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소음·진동 우려에도…'춤 허용 조례' 일사천리 통과
유일하게 전문위원이 '소음' 지적했으나 무시돼
(서울=연합뉴스) 김윤철 기자 = 이태원 참사 피해를 키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서울시 용산구의 '춤 허용 조례'가 사실상 만장일치로 발의돼 이견 없이 '일사천리'로 가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4월 제정된 '객석에서 춤을 추는 행위가 허용되는 일반음식점의 운영에 관한 조례안'은 일반 음식점에서 음향시설을 갖추고 손님이 춤을 출 수 있게 하는 것이 골자다.
이태원 참사를 수사하는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이 조례에 따라 참사 당일 이태원 일대 업소들이 클럽처럼 운영돼 참사 피해를 키운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시끄러운 음악 소리탓에 의사소통이 어려웠던 게 참사 발생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취지다.
올해 3월 16일 열린 용산구의회 복지도시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객석에서 춤을 추는 행위가 허용되는 일반음식점의 운영에 관한 조례안'은 대표 발의자 김정준 의원을 포함한 12명이 공동으로 발의했다.
제8대 용산구의회 의원은 총 13명이다. 1명을 제외하고 모두 발의에 동참한 것이다. 유일하게 불참한 최병산 의원은 당시 지방 출장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양원 전문위원은 "본 조례안은 '식품위생법'에 근거해 손님이 객석 등에서 춤추는 것을 허용하는 일반음식점에 대한 구체적인 지정 기준·변경 신청 기준을 명문화해 구민의 안전에 기여하고자 제출됐다"고 설명한다.
뒤이어 김철식 의원은 "사실 코로나가 시작될 무렵부터 이태원 상인들, 그다음에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에서 이 조례에 대한 요구가 있었다. 늦게나마 이런 조례가 발의돼 반갑다"고 발언한다.
원안에 추가된 유일한 수정 사항은 '객석에 음식을 조리·가열하는 시설을 설치하거나 또는 조리·가열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조항이다. 의원들은 이 문제를 의논하려고 19분간 정회한 뒤 조례안을 가결한다. 정회한 시간을 빼면 가결에 걸린 시간은 14분이다.
조례 제정 이후 예상 가능한 소음 문제를 지적한 사람은 김양원 전문위원뿐이다.
회의록을 보면 김 위원은 "해당 조례가 주거지역에 사실상의 유흥업소를 허용하는 것으로 늦은 시간 소음과 진동 등으로 인한 민원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점은 고려돼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추가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고, 조례안은 발의 엿새 뒤인 3월 22일 본회의에서 아무런 이의 제기 없이 최종 가결된다.
상권 활성화 등을 위한 필요성이 있었다 하더라도 조례 제정으로 생길 수 있는 문제를 사전 점검하는 데는 소홀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조례에는 "영업자는 소음 등으로 인해 주변 주민들의 생활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책임과 의무를 다한다"는 내용이 담겼지만, 명확한 행정처분 규정이 없는 데다 단속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유명무실했다.
용산구의회 관계자는 1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조례 발의 당시 규정을 지키는 건 사람들의 문제고, 조례안 자체는 좋은 취지로 만들어졌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조례 제정 뒤 올해 6월 3일∼10월 25일 이태원 업소 총 24곳이 '춤 허용 업소'로 등록했다. 모두 이태원역 주변에 몰려있으며, 이 중 한 곳은 참사가 벌어진 골목에 있는 가게다.
특수본은 이달 8일 용산구의회 사무국을 압수수색해 조례 발의·심사·제정 과정에 이태원 일대 업소들과 유착관계가 작용했는지 확인하고 있다.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된 박희영 용산구청장도 의혹 선상에 있다. 전체 91%인 22곳은 올 7월 1일 박 구청장 취임 이후 등록 허가를 받았다.
용산구청은 9일 보도자료를 내고 "'춤 허용 업소 지정'은 희망업소가 신청서를 제출하면 담당이 현장을 확인한 후 지정증을 발급하는 귀속행위에 불과하다"면서 "다른 민원 처리와 동일하게 규정에 따라 부서장 전결 사항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만큼 구청장이 관여할 여지가 없다"고 유착 의혹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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