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스트] 쌍방울① 경제권력 된 강남 사채업자

권지윤 기자 2022. 11. 10.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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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탐사보도부 끝까지판다팀 권지윤 기자입니다. "가장 확실한 자본은 정직이다." 자본시장의 대원칙은 신뢰와 공정성입니다. 법치주의의 대원칙 중 하나는 형평성입니다. 누구나 죄를 지으면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겁니다. 사회가 이런 원칙대로 작동한다면 더할 나위 없습니다. 그러나 항상 오류가 존재하고, 이런 오류를 바로잡아야 사회는 지속 가능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회사 주식으로 주가조작을 해도 계속 회장으로 군림할 수 있고, 자본시장을 교란 시키고도 더 강력한 경제 권력을 쥐게 만든 '오류'에 관해 전해 드리겠습니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은 누구인가

지금까지 김성태 전 회장은 쌍방울그룹의 실소유주로만 알려져 있었습니다. 현재는 대북 송금 의혹, 정치인 뇌물 사건 등 굵직하고 파급력이 큰 사건의 핵심 인물이고 검찰이 뒤쫓고 있는 피의자입니다.

정국을 흔드는 사건의 주요 인물이지만, 과거에 쌍방울 주가조작으로 처벌받은 이력만 알려져 있고 나머지는 풍설, 즉 소문만 무성합니다. 끝까지판다팀이 김성태를 주목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도대체 그가 어떻게 돈을 모았고, 어떻게 그룹 회장이 됐으며 그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입니다. 풍설은 뒤로하고 일단 공문서로 확인되는 김성태의 흔적부터 찾아봤습니다.
 

불법대부업체 도쿄에셋…강남 사채업자

그 시작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바로 도쿄에셋입니다. 명목상은 투자 상담업인데, 취재진이 확인한 실체는 불법 대부업체입니다. 취재과정에 이 업체를 기억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과거 도쿄에셋 건물 관리자]
기자: 도쿄에셋이라는 곳이 있었다는 거 기억 안 나세요?
관리자:아 예전에 무슨 뭐가 있었긴 있었다. 아주 오래전에… 약간 '반달'(반 건달) 같으신 분이 다니긴 한 것 같은데…
기자: 반달요?
관리자: 약간 건달 같이 다니시는 분들. 일반인은 또 아닌 것 같고 건달은 아닌 것 같고 반달 같이.
 
취재진이 확인된 도쿄에셋의 불법대출 누적 액수만 318억 원이고, 돈을 빌린 사람 중엔 범 LG가 3세, 상장사 대표 등을 비롯해 사회유력인사들도 있습니다. 특히 대출 시기와 채무자 중 일부가 금융범죄를 저지른 시기가 겹쳐서 김성태의 자금이 흘러 들러들어 갔을 개연성이 있습니다.
김성태 전 회장이 범죄를 알면서 돈을 빌려줬다, 이런 점은 확신할 수 없지만 유력인사들이 제도권 금융이 아니라 고리의 강남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린 걸 보면 김성태가 강남 사채시장에선 입지가 상당했다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2010년 유가증권시장 진출 김성태…주가조작 시작

검은 돈을 굴려 더 큰 돈으로 만들었던 김성태는 2010년을 기점으로 변화를 도모합니다. 강남 사채시장에서 코스닥 시장, 즉 유가증권 시장으로 진입한 겁니다. 불법대부업체 도쿄에셋의 이름을 태평양통상으로 바꾼 뒤, 2010년 1월 쌍방울을 인수하는 방식입니다.

불법 사채업자에서 합법적 사업가로 변모하기 위해서였을까,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텐데요. 김성태 전 회장의 의도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하게 말 할 수 있는 건 다른 범죄의 시작이었습니다. 김성태는 쌍방울 인수 직전부터 쌍방울 주가조작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김성태는 2010년 1월부터 쌍방울 주가조작을 했고, 이듬해인 2011년 8월엔 코스닥 시장으로 넘어가 유비컴이라는 회사의 주가를 조작했습니다. 코스피, 코스닥을 넘나들며 금융시장을 교란시키고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전형적 범죄인 주가조작을 한 겁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불법사채업 도쿄에셋, 그리고 쌍방울과 유비컴 주가조작, 이 모든 범죄행위를 할 때 김성태 자신은 뒤에 숨어있고 대리인을 내세우는 형태를 취했습니다. 주가를 조작할 때는 지인 친인척 명의 계좌를 이용하고, 도쿄에셋의 경우도 자신의 운전기사를 대표로 내세웠습니다. 지분 역시 차명으로 보유하는 방식이었습니다.
 

2013년 검찰 수사, 서서히 드러난 김성태 실체

모든 사건의 정점에 있으면서도 자신 드러내지 않는 방식인데, 이런 김성태가 처음으로 위기를 맞은 건 2013년 서울중앙지검 증권범죄합수단이 창설된 이후입니다. 쌍방울 주가조작 3년 뒤 창설된 합수단이 사실상 첫 인지사건으로 쌍방울 주가조작 수사를 하게 되면서 김성태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납니다.

'도쿄에셋의 실소유주, 주가조작의 주범'이 김성태라는 사실을 검찰도 파악한 건데, 이 때 김성태는 지금처럼 도주를 합니다. 검찰은 2013년 김성태 친동생을 먼저 기소를 하는데, 동생은 형의 실체가 드러나는 걸 막기 위해 관련자들에 대해 입막음을 시도했고 이런 사실 또한 들통 났습니다.

1년 여 간 도피하던 김성태는 2014년 4월 구속 기소됐습니다. 당시 김성태는 거물급 변호인단을 선임했습니다. 사임한 변호사를 포함해서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렸던 변호사만 고법부장판사 출신, 검사장 출신, 대형로펌 출신 등 31명에 달했습니다.
 

재벌 정찰체 '징역 3년-집행유예 5년'…재벌 클리셰

김성태 전 회장의 친동생은 김성태가 기소되긴 전에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상태였습니다. 주가조작의 정점이 김성태라는 점에선 더 높은 형량이 선고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습니다. 특히 김성태 입장에선 가장 많은 범죄수익을 얻는 사람이라는 점, 도주했던 경력 등 불리한 양형 요소가 많았습니다.

당연히 엄벌이 내려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3년간 진행된 1심의 결과는 '재벌 전용 판결, 재벌 정찰제 판결'이라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었습니다.

법원은 "일반 투자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입게 했고, 시세조정 기간도 짧지 않으며 범행 대부분을 부인한다면"서도 "현재 쌍방울이 건실한 기업으로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검찰은 '김성태 일당이 얻은 범죄수익이 347억 원에 달한다'며 추징을 구형했던 것과 달리, 법원은 "취득한 이득이 다액으로 보인다면서도 정확한 추징금액을 산정할 계산 자료가 부족하다"며 추징금도 선고하지 않았습니다. 이 판결은 2018년 대법원에서 확정이 됐습니다.

▶피해자가 다수인 시세조정 범죄 ▶코스피와 코스닥을 넘나들며 자본시장을 교란시켰다는 사실 ▶범죄 수익까지 얻었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추징금도 없는 집행유예 선고는 납득하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법원이 재벌에게 집행유예 판결을 선고할 때 활용되는 클리셰가 '경제발전에 기여한 공'이라는 표현입니다. 이 표현이 '쌍방울의 안정적 운영'으로만 바뀌었을 뿐, 모든 불리한 양형요소와 엄벌 필요성을 완전히 무력화시켰다는 점에선 똑같아 보입니다.
 

김성태 범죄의 대가…시스템이 만들어준 경제권력

이런 주가조작 1심 판결이 있기 한 달 전인 2017년 2월엔 김성태의 도쿄에셋 불법대부업 사건 1심도 선고했습니다. 결과는 벌금 1,500만 원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검찰도, 김성태도 항소하지 않아 1심에서 확정이 됐습니다.

결론적으로 불법대부업체를 운영하며 강남 사채업자로 검은 돈을 불리고, 코스피 코스닥을 넘나들며 검은 돈을 축적한 김성태, 그가 치른 범죄의 대가는 뭘까요. 1심 재판 중 구속된 기간 1년을 제외하면 사실상 벌금 1,500만 원이 전부였습니다.

형사 사법시스템이 도리어 김성태의 사법 리스크를 해소시켜주고 지금과 같은 경제 권력을 쥘 수 있게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김성태 전 회장은 자본시장을 교란시키고도 자본시장의 더 강력한 권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고, 이젠 정경유착 의혹의 핵심으로 수사 대상이 되자 또 다시 도주했습니다. 시스템이 진작 제대로만 작동했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을 겁니다.

(기획 : 정윤식 / 영상취재 : 홍종수 하륭 / 편집 : 김복형 / 콘텐츠디자인 : 방명환 / 제작 : D콘텐츠기획부)

권지윤 기자legend8169@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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