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업계, ATS 준비법인 창립총회 개최…증권거래시장 독점구조 깨지나
한국거래소(KRX)가 70년 가까이 독점하고 있던 국내 증권거래 시장에 금융투자협회의 대체거래소인 ATS(Alternative trading system·다자간매매체결회사)가 본격적으로 문을 두드린다. 내년 중 대체거래시스템을 구축, 금융당국의 인가를 거쳐 늦어도 2024년에는 정식 거래중개 업무를 시작할 계획이다.
10일 금융투자협회를 비롯한 출자기관 34개사는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ATS 업무를 영위하기 위한 '준비법인' 격인 넥스트레이드 주식회사를 설립하는 창립총회를 열었다. 이날 총회에서는 김학수 전 금융결제원 원장이 만장일치로 초대 대표이사로 선입됐다.
이외에 사외이사로는 신보성 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 안희준 성균관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전상훈 전 금융투자교육원장이, 비상임이사로는 나재철 금투협회장, 이만열 미래에셋증권 대표, 황현순 키움증권 대표가 선임됐다.
김학수 초대 대표는 "시장에서 요청하는 다양한 거래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높은 안정성을 갖춘 시스템을 구축하고 유관기관, 증권사 등 시장 관계기관과의 원활한 협조체계를 구축하겠다"며 "인가 후 넥스트레이드가 국내 자본시장의 핵심 인프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2013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도입근거 마련…선진 자본시장 '한걸음'
앞서 협회는 지난 1월 법인 설립에 대한 출자의향서를 접수해 3월 ATS 설립준비위원회를 출범했다.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ATS 도입근거를 마련하며 포문을 연 것은 2013년이지만, 인식 부족과 설립 운영에 대한 규제로 그간 실현되지 못하다가 나재철 금투협회장이 취임과 함께 구체적인 설립 논의를 본격화했다.
금융당국도 지난 7월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선정한 금융규제혁신 4대 분야 9개 주요 과제의 일환인 대체거래소 설립을 현실화하기 위해 속도를 내왔다. ATS 도입을 통해 시장 경쟁과 자율을 촉진, 선진 자본시장의 면모를 갖춘다는 복안이다.
ATS는 정규 증권거래소의 주식 매매 기능을 대체하는 다양한 형태의 거래소를 뜻한다. 정규 거래소와 달리 상장 심사나 시장 감시 등 기능은 없고 주식 매매 체결만 담당한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각각 50여곳, 200여곳의 ATS가 있을 정도로 대체거래소가 활성화돼 있다.
◇시장경쟁 통한 투자업계 활성화…'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될까
ATS는 빠른 속도와 저렴한 보수를 기존 거래소와의 차별점으로 내세울 전망이다. 이 외에도 공매도 완전금지나 정규거래 시간 외 연장거래 등 투자자를 끌어들일 유인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특히 당국이 가상자산시장 제도화에 본격적으로 나선 가운데 ATS에서 증권형 토큰(STO)과 대체불가능토큰(NFT), 암호화폐 수탁과 지갑(월렛)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방안도 여전히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개미'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넓어지는 셈이다. 시장 경쟁을 통해 매매체결 등 서비스가 개선될 수 있고 이는 결과적으로 투자업계 활성화와 시장 효율성 제고로 이어진다. ATS가 국내 대체거래소 시장의 신호탄이 되면서 국내 증시가 고질적으로 앓고 있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일부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앞서 ATS를 도입한 미국의 경우 ATS를 독립된 시장으로 인정해 매매체결 시설 간 경쟁체제가 점차 자리를 잡으면서 매매체결 속도 향상, 호가 스프레드와 거래비용 감소 등 긍정적 효과를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0년말 기준 미국 내 ATS 개수는 60여개 이상으로, 상장주식 거래 점유율도 11.3%에 달한다.
나재철 금투협 회장은 지난 7월 하계간담회에서 기자들에게 "ATS 설립이 증시에 유동성 증대 등 긍정적 효과가 있는 만큼 증시안정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자본시장 인프라 선진화가 필요한 시점이고, 이미 법적인 ATS 설립 근거가 마련돼 있는 상태에서 최근 (어려운) 증시상황이 ATS 설립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ATS 설립 후 현재 한국거래소와 동등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될지는 미지수다. 빠른 거래속도와 저렴한 수수료만으로 승부를 보기엔 이미 거래소의 주식매매 수수료는 0.0027%로 제로베이스 수준이기 때문이다. 결국 시장감시나 공시 등 투명성과 관련된 업무나 청산 결제작업은 한국거래소에서 맡는다는 점도 한계점 중 하나다.
이에 관련,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동일한 규제 하에서의 동등한 경쟁에 대해서는 투자자 편익이 증대되는 방향으로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ATS에만 예외적인 시장규제를 허용하는 것은 투자자 보호 공백 발생 등 문제가 우려된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한편 이날 창립총회에는 금투협, 미래에셋·삼성·신한투자·NH투자·KB·키움·한국투자증권 등 발기인 8개사와 교보·대신·다올·하나·한화투자증권 등 증권사 19개사, 코스콤·한국예탁결제원·한국증권금융 등 유관기관 3사, 네이버파이낸셜·BC카드·카카오페이·티맥스소프트 등 IT기업 4개사 등 출자기관 34사가 모두 참석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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