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방 앞두고 강경해진 尹···'10·29 참사' 국정조사 일축
"국민, 수사 바란다"···野 요구 반대
MBC 전용기 탑승 불허 수용 강조
문책 인사도 순방후로 미뤄질 듯
더 밀리면 국정 성과내기 어려워
"당정에 입법 투쟁 요구" 해석도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10·29 참사 이후 13일 만에 언론 앞에 나서 “국민들은 신속한 진상 규명을 바란다”며 범야권의 국정조사 요구를 일축했다. 또 김은혜 홍보수석 등 참모들의 부적절한 메모에 대해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주장에도 선을 그은 데 이어 아세안(ASEAN) 순방을 위한 전용기에 특정 언론사만 탑승을 불허한 조치에 대해서도 “받아들여 달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의 내년 민생 성과를 좌우할 연말 정기국회를 앞두고 윤 대통령이 직접 대야 투쟁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 도어스테핑을 재개했다.
윤 대통령은 질의 시작부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윤 대통령은 김 수석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 8일 국회 운영위원회 와중에 ‘웃기고 있네’라는 메모를 주고받아 야당의 반발을 산 데 대해 “국회에 출석한 정부 위원들과 관련해 (그간) 많은 일이 있지 않았느냐”며 “종합적으로 이해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대통령의 진지한 성찰과 사과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는데 윤 대통령이 되레 야당을 향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윤 대통령은 특히 민주당과 정의당·기본소득당이 국회 본회의에 보고한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 모두는 과학 수사와 강제 수사에 기반한 수사기관의 신속한 진상 규명을 바라고 있다”며 “일단 경찰 수사, 그리고 (경찰로부터) 송치받은 후 신속한 검찰 수사에 의한 진상 규명을 국민께서 더 바라고 계시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정조사로는 강제 수사권이 없는 만큼 진행 중인 경찰 수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는 편이 낫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이 재차 선(先)진상 조사, 후(後)인책론을 밝히면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에 대한 인사 조치도 순방 이후로 미뤄지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은 ‘이 장관 경질론에 대해서는 의견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집무실로 향했다. 최근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10·29 참사와 관련해 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는 의견이 과반을 기록했음에도 경질론에 입을 닫은 것이다. 10·29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경찰청·용산소방서·용산구청·서울교통공사 등에 대한 전방위적 압수 수색을 진행했지만 정작 재난 및 안전 주무 부처인 행안부는 압수 수색 대상에서 빠졌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진상 조사가 이뤄져도 이 장관까지 책임을 질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낮다는 얘기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이 미국 뉴욕 순방에서 ‘비속어 논란’ 등을 보도한 MBC 취재진을 순방 전용기에 탑승을 불허한 조치에 대한 입장도 직접 밝혔다. 윤 대통령은 “국민들의 세금을 써가며 해외 순방을 하는 것은 중요한 국익이 걸려 있기 때문”이라며 “외교안보 이슈에 대해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은 문제도) 그런 차원에서 받아들여 달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은 윤 대통령이 언론 앞에서 작심하고 강한 발언들을 쏟아냈다고 보고 있다. 대통령실과 여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8일 부적절한 메모로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야당 의원들이 수석들을 퇴장시키자 큰 불만을 표했다고 한다. 친윤계 핵심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 당시) 강기정 수석이나 추미애 장관은 우리에게 ‘소설 쓰시네’ 이랬는데도 사과를 했나, 퇴장을 했나”며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169석의 민주당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의 첫 예산안 시정연설에 불참하며 ‘예산 보이콧’에 나선 상황이다. 기업 감세 법안까지 처리 불가를 외치고 있다.
당과 정부·대통령실이 더 밀리면 국정과제와 관련한 입법은 모두 무산되고 윤석열 정부 역시 민생에서 성과를 내기가 어려워진다. 이에 윤 대통령이 야당은 물론 여당과 정부를 향해 강한 입법 투쟁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과거에는 국익이 걸린 사안은 여야를 막론하고 협의하는 과정이 있었는데 지금은 야당이 정부의 모든 국정에 반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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