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빼미’ 왕 유해진과 맹인 류준열이 만든 웰메이드 팩션 스릴러

배우 류준열, 안태진 감독, 유해진이 10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영화 ‘올빼미’ 언론시사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역사적 사실과 픽션의 절묘한 결합, 스릴러 영화로서의 장르적 재미, 배우들의 미친 연기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췄다. 영화 ‘올빼미’(감독 안태진, 제작 씨제스엔터테인먼트)가 어두운 비수기 극장가를 환하게 밝힐 준비를 마쳤다.

영화는 조선 인조의 아들 소현세자의 죽음과 관련한 미스터리를 다룬 스릴러 팩션 사극이다. 유해진은 아들의 죽음 이후 광기에 휩싸인 인조 역을 맡았고 류준열은 소현세자의 죽음의 진실을 밝히려 고군분투하는 맹인 침술사 역을 각각 맡아 손에 땀을 쥐는 이야기를 펼쳐간다.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안태진 감독은 “맹인인 주인공이 무언가를 목격한다는 설정”에서부터 작품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많은 역사적 미스터리 중에 소현세자의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를 다룬 이유에 대해 “조선왕조실록에 소현세자가 약물에 중독되어 죽은 것 같다는 문구가 있고 그 문구가 실록에서 가장 많은 의문을 가진 문구인 것이라 생각했다. 그 문구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배우 류준열이 10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영화 ‘올빼미’ 언론시사회에서 유해진의 답변에 웃고 있다.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류준열 “나는 게으른 배우”

류준열은 영화 촬영을 돌이켜보며 “당시 상황이 잘 기억이 안 난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왜냐하면 영화 찍는 내내 영화만 하다보니까 계절이 가는 것도, 개인적인 일이나 순간들도 전혀 기억이 안 난다. 하루하루 영화만 생각했던 것 같다. 오로지 어떻게 찍을 것인가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다보니 어떤 에피소드 같은 게 기억이 안 나더라”고 말했다.

그가 연기한 맹인 침술사는 낮에는 완전히 앞을 볼 수 있는 맹인이지만 밤에는 약하게 앞을 볼 수 있는 ‘주맹증’을 앓고 있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눈길을 끈다. 캐릭터를 소개하며 스스로를 “게으른 배우”라고 표현한 그는 “게으르기 때문에 그동안은 핸디캡을 가지거나 독특한 역할을 지양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작품은 제가 해왔던 캐릭터와 달랐다. 맹인을 연기하는 것에 대한 부담 대신 어떤 긴장감을 관객들에게 줄 수 있는지 집중을 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를 들은 안 감독은 “류준열 배우가 스스로를 게으르다 표현했는데 전혀 아니다”며 고개를 저였다. 이어 그는 “영화 촬영 초반 장염에 걸려서 미음만 먹으면서 고생을 좀 했다. 고생하다가 촬영을 마치고 집에 들어와서 좀 쉬려고 하면 늘 준열 씨에게 전화가 와서 세 시간씩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저는 ‘나 좀 자야하는데’라고 생각하는데, 준열 씨는 늘 영화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이야기 했다”고 덧붙였다.

●유해진 “인간의 욕망에 집중”

그동안 친근하고 유쾌한 캐릭터로 사랑 받아온 유해진은 광기로 인한 불안감에 폭주하는 인조를 연기해 놀라운 연기를 펼친다. “왕이니까 액션을 하는 것도 아니고 육체적인 것은 괜찮았지만 심리적인 것만을 집중하는 것이 저에게는 숙제였던 것 같다”고 입을 연 그는 “연극 할 때 하던 연기를 많이 떠올리며 연기했다”고 말했다. 효과적인 연기를 위해 따로 무언가를 준비 하려 했다기보다 “인물에 젖어있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그런 면에서 연극하던 시절의 연습 방법이 큰 도움이 됐다”고 돌이켰다.

특히 인조의 여러 감정 중 “욕망”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이어 “욕망에 눈이 멀어 버린 사람이라 생각했다. 눈이 멀다 못해 마치 ‘인조인간’이 된 사람 같다”며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유해진은 “극장에서 상영되는 걸 목표로 만든 영화”이니 만큼 “극장 관람”을 강조했다. “이런 스릴러 영화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숨죽여서 보는 게 맛이라고 생각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