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 "손태승 회장 중징계, 외압 없었다"
흥국생명 콜옵션 "물밑에서 정리되는 게 많아"
"불필요한 부동산 규제 무조건 철폐해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금융위원회가 의결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대상으로 한 중징계에 대해 "어떠한 외압도 없었다"고 10일 말했다. 이번 금융위의 결정이 사실상 정치권의 압박에 의해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금융권의 관측에 선을 그은 것이다.
다만 이는 후임에 특정 인물을 염두에 둔 '정치권 외압'은 아니라는 정도로 해석된다. 전날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번 징계안 상정을 두고 국회에서 "너무 지체됐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원장은 징계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우리은행의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사태가 "본점 차원에서 고의로 벌어진 소비자 보호에 대한 심각한 실패였다"고 강조했다.▷관련기사: 우리금융 손태승 연임 '흔들'…외풍 불었나(11월9일)
이 원장은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금융지주·은행·증권·보험사 글로벌사업 담당 임원들과의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손 회장 징계에 대한 금융위 의결에 "외압은 있지 않다"며 "혹여 향후 어떤 외압이 있더라도 그 외압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이해관계의 외압에 맞서는 것은 (검사로) 20년간 전문성을 가지고 해왔던 분야"라면서 "금융회사의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거버넌스와 자율성, 시장 원리에 대한 존중이 있기 때문에 어떤 움직임이 있다면 무조건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9일 금융위원회는 우리은행의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관련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발견된 위법 사항에 대해 업무 일부 정지 3월, 퇴직 임원(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문책 경고 상당 등의 조치를 의결했다. 이 의결에 대해 우리금융 노조는 중징계가 정치적 외압 때문이라며 '손 회장의 연임이 불가하게 한 후 낙하산 인사를 꽂기 위한 행위'라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오히려 이 원장은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우리금융과 손 회장의 책임을 강조했다. 이 원장은 "일각에선 일선 창구에서 벌어진 불완전판매를 (은행) 본부에서 어떻게 알 수 있냐고 지적하는데, 이 사건은 본점에서 구체적인 문제 인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의로 벌어진 굉장히 심각한 소비자 권익 손상 사건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날 안건 소위에서도 이 건을 가벼운 사건이라고 생각하거나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위원들은 단 한 분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손 회장의 징계 취소 소송 제기 가능성에 대해선 "과거 소송 시절과는 달리 지금 같은 경우 급격한 시장 변동에 대해 금융당국과 금융기관들이 긴밀하게 협조해야 한다"며 "이를 고려할 때 당사자(손 회장)도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흥국생명 콜옵션 결정 번복과 관련해 금융당국의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에 대한 항변도 있었다. 그는 "시장 참여자들의 의사결정 불확실성, 시장 변동성이 높은 것 등을 고려해 오래전부터 여러 경우를 두고 다양한 준비를 해왔다"며 "물 위로 보여지는 것보다 더 큰 숫자와 포션(부분)들이 물밑에 정리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흥국생명 대주주의 자본확충을 애초에 추진했어야 했다는 지적에는 "지나치게 적극적으로 의사를 구한다든가 내지는 어떤 유도를 했다면 또 그에 대해 다른 의미의 비판이 있었을 수도 있다"며 "흥국생명과 관련된 시장 반응은 대주주나 흥국생명 측에서도 뼈저리게 받아들이고 있는 만큼 (금감원과) 함께 호흡을 맞춰 정리했다"고 밝혔다.
정부의 시장안정 조치 이후에도 기업어음(CP) 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의견에는 "금융위, 금감원, 한국은행 등이 일별 또는 주 단위로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시장 지원 조치와 관련해 어디에 먼저 집중할지는 계속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가계부채가 아직 과도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이날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뜻도 밝혔다. 이날 오전 정부는 서울과 경기 4곳(과천·성남·광명·하남) 등을 제외한 전국 부동산 규제지역을 전면 해제한다고 밝혔다. 무주택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50%로 단일화하고 주택담보대출 15억원 초과 허용 시점을 내년 초로 앞당겼다.
그는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을 볼 때, 그리고 또 대원칙으로서 과거 몇 년간 지나친 부동산 관련 금융시장 규제 중 원칙에 맞지 않는 부분이 꽤 있다"며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부동산 관련 금융 규제들은 무조건 철폐하는 게 방향성으로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유진아 (gnyu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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