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인증` 받은 중고차… 내년 설 전에 시동건다
온라인 사이트 구축 막바지 작업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이르면 내년 설 이전에 인증 중고차 판매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경기도 안성과 경상남도 양산에 중고차 보관 거점을 마련했으며, 온라인 사이트 구축 작업도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인증 중고차 시장에 진출한 메르세데스-벤츠의 경우 2020년 월 평균 650여대에서 올해 9~10월 평균 930대로 늘어나는 등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아직까지 완성차 출고대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현대차·기아의 인증중고차 사업에 소비자들이 얼마나 몰릴 지 관심이 쏠린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현재 경남 양산과 경기 안성에 중고차 거점을 마련하고, 온라인 사이트 구축에 나서는 등 사업 개시를 앞두고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4월말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를 열고 현대차·기아가 내년 1~4월 각 500대 내에서 인증중고차 시범 판매를 하고 5월부터는 본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차·기아는 중기벤처부에 해당 사업을 허용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 올해 시장점유율 2.5%를 시작으로, 2023년 3.6%, 2024년 5.1%까지 시장점유율을 자체적으로 제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5년·10㎞ 미만의 중고차를 매입해 상품화 과정을 거친 뒤 소비자에게 판매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우선 온라인 판매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는 가상전시장을 구축하고 인공지능(AI)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이커머스 역량을 높인다는 전략을 제시한 바 있다.
중고차 매입 방법으로는 크게 내차팔기 서비스 등 직접 매입, 헤이딜러와 같은 중고차 플랫폼 활용하는 방안과 함께 신차 구매 고객이 본인의 차를 각 대리점에 되파는 물량을 확보하는 방안 등이 있는데, 현대차·기아의 경우 대리점 물량을 확보하기가 용이하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현대차도 고객이 타던 차량을 매입하고 신차 구매 시 할인을 제공하는 보상판매(트레이드 인)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어서 이런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최근 중고차 수요가 공급보다 더 많은 상황이라 어느 정도 물량을 확보하기까지 일정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상품화 공정은 업체별로 차이가 있지만 통상 3~7일가량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을 거치면 온라인 판매 사이트에 매물을 올리고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다. 이런 일정을 고려하면 소비자들은 현대차·기아의 인증 중고차 매물을 설 연휴(1월21~24일) 이전에는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첫 판매가 이뤄지기까지는 한 달 이상이 걸릴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인기 매물의 경우 등록과 동시에 판매가 이뤄지기도 하지만, 통상적으로는 30여일가량 소요되고 시장에 나온 매물이 많은 차종이나 비인기 차종의 경우 길게는 60여일이 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첫 4월까지는 시범사업 단계인 만큼 현대차·기아가 급하게 판매에 나서기보다 물량 확보와 시스템 안정화 이후 본격적인 사업을 개시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현대차의 경우 기존 양산 출고장을 중고차 전용 센터인 '하이테크 센터'를 전환 중으로 이르면 이달 말 작업이 마무리 될 예정이며, 안성의 경우 최근 부지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기아의 인증 중고차 사업이 윤곽을 보이면서 업계에서도 긴장감이 돌고 있다. 롯데렌탈의 당초 지난달 내수 중고차 매매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었지만 다음달로 지연된 상태다. 롯데렌탈은 내달 예정된 중소기업벤처부의 승인이 나면 곧바로 사업을 개시한다는 방침이다.
현대글로비스의 경우 중고차 브랜드 오토벨에 대해 배우 박해일을 모델로 발탁하고 이달부터 TV 신규 광고를 론칭했다. 케이카와 엔카닷컴은 각각 SK온, LG에너지솔루션과 중고 전기차 배터리의 잔여 수명과 잔존 가치 인증을 위한 협업을 맺는 등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가 중고차 시장 진출에 대해 기존 업체들은 어느정도 영향을 받을지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라면서도 "5년·10만㎞ 한정 물량은 전체 판매 비중이 그리 높지 않다는 점에서 본격 사업이 개시된 후 분위기를 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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