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뛴 기사를 표절하나"… 더팩트 기사 표절 의혹
이태원 참사 빈소 르포 기사 표현까지 동일
"포털 CP사의 횡포"… "재발하지 않도록 유의"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
경기·인천 지역지 경인일보가 이태원 참사 보도를 놓고 인터넷언론 더팩트에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경인일보 기자가 발로 취재한 내용을 일부 표현만 수정해 그대로 베꼈다는 주장이다.
경인일보는 지난달 31일 오후 8시58분 이태원 참사에서 희생된 경기도민들의 빈소를 직접 취재 보도했다. '슬픔에 잠긴 경기도 희생자 가족'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너무도 이르게 핀 국화꽃 앞에서 부모들은 오열하고, 탄식하고, 실성했다”로 시작한다.
경인일보는 안양샘병원에 마련된 25세 오모씨 빈소도 취재했는데 기자는 “같은 시각 안양샘병원에 마련된 '로즈마리' 오모(25·시흥)씨의 빈소에선 장례미사가 진행 중이었다. 가족 전체가 가톨릭 신도인 오씨의 세례명은 '로즈마리'였다”면서 “장미 같은 마리아(Rose+Mary)처럼 장미 같았던 청춘의 꽃은 너무도 일찍 떨어졌다”고 썼다.
경인일보는 고인의 아버지가 딸에 대해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막내딸이었다. 대학 졸업 후에 바로 취업도 했다. 정말 착실하고 애교도 많은 딸이었다”고 말했다면서 “참사 불과 나흘째, 로즈마리의 발인은 무심하게도 신속했다. 이날 오후 열린 발인에서 오빠 오모(30)씨가 영정 사진을 들었다. 그녀는 함백산추모공원으로 옮겨져 한 줌 재가 됐다”고 서술했다.
문제가 된 더팩트 보도는 다음날인 11월1일 오후 2시39분 보도됐다. 더팩트 김아무개 기자가 쓴 기사의 첫 문장은 “국화꽃 앞에서 부모들은 오열하고, 탄식하고, 실신했다”였다. 경인일보 기사 첫 문장인 “너무도 이르게 핀 국화꽃 앞에서 부모들은 오열하고, 탄식하고, 실성했다”와 매우 유사하다.
김 기자는 경인일보 기사에 등장하는 안양샘병원 빈소 현장도 담았다. 이 대목 역시 경인일보 기사 표현과 매우 유사하다.
“앞서 전날인 31일 안양샘병원에 마련된 '로즈마리' 오모(25·시흥)씨의 빈소에선 장례미사가 진행됐다. 가톨릭 신도인 오씨의 세례명은 '로즈마리'였다. 시흥시에 거주하는 오씨는 친구 1명과 함께 핼러윈 축제에 갔다 돌아오지 못했다. 장미 같은 마리아(Rose+Mary)처럼 장미 같았던 청춘의 꽃은 너무도 일찍 졌다. 아버지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막내딸이었다. 대학 졸업 후에 바로 취업도 했다. 정말 착실하고 애교도 많은 딸이었다'고 회상했다. 로즈마리의 발인은 무심하게도 신속했다. 이날 오후 열린 발인에서 그녀는 함백산추모공원으로 옮겨져 한 줌 재가 됐다.”(더팩트, 2022년 11월1일자 보도 내용 중)
경인일보 기자들은 더팩트 김 기자가 김동연 경기도지사 관련 보도도 표절했다고 주장한다.
이를 테면, 경인일보의 지난 7월18일 오전 10시59분 기사(김동연 “경제부지사 조례 법정 시한 맞춰 19일 내로 공포”… 정무수석 곧 임명 예정)는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경기도와 경기도의회가 경제부지사 조직개편을 두고 갈등 중인 가운데,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경제부지사 명칭변경 조례를 법정 시한인 19일 내로 공포할 예정이다.”
1시간 뒤 보도된 더팩트 김 기자 기사(김동연 경기지사 “경제부지사 조례 법정 시한 맞춰 19일 내로 공포하겠다”)는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경기도와 경기도의회가 경제부지사 조직개편을 두고 갈등 중인 가운데, 김동연 경기지사가 경제부지사 명칭변경 조례를 법정 시한인 19일 내로 공포하겠다고 밝혀 도의회와 충돌이 예상된다.”
또 다른 사례로 경인일보의 지난 6월28일자 1면(“[단독] 민선8기 경기도 '경제부지사' 신설… 경제·부동산 총괄)은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민선 8기 김동연의 경기도는 '경제부지사' 체제로 재편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민선 7기 정무직 부지사였던 평화부지사를 경제부지사로 변경함과 동시에 경제부지사가 경제와 부동산 정책까지 총괄하는 등 파격적인 직제 개편도 함께 한다. 심각한 경제위기 속에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이 경제에 방점을 찍고 경제부지사를 둘 것이란 관측이 컸는데, 경제정책을 도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보다 늦게 보도된 같은 날 더팩트 김 기자의 기사(김동연 당선자, 경기도 '경제부지사' 신설… 경제·부동산 총괄)는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민선 8기 김동연의 경기도에 '경제부지사'가 신설된다. 민선 7기 정무직 부지사였던 평화부지사를 경제부지사로 변경함과 동시에 경제부지사가 경제와 부동산 정책까지 총괄하는 직제 개편도 함께 한다. 이는 심각한 경제위기 속에 김동연 경기지사 당선인이 경제정책을 도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발로 쓴 기사 거리낌없이 훔쳐”… “재발 않도록 유의할 것”
공지영 한국기자협회 경인일보지회장은 8일 통화에서 “경인일보의 이태원 참사 기사는 기자들이 직접 빈소를 다녀와 작성한 르포 기사”라며 “현장을 묘사하는 기자의 주관적 표현이 많이 담긴 기사인데, 더팩트 기자는 이를 그대로 갖다가 썼다. 내용이 비슷할 수 있지만 이렇게까지 표현이 같을 순 없다”고 지적했다.
공 지회장은 “다른 기사를 찾아보니까 더팩트 김 기자의 일부 기사가 경인일보 기사를 그대로 갖다 쓴 것으로 나타났다”며 “더팩트는 포털과 콘텐츠 제휴된 CP(Content Partnership)사다. 우리보다 포털 상단에 배치되는 등 독자를 더 쉽게 만날 수 있다. 표절을 당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CP사의 횡포 같다는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공 지회장은 “우리가 쓴 관련 기사들은 보도자료를 인용한 것이 아니라 직접 관계자들을 취재해서 내놓은 결과물”이라며 “우리가 발로 취재한 기사를 거리낌없이 훔쳤다.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닌 것 같아 회사 차원에서도 경고의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표절 의혹을 산 더팩트 김 기자는 고의는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김 기자는 10일 통화에서 “타사가 좋은 기사를 쓸 경우 경기도 대변인실 등에 확인을 하여 사실이면 보도하곤 했다”며 “그렇다고 해서 경인일보를 매일 관찰하며 (나오는 대로) 보도하거나 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김 기자는 이태원 참사 빈소 보도에 관해 “경기도 지역 참사 발인 현장을 종합해 보도한 것”이라며 “(희생자들이) 여러 곳에 안치돼 있다보니 종합 보도하는 과정에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기자는 “경인일보가 문제를 제기한다면 유감을 표명한다”며 “재발하지 않도록 유의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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