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안먼 시위 진압 반대하다 26년 가택연금, 중국 반체제 인사 바오퉁 별세

이종섭 기자 2022. 11. 10.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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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오퉁 전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체제개혁연구실 주임. 바이두 캡처

1989년 중국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강경 진압에 반대하다 체포돼 옥고를 치르고 26년간 가택연금 상태에 있던 바오퉁(鮑彤) 전 공산당 중앙정치체제개혁연구실 주임이 9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홍콩 명보는 바오퉁이 지난 9일 오전 7시쯤 베이징의 한 병원에서 숨졌다고 10일 보도했다. 그는 혈액 질환으로 지난 3월부터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자녀들은 당일 밤 트위터를 통해 부고를 전하며 “아버지가 평온하게 세상을 떠났으며 그는 여전히 이 땅에 대한 충만한 희망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후 톈안먼 시위 학생 지도자였던 왕단(王丹)과 언론인 가오위(高瑜) 등 중국 반체제 인사들도 트위터를 통해 고인을 추모했다.

바오퉁은 1989년 톈안먼 시위 무력 진압에 반대하다 실각한 자오쯔양(趙紫陽) 전 공산당 총서기의 정치 비서를 지낸 인물이다. 그 역시 당국이 톈안먼 시위를 유혈 진압하기 직전 자오쯔양을 지지하고 시위대 탄압에 반대한 혐의로 체포된 뒤 국가기밀누설과 반혁명 선동죄로 7년간 옥고를 치렀다. 1996년 출소 이후에는 26년을 가택연금 상태로 살았다. 그는 연금 상태에서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연임제 폐지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는 등 반체제적 활동을 이어왔다. 그는 인권운동가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류샤오보(劉曉波) 등이 공산당 일당체제 종식을 요구하며 발표한 ‘08헌장’을 공개 지지했고, 2017년에는 홍콩 중문필회가 제정한 ‘류사오보 기념상’을 수상했다.

바오퉁은 숨을 거두기 나흘 전 90세 생일을 맞아 “사람은 하늘과 땅 사이에서 아주 보잘 것 없는 역사적 존재”라며 “내 나이가 90세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고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가 쟁취해야 할 미래와 현재이며 오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할 일을 잘 하는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고 명보는 전했다.

한편 명보는 전날 바오퉁의 사망과 관련해 언론인 가오위와 통화를 시도했으나 수신 신호가 차단된 것으로 보였다며 “전화를 받은 가오위는 계속 상대방의 신원을 물었고 전화를 건 기자의 목소리는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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