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 위기에 국내 거래소도 비상… 수수료 수익 급감, 파산 위험도
가상화폐 가격 폭락에 국내 거래소도 ‘직격탄’
“수수료 수익 급감… 대다수 거래소 적자 면치 못할 것”
세계 2위 가상자산 거래소인 FTX가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국내 거래소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FTX 사태로 비트코인, 이더리움을 비롯한 대다수 가상자산의 가격이 급락하고 투자자들이 발길을 돌리면서 수수료 수익에 의존하는 국내 거래소들의 수익이 크게 감소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 FTX 관련 코인 최대 66% 폭락… 수수료 수익에 의존하는 국내 거래소 ‘비상’
10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30분 기준으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모두 전날 대비 가격이 10% 넘게 하락했다. 전날 FTX의 유동성 위기가 수면 위로 드러난 데 이어 세계 1위 거래소인 바이낸스마저 FTX 인수 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이틀째 가격이 급락한 것이다.
특히 FTX가 자체 발행하는 토큰 FTT와 연관된 가상자산의 가격 하락 폭은 더 컸다. FTT를 예치금을 넣는 솔라나 기반 디파이(DeFi·탈중앙 금융)가 약세를 보이자 솔라나 코인은 하루 만에 가치가 30% 떨어졌다. 디파이 프로토콜인 키퍼다오(KeeperDAO)의 코인은 66.60% 폭락하며 가장 큰 하락세를 보였다.
가상자산 가치가 크게 하락하면서 국내 거래소들도 수익이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가 증폭된 상태다. 1위 거래소인 업비트를 비롯해 5곳의 국내 거래소 모두 전체 매출에서 가상자산 매매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99%를 차지할 만큼 절대적이다. FTX 사태로 거래량이 줄어들고 신규 투자자들의 발길이 끊길 경우 수수료 수익에 의존하는 거래소들이 돈을 벌 길이 막히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올 들어 가상자산 가격이 계속 약세를 보이고 수조원대의 투자자 피해를 낳은 루나·테라 사태까지 터지면서 국내 거래소들의 실적은 눈에 띄게 악화한 상황이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올해 가상자산 평가손실은 1분기 153억원에서 2분기 3725억원으로 20배 가까이 급증했다. 빗썸도 2분기 순손실 433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 전문가 “국내 거래소 적자 면치 못할 것… 살아남는 데 집중해야”
가상자산 시장 전문가들은 업비트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 거래소들은 모두 생존이 위험한 상황까지 몰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루나 사태의 경우 단순히 코인 자체의 문제점이 부각돼 일어난 피해였지만, 이번 FTX 사태는 세계 2위 규모의 거래소가 무너져 전체 가상자산 시장이 공멸하는 거대한 후폭풍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동환 원더프레임 대표는 “이번 사태로 인해 ‘크립토 윈터(가상자산 불경기)’가 2019년에 이어 다시 닥치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대부분이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경필 쟁글 리서치 팀장은 “현재 가상자산 시장은 지난해 11월 고점을 찍은 이후 투자자금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다”며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과 긴축으로 인해 다시 자금이 들어오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상자산 관련 업체들은 수익보다 생존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FTX 유동성 위기란?
미국 FTX는 거래량 기준으로 바이낸스에 이어 세계 2위에 해당하는 가상자산 거래소다. 올해 국내 2위 거래소인 빗썸의 인수를 시도했던 업체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FTX의 유동성 위기는 최근 관계사인 가상자산 전문 투자사 알라메다 리서치의 대차대조표를 통해 드러났다.
알라메다의 자산 중 대부분은 FTX가 발행한 토큰인 FTT로 이뤄져 있었는데, 이를 담보로 현금성 투자에 나선 것이 화근이었다. 코인 가격이 계속 강세를 보였다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올 들어 가상자산 가격이 계속 하락해 FTT의 담보 가치가 하락하면서 유동성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바이낸스의 자오창펑 최고경영자(CEO)는 FTX가 파산할 경우 전 세계 가상자산 시장 전체가 흔들릴 것을 우려해 8일 FTX의 인수 의사를 밝혔지만, 다음날인 9일 결국 인수 포기를 선언했다. 이로 인해 FTX가 결국 쓰러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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