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 ‘현명한 선택’ 발언이 불러온 관치 금융 논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 금융위원회가 지난 9일 중징계 결정을 내렸습니다. 문책 경고라는 것인데 3년간 금융회사 취업이 제한됩니다. 2020년 터진 라임펀드 1조7000억원대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된 것입니다. 우리은행은 라임펀드를 주요 은행 중 가장 많은 3577억원 정도 판매했습니다. 손 회장은 당시 우리은행장을 겸하고 있었습니다. 금융권의 관심은 손 회장이 징계 결정을 취소해 달라고 법원에 소송이나 가처분을 청구할지에 쏠리고 있죠.
10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급격한 시장 변동에 대해 금융 당국과 (금융)기관이 긴밀하게 협조해야 하는 시점임을 고려할 때 당사자께서도 더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했습니다. 사실상 손 회장에게 ‘소송을 내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진 셈입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현명한 판단을 하라는 이유로 현재 시장 상황을 굳이 언급했다”라며 “만약 소송을 진행해 징계 집행 정지를 걸어 놓고 연임이 된다면, 우리금융 쪽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강한 암시를 던진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라고 했습니다.
손 회장에 대한 중징계는 1년 7개월을 미뤄오던 것인데 갑자기 속도를 냈습니다. 내년 3월까지인 두 번째 임기 후 3연임을 염두에 둔 손 회장을 밀어내기 위한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관치 금융’이 고개를 들고 있다는 거죠.
이 원장은 손사래를 칩니다. “정치적 외압은 없었다. 그리고 제가 다른 건 몰라도 정치적이든 이해 관계자 외압이든 그런 것들에 맞서고 대응하는 것을 20년간 전문성을 갖고 해왔던 분야”라고 했죠. 이 말 지켜지기를 바랍니다.
이날 금융위원회는 유재훈 전 예탁결제원 사장을 예금보험공사 사장으로 임명 제청했습니다. 행정고시 26회로 9년 전인 2013년 금융위를 떠난 ‘올드보이’의 귀환입니다. 전임 사장은 35회였습니다. 금융권 곳곳에서 수근대고 있습니다. 올해 말부터 내년 초까지 금융권은 금융지주 회장, 은행장 임기 만료가 줄줄이 이어집니다. “관치가 아니다”라고 해도 시장이 다 알아볼 테니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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