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회의서 힘 겨루는 미국과 중국...러시아·우크라도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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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 전 세계 주요 갈등국들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리는 캄보디아에서 치열한 힘 겨루기를 시작했다.
리처드 헤이다리안 필리핀대 아시아센터 교수는 "임기 내내 아세안 정상회의에 불참했던 트럼프 정부와 달리 바이든은 동남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미국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무역 관계 강화 등 아세안을 향한 추가적인 '선물'도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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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훈센 총리 지지 얻자, 러시아는 우방국 결집
미국과 중국,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 전 세계 주요 갈등국들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리는 캄보디아에서 치열한 힘 겨루기를 시작했다.
중국이 '자금 지원'을 무기로 동남아 국가 포섭에 나서자,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직접 방문을 강조하며 중국에 견제구를 날렸다.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도 각각 아세안 회원국 내 우방 국가를 결집하며 장외 세 대결을 펼쳤다.
"일단 캄보디아부터" 대규모 원조 카드 뽑은 中
10일 크메르타임스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아세안 정상회의 일정과 관련해 가장 먼저 캄보디아에 도착한 인물은 중국의 '2인자' 리커창 국무원 총리다. 회의 개최 이틀 전인 지난 8일 프놈펜에 도착한 그는 전날 훈센 캄보디아 총리와 △교통 △농업 △무역 등 18개 분야의 대캄보디아 원조협력 협정부터 체결했다.
중국의 물량 공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리 총리는 같은 날 '캄보디아 삶의 질 개선 프로젝트' 명목으로 2억 위안(377억 원)의 지원금도 쾌척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중국은 내년 캄보디아에서 열리는 동남아세안게임(SEA) 운영 지원자금도 제공할 방침이다. 자국의 인도차이나 내 최대 우방인 캄보디아부터 돈으로 일단 붙들어 두려는 전략인 셈이다.
미국도 기민하게 움직였다. 리 총리에 이어 9일 프놈펜에 도착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같은 날 진행된 '캄보디아 독립기념일' 행사를 축하하며 캄보디아에 다가갔다. 특히 블링컨 장관은 "미국은 캄보디아가 (코로나 사태 등으로) 어려웠던 올 한 해 아세안을 성공적으로 이끈 것을 평가한다"며 "앞으로도 미국은 캄보디아와 함께 미얀마와 우크라이나 위기 등을 함께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이날 회심의 카드인 '조 바이든 대통령 아세안 방문' 카드도 꺼내 들었다. 중국이 2인자를 보낸 것과 달리 자국은 최고 권력이 아세안을 직접 챙긴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리처드 헤이다리안 필리핀대 아시아센터 교수는 "임기 내내 아세안 정상회의에 불참했던 트럼프 정부와 달리 바이든은 동남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미국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무역 관계 강화 등 아세안을 향한 추가적인 '선물'도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우크라·러 신경전, 젤렌스키 영상물 상영은 취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역시 캄보디아에서 실제 전쟁 못지않은 치열한 외교전을 벌이고 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전날 자국에 우호적인 훈센 총리를 찾아 지지를 호소했다. 이에 훈센 총리는 "캄보디아도 전쟁과 침략을 경험해 우크라이나인들의 감정을 잘 이해한다"며 "지금도 캄보디아와 아세안 대부분 국가는 주권국에 대한 폭력 사용을 반대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라오스 등 아세안 내 우방국들의 지지를 결집하는 식으로 대응했다. 실제 라오스 등 친러시아 국가들은 정상회의장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영상물을 틀려는 훈센 총리의 계획을 반대해 이를 취소하기도 했다.
이날 공식 일정이 시작된 아세안 정상회의는 오는 13일 폐막한다. 11, 12일은 아세안+3(한·중·일) 회의 등 개별 정상회담이 열리며, 13일은 본행사인 아세안 10개국 정상회의 및 동아시아정상회의(EAS)가 진행된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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