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일 11시, 부산 향해 1분간 묵념”... 6·25 참전 유엔군 기려
6·25 전쟁에서 산화한 22개국 유엔참전용사들을 기리는 국제추모식이 11일 오전 부산 남구 대연동 유엔기념공원(UNMCK)에서 열린다. 이 추모식의 중심은 이날 오전 11시 22개 참전국에서 동시에 유엔기념공원을 향해 1분간 추모 묵념을 하는 ‘턴 투워드 부산(Turn Toward Busan)’ 행사다.
이 행사는 지난 2007년 캐나다군 참전용사인 빈센트 코트니(90)씨의 제안으로 시작돼 매년 11월11일 오전 11시에 열리고 있다. 한국 정부도 지난 2020년 이날을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로 공식 제정했다. 부산 유엔기념공원에는 참전국 중 11개국 2315명의 용사들이 안장돼 있다.
유엔기념공원에서 열리는 국제추모식에는 국내·외 참전용사 및 가족, 주한 외교사절, 정부 주요인사, 군 주요 직위자 등 6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추모식은 참전국기 입장을 시작으로 ‘턴 투워드 부산, 1분간 묵념’, 참전국 대표 인사, 헌정 공연 ‘마지막 임무’, 정부 포상, 추모사 등 순으로 진행된다.
이날 오전 11시엔 부산 전역에 사이렌 소리가 울리고 유엔기념공원 상공에선 공군 특수비행팀인 블랙이글스의 추모 비행이 펼쳐진다. 정부 포상에선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된 유일한 장군인 리처드 위트컴 미2군수기지사령관에게 무궁화장이 추서된다. 위트컴 장군은 6·25 당시 부산에 주둔하며 전쟁고아와 이재민들을 구호하고 부산대 설립·현대식병원 건립 지원 등 피해복구에 큰 기여를 했다.
부산보훈청은 ‘턴 투워드 부산’을 동구 초량동 부산역 광장에 11월 11일 11시를 의미하는 ‘111111′을 형상화한 ‘평화의 빛 조형물’을 설치했고, 나라사랑부산협의회는 시민들의 ‘턴 투워드 부산’ 참여를 위한 ‘초대형 LED 영상홍보 차량’을 운영하고 있다.
또 부산 남구는 유엔참전용사를 추모하는 특별잡지 ‘당신들 모두를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Never Forget You All)’를 펴냈다. 부산 출신의 ‘탁구 레전드’ 현정화 한국마사회 탁구팀 감독과 ‘탁구얼짱’으로 유명한 서효원 선수 등이 추모 캠페인을 펼치기도 했다.
추모식 후엔 마티아스 후버투스 호헌봄·에두아드 율리우스 엥버링크(이상 네덜란드), 제임스 그룬디(영국)씨 등 3명 참전용사의 안장식이 이어진다. 호헌봄, 엥버링크씨는 6·25 전쟁에 각각 상병과 원사로 참전했다.
특히, 당시 영국군 전사자 ‘그룬‘시신수습팀’으로 활약했던 그룬디씨는 1988년 우리 정부 초청으로 처음 유엔기념공원을 방문한 이후 매년 부산을 찾아 먼저 간 전우들을 추모하고 영국군 전사자 130여명의 사진을 현지에서 수소문해 모아 유엔기념공원에 보내주는 등 유엔참전용사 전사자들을 기리는 활동을 펼쳐왔다.
이 때문에 부산 남구는 그를 2019년 명예 남구민으로, 부산시도 지난 6월 명예시민으로 선정했다. 이날 그룬디씨 안장식에선 그의 명예시민증 수여식도 진행된다. 그룬디씨는 생전 본지에 “한국 전쟁에서 죽은 전우들은 결혼하기 전 20대가 많았고 그들의 부모는 이미 세상을 떠났다. 계속 무명용사로 남을 그들에게 얼굴이라도 찾아주고 싶어 사진을 모아 유엔기념공원에 보냈다. 조금 특별한 일을 했지만 전 영웅이 아니다. 제가 묻어준 전우들이 바로 영웅들이다”는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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