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세 최연소 하원의원부터 원주민 상원의원까지… 화제된 美 당선자들 [뉴스+]
첫 MZ세대 하원의원 탄생…버몬트 첫 여성 연방의원도
26년만에 한국계 3선 중진…하원 4인방 모두 연임 유력
한인 이민 120년 역사상 처음으로 한인 부지사도 탄생
미국 연방 상·하원 의원과 주지사 등을 선출하는 중간선거가 8일(현지시간) 끝나고 당선자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다. 이 가운데는 선거 결과 못지않게 평범하지 않은 이력으로 화제를 모은 이들이 많다. 출마 당시부터 유권자들의 관심을 모았던 후보자들은 미국 역사상 최초 기록을 세우며 당선돼 언론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9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자신이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힌 후보가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주지사에 당선됐다. 매사추세츠 주지사에 당선된 민주당 마우라 힐리 매사추세츠 주법무장관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매사추세츠에서 임기 승계가 아닌 선거를 통해 당선된 첫 여성 주지사이기도 하다. 직업교육 확대, 보육비용 절감, 학교 현대화, 낙태권 보호 등을 공약으로 내세워 승리했다.
메릴랜드주에서는 첫 흑인 주지사가 탄생했다. 로즈 장학생이자 아프가니스탄 참전 용사 출신으로 뉴욕의 빈민구호단체 로빈후드재단 최고경영자를 지낸 민주당 웨스 무어 후보는 미국 역사상 세 번째 흑인 주지사다. 그는 정치 경력이 전혀 없는데도 당내 경선에서 잘 알려진 정치인들을 누르고 후보가 돼, 선거 전부터 주목받았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그를 지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칸소주에서는 첫 여성 주지사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백악관 대변인을 지낸 공화당 세라 허커비 샌더스 후보가 민주당 크리스 존스 후보를 꺾고 주지사에 당선됐다. 그의 아버지인 마이크 허커비도 지난 1996년 7월부터 2007년 1월까지 아칸소 주지사를 지내 부녀가 같은 주에서 주지사에 당선되는 또 다른 기록도 남기게 됐다.
뉴저지 8번 선거구 연방하원 레이스에서는 상원 외교위원장인 민주당 로버트 메넨데스 상원의원의 아들인 로버트 메넨데스 주니어가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승리했다. 이에 따라 상원 의원 아버지와 하원 의원 아들이 나왔다. 그는 변호사이며 뉴욕과 뉴저지 항만관리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플로리다주 10번 선거구에서는 25세의 민주당 맥스웰 알레한드로 프로스트 후보가 Z세대로는 처음으로 연방하원 의원에 당선됐다. 프로스트는 2018년 플로리다주 파크랜드 고교 총격 생존 학생을 중심으로 조직된 ‘우리 생명을 위한 행진’(March for Our Lives)에서 총기 규제 강화를 위해 활동했다.
버몬트주는 사상 처음으로 여성 연방의원을 배출했다. 버몬트는 진보 정치색채가 강한 지역인데도 그동안 미국 50개 주 가운데 유일하게 연방의회에 여성을 선출하지 않았다. 보수적인 남부의 미시시피조차 2018년에 처음으로 여성 의원을 선택한바 있다. 이번에 연방하원 의원에 당선된 베카 바린트 버몬트 주의회 상원의원은 이 주의 첫 공개 동성애자 의원이라는 기록도 동시에 달성했다.
민주당 캐시 호컬 현 뉴욕 주지사는 뉴욕주에서 선거로 뽑은 첫 여성 주지사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원래 부지사였던 호컬은 앤드루 쿠오모 전 주지사가 성폭력 스캔들로 중도 하차한 뒤 남은 임기를 승계받아 주지사직을 수행해왔다.
펜실베이니아에서는 주의회 하원의원인 서머 리가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되면서 흑인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연방의회에서 펜실베이니아를 대표하게 됐다. 이밖에 연방하원 선거에서는 공화당 애나 폴리나 루나가 멕시코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플로리다주에서 연방의원에 당선됐으며, 과테말라 이민자 부모를 둔 델리아 라미레스는 일리노이주의 첫 라틴계 연방의원이 됐다.
한인 2세 앤디 김(40) 연방하원의원의 승리로 26년 만에 한국계 3선 의원이 탄생하는 등 한국계 의원들의 선전도 눈에 띈다. 또 한국 이름 ‘순자’로 잘 알려진 매릴린 스트리클런드(59) 하원의원이 승리했고, 현재 개표가 진행 중인 영 김(59·한국명 김영옥) 하원의원과 미셸 박 스틸(67·한국명 박은주) 하원의원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계 현역 4명 모두 연임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2년 전 선거에서 한인 사회는 미국 정치의 심장부인 연방의회에 한국계 하원의원 4명을 나란히 보내며 정치력 신장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어 이번 선거를 통해 3선 1명에 재선 3명을 배출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인 정치력을 본격적으로 확장하고 미국 정계에서 ‘코리안 파워’를 굳건히 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 소속인 앤디 김 의원은 뉴저지주 3지구 선거에서 공화당의 밥 힐리 후보를 꺾고 당선을 확정했다. 이로써 김 의원은 1996년 김창준 전 하원의원 이후 한국계로는 처음으로 3선 의원 고지에 올랐다. 김 의원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역임한 안보 전문가로, 의회 입성 후에도 전공을 살려 하원 군사위원회와 외교위원회 등에서 활약했다.
이날 승리로 중진 대열에 들어선 김 의원은 워싱턴 정가에서 목소리를 키우며 한국계 미국 정치인이 가보지 못한 길을 개척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 의원은 당선 소감에서 “2년 더 의회에서 이 지역구를 위해 봉사할 수 있도록 선출된 것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공화당 소속의 영 김, 미셸 스틸 의원은 개표 이후 선두를 유지하며 재선 고지에 성큼 다가섰다. 두 의원 측 선거 캠프는 현 추세대로 리드를 유지한다면 이변이 없는 한 당선을 확정 지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인천 출신인 김 의원은 1975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다. 친한파인 에드 로이스 전 하원의원 보좌관으로 20년 넘게 일하며 정치력을 키웠다. 그는 연방의회 입성 이후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활약하며 한미의원연맹 부활에 앞장섰고, 앞으로도 한미관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캘리포니아주 45지구에서 출사표를 던진 미셸 스틸 의원은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76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고, 1992년 LA 폭동 사태로 한인들의 삶의 터전이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보고 정계 입문을 결심했다. 민주당 텃밭으로 분류되는 캘리포니아에서 공화당 소속으로 출마, 2006년 이후 지난 2020년 연방 하원의원 선거까지 5번을 내리 승리해 한인 사회에서는 선거의 여왕이란 별칭을 얻었다.
한인 후보들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풀뿌리 선출직에도 대거 출마한 가운데 한인 이민 120년 역사상 처음으로 한인 부지사가 탄생했다. 실비아 장 루크 하와이주 민주당 부지사 후보는 이날 20만6479표(67.22%)를 얻어 세아울라투파이 공화당 부지사 후보를 10만707표 차이로 따돌리고 압승했다. 루크 당선인은 이번 선거에서 승리함에 따라 50개주 정부를 통틀어 최고위 선출직에 오른 한인 정치인이라는 타이틀을 획득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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