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nt&Earth] 겨울을 여는 수선화
사람은 동물이고 수선화는 식물이다. 자연에 들어가 보면 유난히 인간의 특징을 닮은 식물이나 야생을 발견하게 된다. 특히 고귀한 존재로서의 인간을 닮은 자연 앞에서 느끼게 되는 기쁨과 감사함에는 그 끝을 찾을 수 없을 정도다. 수선화는 인간을 고결하게 인도하는 힘을 지닌 꽃이다. 12월에 개화, 3월까지 꽃을 볼 수 있으니 이맘때 화원에 나가볼 만하지 않겠나.
무함마드의 가르침 가운데 ‘두 조각의 빵이 있는 사람은 그 두 조각 가운데 한 조각은 꼭 수선화와 바꾸라’는 말이 있다. 빵은 살기 위해 꼭 필요한 존재이지만, 수선화는 인간의 마음을 정화하고 기쁘게 해주고, 진심으로 위로해주는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니 빵 한 조각과 수선화 한 송이만 있으면 세상 더 필요한 게 없다는 뜻이다. 세상의 모든 꽃은 인간을 위로하는 존재이다. 꽃밭에서 나쁜 마음을 갖는 사람이 있겠는가. 특히 수선화는 단아한 자태와 모양으로 인간의 단순미를 살려주는 역할을 해준다고 했다. 그래서 고대 그리스에서는 수선화로 신전을 꾸몄고, 심지어 사람이 죽었을 때 장례용 장식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수선화의 대표 꽃말이 인간 개인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자존’인 것도 수선화와 인간의 닮음에서 비롯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수선화에는 자존 이 외에도 무심, 자애, 고결이라는 꽃말을 지니고 있다. 수선화는 스치듯 보는 관상용 꽃이 아니다. 어느 햇살 맑은 날 볕이 드는 창가에 수선화를 모셔놓고 서로 마주 보며 대화를 나누는 수선화 마니아들도 적지 않다. 꽃등 식물과 대화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지만 수선화 그 단순미와의 대화는 삶의 방향을 잡아주는 등대와도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또한 수선화는 인간의 생태에도 도움을 주는 꽃이다. 그저 바라보고 대화하는 관상용을 넘어 소화기, 내장, 근육 등 인간의 건강한 삶에 꼭 필요한 치료제의 원료로 사용되기도 한다.
수선화는 전 세계적으로 30여 종이 분포하고 있다. 유럽, 북아프리카, 중동, 그리고 한국과 중국 등에서 살아가고 있다. 수선화는 알뿌리 식물인데, 구근의 번식력이 매우 강해서 마당이 있는 경우 정원에서 키워야 그 확장 속도를 맞출 수 있다. 화분에 키울 경우 넉넉한 크기의 화분 확보가 필수다. 물론 구근을 다른 화분에 옮겨 심어줌으로써 집안을 온통 수선화로 꾸밀 수도 있다.
이렇듯 수선화는 인간의 육신과 정신에 건강한 작용을 하는 아름다운 꽃이다. 아직 이 꽃을 가까이 보지 못했다면 혹은 함께 한 적이 없다면, 이 계절 본인과 궁합이 딱 맞는 품종을 공부해 거실에 모셔 함께 하는 것도 좋은 일이 될 것이다.
화분을 구입할 경우 9~10월에 심은 상품을 선택하도록 한다. 관리는 비교적 어렵지 않다. 구근이 썩지 않도록 잘 씻어주고 소독해주는 정성만 있으면 된다.
글 아트만 사진 위키미디어 참고 국립생태원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54호 (22.11.15)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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