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인분 밥 나르다 골병” 학교조리원 40% 8개월내 퇴사

신심범 기자 2022. 11. 1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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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래구 한 초등학교에서 일하는 1년 차 조리원 A(여·48) 씨는 일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골병'을 얻어 퇴사를 고민한다.

게다가 A 씨가 일하는 학교엔 따로 식당이 없어 배식 차를 끌고 교실까지 밥을 날라야 한다.

A 씨는 "이럴 바에 큰 식당에서 일하는 게 낫겠다며 퇴사하는 동료가 많다. 조리원 한 명이 담당하는 학생 수를 줄여 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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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교육청 216명중 88명 사직
고된 일로 근골격 질환 시달려
급여 적은데 병원비까지 깨져
노조 "절대부족 인력 충원해야"

부산 동래구 한 초등학교에서 일하는 1년 차 조리원 A(여·48) 씨는 일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골병’을 얻어 퇴사를 고민한다. 전업주부였던 그는 자녀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면서 조리원이 됐다. 학교는 방학이 있으니 양육과 생계를 함께 챙길 수 있겠다고 여겼다. 그런데 일의 강도가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매일 오전 7시부터 시작되는 점심 식사 준비는 그야말로 전쟁이었다.

부산 한 고등학교의 점심 식사 모습. 사진은 기사와는 무관함. 국제신문 DB


학생 800명을 먹일 음식을 준비하려면 엄청난 크기의 밥솥과 태산 같은 식재료들과 씨름해야 했다. 게다가 A 씨가 일하는 학교엔 따로 식당이 없어 배식 차를 끌고 교실까지 밥을 날라야 한다. 점심시간 이후 30분의 휴식 끝에는 밥 먹인 학생 수 만큼의 설거지가 기다린다. 오후 3시30분 퇴근 시간에 맞춰 귀가한 날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이 같은 고강도 노동으로 A 씨는 지난 9월 손가락이 펴지지 않는 ‘방아쇠 수지 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오랜 시간 물체를 손에 쥘 때 생기는 손가락 병을 얻은 A 씨가 한 달에 받는 돈은 189만 원 전후다. A 씨는 “이럴 바에 큰 식당에서 일하는 게 낫겠다며 퇴사하는 동료가 많다. 조리원 한 명이 담당하는 학생 수를 줄여 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10일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3월 임용된 부산 교육공무직 조리원은 모두 216명이다. 이들 중 일을 그만둔 조리원은 88명이다. 신규 직원의 40.7%가 8개월 안에 퇴사한 셈이다. 애초 시교육청은 정년퇴직 등으로 발생한 결원분 270명을 채용할 계획이었으나 50명 이상 미달했다. 내년에는 311명을 임용해 각 학교에 배치할 예정이지만, 현재로서는 대규모 인원 미달이 확정적이다.

부산에서 일하는 조리원은 모두 2228명이다. 여기에 기간제 171명을 포함하면, 2399명이 급식실에서 학생들의 식사를 준비한다. 부산의 조리종사자 배치 기준을 보면 각 학교에서 근무하는 조리원은 최소 1명(급식 인원 120명 미만)에서 최대 11명(급식 인원 180~200명)이다. 직영 급식이 이뤄지는 부산지역 공립 초·중·고교 486곳을 직장으로 둔 이들은 한 사람당 학생 120명~140명의 식사를 책임진다. 경남은 100명 수준이다.

조리원의 높은 퇴사율은 열악한 노동 환경과 처우 탓이다. 낮은 급여를 받아 가며 고된 노동을 하는 데다 근·골격계 질환 등 직업병에 시달리다 보니 오히려 병원비가 더 깨진다. 조리원은 학교가 직장이라 방학 때는 일을 쉰다는 특성상 대부분 육아하는 중년 여성이 맡고 있다. 수백 명이 먹을 식사를 만드는 데 필요한 대형 조리 도구를 다뤄야 하고, 식당이 없는 학교(633곳 중 133곳·21%)는 교실까지 음식을 가져다 줘야 하는 등 체력 부담이 크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부산지부 권우상 조직국장은 “부산은 전국에서도 대구 다음으로 조리원 한 명당 학생 수가 많다. 급식 업무는 하루의 일을 다음 날로 미룰 수 없기 때문에 연차 사용도 크게 제한된다”며 인력 충원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업무 강도가 세 퇴사율이 높은 게 사실인 만큼 해결책 마련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며 “노조와 인력 충원을 놓고 계속해서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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