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중간선거] "바이든 외교 기조에 큰 변화 없을 듯"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지난 8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 결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기존 외교정책 기조가 크게 바뀌지 않을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어차피 현 미국 정부의 외교 정책 방향이 공화당과 크게 다르지 않고, 차이점이 있다 해도 공화당이 이번 선거에서 하원을 가져가게 됐지만 예상보다 신통치 않은 결과를 거뒀기에 영향력 발휘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 외교전문 매체 포린폴리시(FP)는 9일 '바이든의 외교정책 어젠다는 여전히 살아 있다' 제하의 칼럼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이미 대외 강경노선의 외교정책을 민주당·공화당 양당 합의로 추진하고 있다"며 이렇게 전망했다.
FP는 양당 합의로 추진되고 있는 강경 노선 외교정책의 예로 호주와 일본의 무장 강화를 돕고 일본·인도·호주와 4자 안보협의체(쿼드)를 형성한 것이나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중국에 대항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보호주의 산업정책을 펼친 것 등을 들었다.
FP는 중국 전문가인 칼럼니스트 존 베이트먼의 지난달 12일 칼럼을 다시 소개하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이미 강도 높게 중국을 압박하고 있기에 공화당이 바이든보다 더 강경하게 나서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이트먼은 당시 칼럼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기술이전 규제 신설에 대해 "중국의 역량을 광범위하고 근본적인 수준에서 봉쇄하려는 단 하나의 목표에 집중돼 있다"며 "고급 컴퓨팅뿐만 아니라 바이오테크, 제조업, 금융업 등 전략적인 분야에서 더욱 강경한 조치가 나올 것 같다"고 분석했다.
FP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예상보다 선전하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타격을 입음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은 외교 정책을 실행할 때 선거 전에 많은 이들이 예상했던 것보다는 운신의 폭이 넓어지고 힘도 실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금까지 나온 중간선거 결과로 볼 때, 공화당은 2024년 대통령선거까지 향후 2년간 심각한 내분에 시달릴 수밖에 없기도 하다고 FP는 설명했다.
최종 개표 이후 의석분포가 어떻게 정리되든, 차기 하원의장으로 유력한 공화당 케빈 매카시 의원이 분란을 일으키는 자당 의원들의 내부 단속에 바쁠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특히 하원 내 40여명에 이르는 우익 의원 모임 '프리덤 코커스'를 트럼프 지지파가 장악한 상태여서 이들의 구미에 맞는 강경책을 내놓아야만 한다. 하지만 의회 내 공화당 의석이 민주당보다 크게 앞서는 것은 아니어서 온건파까지 포함한 당내 이견을 조율해서 의안 통과에 필요한 과반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평이 나온다.
게다가 공화당은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 등 일부 외교 정책에 대해 내부에서 통일된 메시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 정치관리대학원에 재직중인 정치 전문가 토드 벨트는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에 대해 공화당원 절반은 찬성하고 절반은 반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게 되면 중국에 대한 미국의 태도가 좀 더 강경해지면서 중국이나 대만과 연계가 있는 기업과 투자자들의 입장이 곤란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제매체 배런스는 이날 기사에서 2024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중국에 대한 미국의 태도가 이슈가 될 것이라며, 미-중 긴장이 완화될 확률은 더 낮아졌다고 해석했다.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 모두 미국과 중국 사이의 전략적 경쟁을 국가안보라는 렌즈를 통해 보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중국에 대한 정책이 계속 강경해지고 있는데,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면 이와 같은 태도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럴 경우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으며 중국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전기차 기업 테슬라나, 중국에 본사를 둔 바이트댄스가 운영하는 비디오 앱 틱톡 등이 집중적 견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또 하원의장 취임이 유력한 공화당 케빈 매카시 의원이 대만에 가는 의원 방문단을 올해 여름 낸시 펠로시 현 의장이 했던 것보다 더 큰 규모로 꾸리겠다고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럴 경우 대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긴장이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올해 8월 펠로시 의장이 의원들과 함께 대만을 방문했을 때 중국은 주변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하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limhwas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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