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예금 한달 56조 뭉칫돈 몰리자…은행 ‘저원가예금’ 찬밥
4개월 감소는 2002년 1월 이후 처음
“2008년때와 비교해도 빨라”
은행 조달 비용↑…NIM 하락 요인 가능성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의 저원가성 예금(요구불예금·수시입출식예금)이 10월 한달동안 44조2000억원이나 줄었다. 지난 7월 기록한 역대 최대 월간 감소폭(53조3000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컸다.
저원가성 예금은 8월 -15조3000억원, 9월 -3조3000억원에 이어 10월까지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는데, 한은이 2002년 1월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처음이다. 지난 4개월 동안 116조1000억원이나 빠져나간 셈이다.
반면 10월 정기예금은 56조2000억원 급증했다. 한은이 지난 7월과 10월 빅스텝(기준금리 0.5% 포인트 인상)을 밟으면서 은행 금리가 오르자, 저원가성 예금에서 정기예금으로 돈이 빠르게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 결과 은행 총수신에서 정기예금 비중(41%)이 저원가성 예금(40%)보다 커졌다. 32개월 만의 역전이다.
저원가성예금은 말그대로 ‘원가가 낮은 예금’이다. 은행이 저렴한 비용(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서다. 최근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가 연 4% 중후반대인데 비해 저원가성예금 금리는 연 0.1% 수준이다. 수시입출금식예금을 비롯한 저원가성예금이 많을수록 은행은 조달 비용이 적게 들어 이득이다.
문제는 저원가성 예금 감소 속도가 가파르다는 점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4개월간 시중 5대은행에서만 저원가성 예금이 80조원 가량 빠졌는데,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과 비교해도 속도가 빠르다”며 “이런 추세가 1년간 지속된다면 5대 은행 기준으로 전체 저원가성예금의 3분의 1이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순호 한국금융연구원 은행연구실 실장도 “7월 이후 한은의 정책금리 인상으로 시장금리 상승이 가속화하면서 저원가성예금의 감소세가 뚜렷해졌다”며 “저원가성 예금 이탈 속도나 금액이 무시 못할 수준이란 진단도 나온다”고 말했다.
당장 은행의 수익성 악화에 대한 염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저원가성 예금이 줄어든다는 것은 은행은 가계·기업 대출을 위한 곳간을 채우기 위해 정기예금, 은행채 등에 의존해야 하는데 조달 금리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은행채 발행 금리는 5% 안팎까지 뛰었다.
자금시장 안정을 위해 금융당국의 은행채 발행 자제령이 떨어지자 정기예금 유치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이 금리가 연 5%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 실장은 “은행권에선 1년 만기 정기예금과 은행채 발행의 조달 금리가 비슷해졌는데, 은행채 발행을 줄여야 하다보니 정기예금 밖에 없다”며 “제1·2금융권 은행들간 수신금리 인상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저금리 땐 주식 투자를 위해 입출금이 간편한 저원가성예금이 인기였지만 금리 상승기엔 고금리 예적금 상품 등으로 돈이 빠지는 걸 막을 도리가 없다”며 “은행의 자금 조달 구조에 이례적인 변화가 생겼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저원가성 예금 이탈이 계속 진행될 경우 내년 시중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이 bp(0.01%) 기준 두자릿수 이상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순이자마진은 은행의 수익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현재 국내 은행 NIM은 지난 2분기 기준 1.56%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3분기 4대 시중은행 NIM은 1.61~1.76% 에 달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저원가성 예금 급감한 가운데 시중 금리가 오르면서 조달 비용이 불어나고 있다”며 “이르면 당장 4분기부터 NIM 정체·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은행이 건전성 관리에도 신경써야하는 시점이 됐다고 말한다. 서 리서치센터장은 “은행이 저원가성예금의 자금이탈을 관리하지 못한다면 유동성 리스크로 건전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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