위원장은 '정부 책임론'에선 한 발짝 빗겨나 있지만, 윤 대통령이 가장 믿는 '진(眞)윤석열계' 인사이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김 위원장의 '차기 비서실장 등용설'과 '총선 차출론' 등이 고개를 들고 있다.

10월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회 '팬덤과 민주주의 특별위' 출범식에서 김한길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尹대통령, 김한길 직접 불러 3시간 독대"

김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의 '개국공신' 중 한 명이다. 지난 대선 당시 후보 직속 기구인 새시대준비위원회의 수장을 맡으며,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조언자 역할을 해왔다. 이후 초대 총리와 장관 하마평에 올랐다. 다만 입각하지 않았다. 대신 윤석열 정부 대통령 직속 1호 위원회인 국민통합위원회 수장이 됐다.

이후 김 위원장은 중앙 정치와 거리를 뒀다. 같은 개국공신인 권성동·장제원 의원 등이 '윤핵관'으로 위세를 떨치고,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던 권영세 의원이 통일부 장관으로 입각한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였다. 그러나 여권에선 정작 윤 대통령이 위기 때마다 찾는 이는 김 위원장이라는 후문이 들린다. 윤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확실하게 알고 있는 '진윤' 인사가 김 위원장이란 얘기다.

일례로 윤 대통령은 9일 김 위원장을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직접 불러 오찬을 함께 했다. 대통령실은 브리핑을 통해 "이태원 참사 이후 국민 위로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취재 결과, 이날 오찬은 참사 관련 이야기만 오간 자리가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윤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날 식사 포함 3시간 가까이 비공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사정에 능통한 여권 관계자는 "국민통합위 활동 보고를 위해 정기적으로 김 위원장과 윤 대통령이 만남을 갖는다"며 "그러나 (전날) 오찬은 사전에 약속된 자리는 아니었다. 윤 대통령이 먼저 김 위원장에게 연락해 급히 약속이 잡힌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참사뿐 아니라 개인적인 고민이나 인사 개편 등과 관련해서도 김 위원장에게 조언을 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오른쪽)가 2021년 12월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 사무실에서 김 전 대표와 회동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출신 김한길, 尹정부 위기가 기회?

정치권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윤 대통령의 '정치 멘토'를 넘어 참모로 등용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이 여야 간 꼬인 실타래를 푸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김 위원장은 김대중 정부 때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낸 뒤 민주당 대표를 역임했으며, 현 민주당 지도부와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김 위원장은 강성 보수인 친윤계와는 색이 전혀 다르다. MB(이명박)계가 아니면서 중도정치를 지향하는 인물"이라며 "현재 여당이나 대통령실에는 야당 지도부와 차 한 잔 마시며 대화할 수 있는 인물이 전혀 없다. 그런 면에서 김 위원장은 대야 관계에서 분명한 강점을 지닐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윤 대통령이 '김한길 카드'를 언제, 어떻게 써야할 것인지 고심하고 있을 것이라 추측했다. 그는 "대통령이 순방을 떠나기 전 (김 위원장과) 점심 독대를 할 정도라면 굉장히 큰 신뢰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봐야한다"며 "당은 '윤심'으로 움직일 수 없고, 장관 자리는 꽉 찼다. 가장 현실적인 인사는 대통령실로 직접 김 위원장을 모셔오는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국민통합위 활동에 큰 애정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위 수장에 오른 지 1년이 되지 않은 시점에서, 김 위원장이 비서실장으로 직을 옮길지 장담할 수 없는 셈이다.

여권 일각에선 김 위원장의 '총선 차출론'도 제기된다. '진윤' 인사인 김 위원장이 원내에 진입하는 게 총선 승리를 노리는 여당이나 당정대 관계 개선을 바라는 윤 대통령에게 '윈윈'(win-win)이 될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비윤석열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한 의원은 "김 위원장이 비서실장으로 등용되면 여야 모두에게 나쁠 게 없다"면서도 "당 대표까지 지낸 김 위원장이 과연 참모에 만족할지 의문이다. 그런 면에서 김 위원장이나 당, 대통령실 모두에 좋은 시나리오는 총선에 출마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만약 김 위원장이 험지로 나서 승리한다면 차기 당권까지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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