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가 주식 추가 매각할 수도” 울고 싶은 ‘테슬람’ [왕개미연구소]
[왕개미연구소] #내돈부탁해
“다른 회사(트위터)를 사려고 테슬라 주식을 이렇게나 팔다니 실망스럽습니다.” “요즘 너무 급락해서 멘탈이 흔들립니다. 주식 투자할 때 오너 리스크가 이렇게 큰 건지 정말 몰랐어요.” “왜 지금 손절하나요? 장기 주주라면 이렇게 떨어졌을 때 줍줍해야죠.”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 주가가 전날보다 7.2% 하락해 177.59달러에 마감하자, 한국 투자자들 사이에서 하소연이 터져 나왔다. 주식 커뮤니티는 물론, 주부들이 모인 맘카페와 단톡방에도 고민글이 쏟아졌다. 테슬라는 한국인들이 이달 기준 10억달러(약 14조원) 어치 보유하고 있다. 미국 주식이지만 ‘국민주(株)’급 관심을 받는다. 개인 주주 보유액 기준 삼성전자(36조원)에 이어 2위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 7일 17개월 만에 처음으로 200달러선이 깨진 데 3거래일 연속 52주 최저가를 갈아 치웠다. 올 들어 테슬라 주가는 55.6% 하락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나스닥지수 하락률(35%)을 웃돈다.
테슬라 주가가 단기 급락한 주된 원인은 오너의 주식 매도 때문이다. 외신들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자료를 토대로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 이후 보유 주식을 40억달러(약 5조5000억원) 어치 매각했다고 보도했다.
머스크는 지난달 440억달러(약 60조원)에 트위터 인수를 완료했다. 매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그는 약 190억달러(약 26조원) 규모의 테슬라 주식을 팔아 치웠다. 그는 지난 4월과 8월에도 트위터 인수 자금을 마련하겠다며 주식을 많이 팔았는데, 당시 더 이상 주식은 팔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약속을 지키진 못했다.
머스크의 주식 대량 매도와 관련해, 시장에서는 트위터 경영이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머스크는 지난 4일 “트위터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massive drop in revenue), 하루 400만달러(약 55억원)씩 손해보고 있다”고 트위터에 썼다. 머스크의 트위터 팔로어 수는 1억1000만명이 넘는다.
트위터 매출의 90%는 광고에서 나오는데, 최근 대형 광고주들이 트위터 광고를 잇달아 중단하고 있다.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 스텔란티스 등 자동차 회사들은 자사 마케팅 관련 자료가 경쟁사인 테슬라로 유출될 것을 우려한다. 식품업체인 제너럴밀스 같은 기업은 트위터에 ‘혐오 컨텐츠’가 늘어날 것을 우려해 광고를 일시 중단했다. 머스크는 ‘100%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치외교잡지 디애틀랜틱은 지난 7일 논평에서 “머스크의 개인 성향이 전 세계 여론 형성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평소 ‘제한없는 표현의 자유’를 주장해 온 머스크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무소속 유권자들을 향해 ‘공화당에 투표하라’는 정치 트윗을 올려 논란을 일으켰다.
머스크가 트위터 정상화를 위해 테슬라 경영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기 둔화 우려 속에 자동차 수요가 줄어들고 여전히 공급망 문제는 해결되지 않아 테슬라는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지난 3분기 실적도 기대 이하였다. 하지만 트위터 인수 이후 머스크는 트위터의 신규 서비스 출시와 직원 구조조정, 경영 개선 등에 관심을 쏟고 있다.
추운 겨울을 앞둔 테슬라 주가 하락은 한국인들의 우울 지수를 높이고 있다. 한국인의 테슬라 짝사랑은 블룸버그 등 외신들이 비중 있게 다루는 주제다.
블룸버그는 지난 8월 24일 “한국인 팬들이 테슬라 주식을 150억달러(약 20조원) 넘게 보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8월 기준 한국 개인 투자자들의 테슬라 보유 지분은 1.6%로, 프랑스 운용사 나티시스나 미국 운용사 티로우프라이스그룹보다도 높다. 블룸버그는 “한국은 빈부 격차를 보여준 영화 ‘기생충’과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제작한 나라인데, 이곳에서 젊은이들이 부자 티켓을 기대하며 테슬라 주식을 모으고 있다”면서 “머스크는 한국에서 일종의 종교처럼 숭배하는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테슬람(테슬라를 추종하는 사람들)’의 인내심도 슬슬 바닥나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테슬라 주주 A씨는 “머스크는 지난달 실적발표 당시 (테슬라가) 애플과 아람코 시가총액을 다 합친 것보다 더 거대한 기업이 된다고 말해놓고, 이후 5조 넘게 주식을 팔았다”면서 아쉬워했다.
장효선 삼성증권 글로벌주식팀장은 “머스크 CEO는 세계 최고의 천재이지만 관종 오너다 보니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다”면서 “가뜩이나 자율주행 관련으로 조사를 받고 있으면서 대놓고 공화당 지지 선언까지 해버리니 주주 입장에선 갑갑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 팀장은 “기업의 기초체력(펀더멘털)과 미래 비전이 훼손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트위터는 그만하고 현실 세계로 와서 테슬라 방향성을 잡아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월가에서는 머스크의 주식 매각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트위터는 머스크가 인수한 이후 대량 구조조정 작업이 진행 중인데, 이를 위해 머스크가 테슬라 주식을 더 팔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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