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땅 '빈틈' 생길라.. "두 번 이탈은 없도록"

제주방송 김지훈 2022. 11. 10.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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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항공업계 안전대책 확충 주문.. "국민 불안감 해소 차원"
노령 기체 등 관리, 정비 인프라 특별점검 돌입.. 24일까지
안전 관리 투자, 운영 기준 등 강화.. 재해상황 가정 훈련
전직원 심폐소생술 교육 실시.. "위기상황 목숨 구하기도"


장기간 코로나19에 각종 규제로 막혀있던 하늘길이 열리면서, 여행객이 늘어나나 싶었지만 잇따른 변수들이 가뜩이나 바쁜 업계의 발목을 붙잡습니다.

올초 본격화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두 나라의 주변 항공로는 일찌감치 폐쇄된 상태입니다.

각 나라별 군사 행동 만이 아닙니다.

크고 작은 여객기 사고들도 변수로 작용합니다.

잇따라 발생하는 항공사고 원인으로 '노령화'된 기체가 간접 지목되는데, 국내 항공사들이 보유한 20년 이상 노령 기체가 54대 정도로, 상황은 심각한 수준으로 보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가 보유한 20년 이상 노령 기체가 대한항공 31대, 아시아나 14대, 에어인천 4대, 진에어 3대, 제주항공 2대 순으로 전체 여객기 376대 중 14.3%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해외노선 재개가 속도를 내고 인천·김포는 물론 제주 등 지역마다 국제선 회복을 서두르면서 항공기 가동률이 높아지는 추세라, 기체 안전 관리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더구나 최근 이태원 참사까지 겹치면서 안전사고에 대한 국민 불안감 역시 커지는 것으로 보고, 항공업계에선 더한층 현장 안전대책 고민과 대책 수립을 서두르고 나섰습니다.

■ 기체 변경 등 시급.. 재무·인력 등 한계

현실적으로, 코로나19 대응에 경영 유지도 벅찬 항공사들이 기재 변경이 당장 쉬울 리는 없습니다.

정비 인프라 등 인력 여건도 원활하지는 않아 안전사고에 대한 불안감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습니다.

노령 기체 증가에, 항공기 사고는 지속 늘어 지난달 필리핀에서 활주로를 이탈한 대한항공A330 기종은 올해 기령 24년차인데다, 최근 호주 시드니로 출발했다 회항한 여객기는 2001년 10월 등록된 기령 21년차로 파악되기도 했습니다.

국토부는 항공사들에 특단의 안전점검과 조치를 주문했고 지난 4일부터 24일까지 특별안전점검에 돌입한 상태입니다.


■ 노령 기체 순차 정리.. A330 특별점검·시험비행

대한항공은 우선 보유한 A330 기종 중 노령 기체 6대를 우선 정리하겠다며 선제 대응에 나섰습니다.

나머지 항공기들은 5대씩 나눠 집중적으로 살피고, 외부 전문기관에서 안전관리시스템과 안전운항체계에 대해 객관적으로 점검받기로 했습니다.

기체 현대화 투자도 강화해 내년엔 항공기 부문에 1조4,000억 원, 엔진 640억 원 등 1조5,000여억 원을 투자하고 정비 부문에 4,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현재 영종도에 신규 엔진 공장을 건설 중이고 2025년까지 5,000억 원을 투자합니다. 공장이 완공되면 현재보다 2.5배에 이르는 연간 300대 엔진을 자체 정비할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지난 7일엔 특별 정밀점검을 마친 A330 항공기 시험비행도 실시했습니다.

이날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을 비롯한 유관부서 임원들은, A330 기종의 점검 현장을 함께 살피고 직접 A330 시험비행에 동행했습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지난 1일부터 가용 가능한 정비 인력을 동원해 A330 항공기 24대에 대해 엔진과 전자·전기장비, 기체 중요부위 등에 대한 정밀점검을 진행하고 있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완벽히 점검을 마무리해 안전 우려를 불식시킬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 안전 투자도 강화.. 재해 "100만 분의 1 가능성도 없도록"

항공기 안전만 아니라, 재해 발생에 대한 현장 대응도 고삐를 죄고 있습니다.

제주항공의 경우, 늘어난 항공편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안전 관련 투자와 운영·관리기준 강화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69억 원 규모였던 안전투자비용을 올해 2,274억 원까지 늘려 안전관리 시스템 유지 관리와 교육·훈련 강화, 안전조직 강화 등에 배정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3일 오전엔 김포국제공항에서 한국공항공사 소방구조대와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재해 상황을 가정한 가상훈련을 실시했습니다.

작업 중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는 물론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빠르고,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능력을 갖추기 위한 훈련입니다.

높은 곳에서 작업 중 떨어진 상황을 가정하고 유관 부서별 의사 결정과 현장에서 대응 절차, 후속 조치가 이뤄지는 과정 등을 점검했습니다.

김이배 대표이사는 "사고를 예방하는 것은 수백만 분의 일의 확률이라도 발생 가능성을 줄여가는 확률 관리의 과정"이라며 "모든 구성원은 희박한 가능성일지라도 자신에게도 재해가 닥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고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제주항공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정한 안전과 보건 관리체계 확보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대표이사를 경영책임자로 선임하고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사업장의 유해·위험요인을 발굴해 지속 개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심폐소생술 안전교육 필수".. 실제 위급상황 역량 발휘

항공사 조직원이라면 누구든 기내 응급상황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심폐소생술 교육도 집중 추진되고 있습니다.

진에어의 경우 일반직과 정비직, 운항승무원 등 임직원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CPR)과 자동심장충격기(AED) 사용 교육을 실시합니다.

교육은 지난 9일 진에어 마곡 본사에서 시작해 부서별로 인원을 나누고 연말까지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교육 과정은 심정지 등 응급 상황에서 일반인도 할 수 있는 심폐소생술과 자동심장충격기 사용법을 실습하는 형태로 구성했습니다.

내부 의료인과 CPR 강사 자격증 소지자가 교육을 담당하고, 효과적인 실습을 위해 훈련 인원은 회당 10명 이내로 제한했습니다.

객실승무원은 기내 응급 상황 때 즉각 대처를 위한 심폐소생술 과정이 포함된 안전 교육을 이수해야 비행에 투입 가능합니다.

안전 훈련을 받은 객실승무원이 실제 위급상황에 닥친 시민을 구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9월 18일 진에어 객실승무원 2명이 김포공항 보안검색대 근처에서 쓰러진 50대 남성을 발견하고 즉각 심폐소생술을 실시해 위급 상황에서 구해낸 바 있습니다.

이 같은 사실은 당시 상황을 지켜본 목격자가 진에어 홈페이지에 상황을 전하는 글을 남기며 알려졌습니다.

진에어는 "안전 운항을 위해 기내 응급 상황 대처 훈련을 지속 실시할 방침"이라며 "일반 임직원들이 예기치 않은 위급 상황에서도 대응이 가능하도록 안전 훈련을 꾸준히 시행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 항공사 자발적 시행 대부분.. 제도 마련 필요

노령 기체만 하더라도 별도 운항 금지가 법에 명시된 게 없고, 운항 권고시점이 25년으로 제시됐습니다.

노령 기체를 퇴역하지 않고 25년 이상 운항한다고 벌금이 부과되는 게 아닌 셈입니다.

기령이 높아지고 정비가 잦아지면서, 교체가 필요해도 경제적 수명부터 인력과 정비 문제 등 복합적 요인을 해결하는 것도 항공사 문제로 떠안겨집니다.

이미 상당수 항공사의 경영 여건이 악화된데다 고환율·고유가까지 걸림돌로 작용합니다.

저비용 항공사(LCC)들은 리스로 항공기를 운용하면서 더욱 고환율 기조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연말까지 코로나19 이전의 60% 수준까지 국제선 운항을 회복하겠다며 항공사마다 재운항에 운항편 증대를 서두르지만, 갑작스런 노선 확충과 증편 역시도 기체 운용에는 상당한 무리수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각 사별로 점검과 신규 기재 확보 등을 서두르고 있지만, 실질적인 안전망 확충이나 투자 확대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항공사들의 독자적인 대책에 맡길게 아니라, 보다 구체적으로 사고 방지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도 다양한 방법과 지원책을 제시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주문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 (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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