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 전시 ‘화중서가畵中抒歌 환기의 노래, 그림이 되다’
개관전 쿠사마 야오이의 ‘영원한 여정’ 이후 S2A의 두 번째 전시로 한국 현대 추상미술의 선구자인 김환기의 전시를 열었다. 많은 사람들이 김환기의 대표작을 감상할 수 있도록 무료로 진행된다.
‘도쿄와 서울 시기’는 김환기 영감의 원천이자 그가 칭송했던 달 항아리를 그린 작품 2점 등이 출품된다. 이 시기 김환기는 모더니즘을 기조로한 향토색 발현을 위해 함축과 여운을 남길 수 있는 소재를 연구했다. 특히 그는 ‘달 항아리’ 즉 백자대호에 대해 ‘흙과 유약의 오묘한 조화로 빚어진 백자의 단순한 형태가 현존하는 미적 가치 중 으뜸이며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라 말했다. ‘파리와 서울 시기’, 김환기가 초기 미감을 기반으로 서구 미술을 어떻게 흡수하고자 했는지를 살필 수 있는 ‘영원의 노래’ 등 3점이 출품되었다. 전통에서 영감을 구하는 성향은 더욱 심화되었고 점점 대상과 범위를 넓혀 나갔다.
1963년 이후의 ‘뉴욕 시기’. 이전 시기의 구상 작품들이 전면 점화로 이행해가는 과정에 놓여 있는 색띠 작품과 십자구도, 그리고 김환기 회화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전면 점화 7점이 출품되었다. 김 화백이 그동안 이어오던 사물이나 전통 기물, 자연물 소재의 구상 회화 양식은 추상적 형태로 변화했다. 즉 구체적인 자연물들이 점과 선, 면의 조형 요소로 대치되어 내밀한 서정적 세계를 보여준다. 빨강, 파랑, 검정 톤의 서로 다른 색의 점화, 그리고 일렬과 원형 등 서로 다른 화면 구성의 점화 등을 비교하면서 김환기가 마지막 회화 시기, 전면 점화에서 다양한 실험을 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한국 미술이 서구 미술의 수용과 모방의 시기를 지나 고유의 독창성을 획득하고, 자기화의 단계로 진입하는 과정을 몸소 삶과 예술로 실천한 김환기의 예술혼을 확인할 수 있다.
그의 대표작 ‘우주 Universe 05-IV-71#299’는 김환기 예술세계의 정수를 보여주는 전면 점화이자, 유일하게 두 폭이 합쳐져 한 작품을 이루는 작품이다. 두 폭을 나란히 붙이면 정사각형 형태가 되는데, 이는 작가의 작업 중 가장 큰 사이즈이다. 천체의 움직임을 묘사한 듯한 점들은 유기적으로 모여 원형을 이루며 진동을 일으키는 듯하다. 감상자는 심연의 우주 속으로 흡수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유화 물감과 서예붓을 활용한 독특한 방식은 먹물이 번져 퍼지게 하는 수묵화를 떠올리게 한다. 이는 작품에 깊이감을 선사하고 웅장한 공간감을 만든다. 한국전쟁 당시 부산 피난 시절부터 김환기 화백과 인연을 맺은 주치의이자 절친한 친구였던 김마태 박사가 작품이 그려진 해에 김환기 화백에게 작품을 직접 구매하여 47년간 소장해왔다. 이후 2019년 크리스티 경매사에 작품이 출품되어 무려 132억 원에 낙찰되며 한국 미술사를 새로 쓰게 되었다.
Info 장소 S2A / 기간 ~2022년 11월30일 / 관람료 무료(특정 기간, 특정 공연 일에만 판매되는 가격 있음) / 시간 화~토요일 10:00~18:00 30분 단위로 회차 구분 *일, 월 정기 휴무
글 김은정(프리랜서) 사진 S2A 제공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54호 (22.11.15)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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