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공동창업자 폴앨런 소장 쇠라 걸작 2041억원에 낙찰
60점 낙찰되며 2조원에 판매
고흐 등 작가 경매 기록 경신
폴 앨런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1953~2018년)가 소장했던 명작들의 힘이 불황을 지워버렸다.
지난 9일 밤 열린 크리스티 뉴욕 이브닝 경매에서 빈센트 반 고흐, 폴 세잔, 조르주 쇠라의 걸작들이 극심한 금융시장 불안과 중간선거라는 변수에도 불구하고 기존 경매 기록을 죄다 갈아치우는 데 성공했다. 10일까지 이틀간 열리는 앨런의 자선경매 첫날, 단일 경매로는 최고액인 15억638만6000달러(약 2조640억원)의 낙찰총액을 달성했다.
2018년 사망 당시 세계에서 27번째로 부자였던 앨런의 출품작은 150점으로 총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가치로 추정됐으나 이 금액은 첫날 돌파했다. 주요작이 포함된 첫날은 60점 대부분이 추정가를 뛰어넘으며 낙찰률 100%를 기록했다. 5800만~8700만달러로 추정되는 두 번째 경매는 10일 밤에 이어진다.
작품 공개 열흘 만에 방문객 2만명이 크리스티 뉴욕 전시를 찾았고, 경매는 시작 전부터 분위기가 들썩였다. 메가 딜러 래리 거고지언, 경매 레인메이커 에이미 카펠라초, 컬렉터로 유명한 코미디언 스티브 마틴 등 유명 인사가 경매장에 몰려들었다. 1억달러 이상 낙찰 작품만 5점이 탄생했는데, 사상 초유의 일이다. 2000만달러를 넘긴 것도 15점이었으며, 이날 낙찰 평균 가격은 2500만달러였다. 세잔, 고흐, 폴 고갱, 막스 에른스트, 구스타프 클림트, 쇠라, 재스퍼 존스 등 작가의 경매 기록도 이날 18명이 다시 썼다.
이날 최고가의 주인공은 쇠라의 '모델들, 군상'으로 1억4900만달러(약 2041억원)에 팔렸다. 예술가 스튜디오에 세 명의 나체 여인이 그려진 높이 15.5인치, 폭 20인치의 작은 작품이지만 개인 소장품으로는 손꼽히는 쇠라 작품으로 평가된다. 앨런은 과학 이론에 뿌리를 둔 점묘화의 선구자인 쇠라에게 깊은 애정을 보였다.
가장 높은 추정가에 나온 세잔의 걸작 '생트빅투아르 산'(1888~1890년)은 1억3779만달러(약 1889억원)에 낙찰됐다. 고흐의 '사이프러스가 있는 과수원'(1888년)은 1억1720만달러(약 1607억원)에 팔렸다.
고갱의 '모성애 2(MaterniteⅡ)'는 추정가 9000만달러에 나와 1억573만달러(약 1453억원)에 낙찰됐다. 유명한 클림트 초상화의 주인공인 아델 블로흐 바우어와 남편이 소유했던 클림트의 1903년작 '자작나무 숲'은 1억458만달러(약 1437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앨런이 2006년 4000만달러에 구매한 작품이다. 루치안 프로이트의 '대형 인테리어 W11(와토 이후)'는 8630만달러(약 1185억원)에 팔렸다. 조지아 오키프 'White Rose with Larkspur No.I'은 2672만달러(약 367억원)까지 치솟았다. 이 작품을 산 여성은 다른 4개 작품을 포함해 총 1억3320만달러의 작품을 손에 넣었다.
기욤 세루티 크리스티 회장은 "희귀성, 작품의 품질, 신뢰성, 자선경매 등 모든 요소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졌고, 여전히 걸작을 향한 수요는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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