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환 광부 "사고 나흘전 슬러지 투입구 암석 발파작업에 동원돼"

김선형 2022. 11. 1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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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봉화군 광산 매몰 사고로 221시간 만에 생환한 광부가 사고 발생 불과 나흘 전까지 슬러지(광물 찌꺼기·광미) 충진(빈 광도를 채워넣는 것)을 위한 발파 작업에 동원됐다고 10일 밝혔다.

이런 발언은 경찰이 전날부터 관련 압수물 분석을 통해 사고 원인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경북경찰청 봉화 안전사고 전담수사팀은 지난 9일 봉화군 광산 원·하청 업체 2곳에 압수수색을 벌인 데 이어 압수물 분석에 착수해 사고 원인 규명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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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도 내 원활한 광미 충진 위한 암석 제거 작업 동원돼"
사측 언론 브리핑 때 "광미장 운영, 불법 폐기한 적 없다"
매몰 사고 발생했던 경북 봉화 제1 수직갱도 전경 (봉화=연합뉴스) 김선형 기자 = 지난달 26일 매몰 사고가 발생했던 경북 봉화군 광산업체 제1 수직갱도 전경. 박정하(62) 작업반장은 사진 속 좌측 초록색 펜스 바닥에 막아둔 구멍에 광산업체가 슬러지를 폐기했다고 증언했다. 사진은 지난달 30일 촬영한 모습. 2022.11.10 sunhyung@yna.co.kr

(봉화·안동=연합뉴스) 김선형 박세진 기자 = 경북 봉화군 광산 매몰 사고로 221시간 만에 생환한 광부가 사고 발생 불과 나흘 전까지 슬러지(광물 찌꺼기·광미) 충진(빈 광도를 채워넣는 것)을 위한 발파 작업에 동원됐다고 10일 밝혔다.

이런 발언은 경찰이 전날부터 관련 압수물 분석을 통해 사고 원인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사고 당시 작업반장이었던 박정하(62)씨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슬러지를 붓는 제1 수직갱도 바로 앞 노천, 초록색 펜스가 있는 곳에 뚜껑으로 덮인 구멍이 있는데 그 안에 들어가서 암석 발파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덤프트럭이 슬러지를 부어도 암석에 걸려 원활하게 내려가지 못하니까 (회사가) 내게 그 암석을 없애라고 했다"고 밝혔다.

봉화 광산붕괴사고 원인 밝힐 시료 채취 (봉화=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지난 7일 오후 경북 봉화군 광산붕괴사고 현장에서 경찰 과학수사대 및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들이 광산붕괴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이 광산에서 난 붕괴사고로 고립됐던 광부 2명은 지난 4일 구조됐다. 2022.11.7 mtkht@yna.co.kr

박씨는 "암석은 장롱이나 방 문 크기였다. 사다리를 타고 지하 10m 정도까지 내려가서, 오른쪽에 보이는 암석에 천공한 뒤 발파를 했다"며 "아주 잘됐다고 고맙다고 칭찬까지 들었다. 사고 나기 바로 전주인 토요일(10월 22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평소 업체가) 그 노천에 슬러지를 막 퍼부었다"며 "(이곳이) 사고 원인인 슬러지가 터져 나온 수평 갱도(4번톤)와 연결이 되고 거기로 (슬러지가) 넘어간다. (슬러지가) 여기저기 흘러가니까…"라고 설명했다.

박씨는 "암석을 제거한다는 행위 자체가 슬러지를 퍼붓기 위한 것"이라며 "암석 덩어리가 장애물이 되니 덤프트럭으로 슬러지를 갖다 부어도 자꾸 걸리고 쌓여, 원활하게 들어가게 천공까지 하면서 발파를 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분해가 되면서 죽이 된 슬러지가 장마철만 되면 구멍을 타고 갱도에 다 나왔다"라고도 말했다.

그가 말하는 슬러지는 광미로 보인다. 광미는 '광미장'에 매립하는 게 원칙이다.

경찰, 봉화군 광산매몰 사고 업체 압수수색…안전관련 서류 등 확보 (봉화=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경찰이 지난 9일 경북 봉화군 광산 붕괴사고 현장에서 운영업체를 압수수색 했다. 사진은 지난 7일 경찰이 해당 업체 사무실을 찾아 안전관련 서류 등을 찾는 모습. 2022.11.9 mtkht@yna.co.kr

해당 광산업체는 이런 주장에 대한 입장을 묻는 연합뉴스에 "광미와 광미장과 관련된 어떠한 추가적인 답변도 할 수가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그동안 광산업체 대표이사와 부소장은 "광미는 광미장에 합법적으로 처리했으며, 불법 폐기물을 갱도에 매립한 적이 없다"고 취재진에 밝혀왔다.

이 광산업체는 2020∼2021년 동부광산안전사무소가 실시한 '정기 안전 검사'에서 시정 지시와 안전 명령을 17차례 받았다.

2020년 5월에는 '신설 광미 집적장'(광미장)에 쌓아놓은 광미의 양이 한계에 근접해 집중 호우시 범람 등에 따른 광해(鑛害, 광업 활동으로 인해 생기는 피해) 우려가 있으니, 개선 방안을 수립하고 결과를 제출하라는 시정 지시가 내려졌다.

2021년 4월에는 굴 파기(굴진) 작업 중인 제1 수직 갱도의 지하 30m 깊이 수평 갱도(대절갱)에 대해 통기 개선과 갱도 무너짐 등 안전사고에 대비할 수 있도록 추가 갱도 또는 비상 대피로를 개설하라는 안전 명령도 받았다.

산업통상자원부 동부광산안전사무소는 이 업체가 "지적사항을 모두 이행 완료 조치했다"고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정기·수시·민원 등에 의한 안전 검사 결과는 경찰과 합동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다.

경북경찰청 봉화 안전사고 전담수사팀은 지난 9일 봉화군 광산 원·하청 업체 2곳에 압수수색을 벌인 데 이어 압수물 분석에 착수해 사고 원인 규명에 주력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두 광부가 사고 현장에 대해서 가장 많이 아는 사람 중 한 명"이라며 "퇴원하는 대로 불러 참고인 조사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마음 한뜻으로" (안동=연합뉴스) 김선형 기자 = 지난 5일 정오께 경북 안동병원에서 봉화 광산매몰 생환 광부 박정하(62ㆍ오른쪽) 씨가 보조작업자 박씨(56)와 대화를 하고 있다. 2022.11.5 sunhy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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