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성장 물 건너가"…정부, 내년 성장률 전망 1%대로 낮추나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대에 머물 것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전망이 나왔다. 정부도 사실상 내년 경기둔화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내려 잡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있던 2009년 이후 13년 동안 우리나라의 성장률이 2%에 못 미친 것은 코로나19(COVID-19) 사태 첫 해인 2020년 뿐이었다.
KDI(한국개발연구원)는 10일 발표한 '2022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3%에서 1.8%로 하향 조정했다.
최근 주요 민간 경제연구소, 증권사들이 잇달아 내년 한국 성장률을 1%대로 제시했는데 국책연구기관인 KDI도 이 대열에 합류한 셈이다. 내년 한국 성장률을 1%대로 전망한 곳은 △대신증권 1.6% △하나금융경영연구소 1.8% △신한투자증권 1.0% △한국경제연구원 1.9% △한국금융연구원 1.7% 등이다.
이들 기관이 내년 한국의 1%대 성장을 전망하는 주된 근거로는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출 악화가 꼽힌다.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액은 524억8000만달러(약 75조원)로 전년동기대비 5.7% 줄며 2020년 10월 이후 2년 만에 처음 감소세를 기록했다.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무역수지는 67억달러 적자로 지난 4월부터 7개월째 적자가 계속됐다.
반도체 경기 둔화, 대외 불확실성 증가 등의 영향으로 설비투자도 흔들리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월대비 설비투자는 지난 7월 3.2% 감소한 후 8월 10.7% 증가로 전환했다가 9월에 다시 2.4% 감소로 돌아섰다. KDI는 전년대비 설비투자(연간)가 올해 -3.7%를 기록하고 내년에도 0.7%의 낮은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는 코로나19의 점진적 극복으로 비교적 양호한 모습이지만 계속되는 고물가, 이태원 참사 등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전망이 어둡다. 정부가 재정건전성 악화를 이유로 내년 예산을 올해 총지출(본예산 및 1·2차 추가경정예산 포함)보다 6% 줄인 639조원으로 편성해 정부 지출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에도 한계가 있다.
정부도 내년 경기둔화를 예상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매달 '경제동향'(그린북)을 발표하는데 지난 6월 올들어 처음 '경기둔화 우려'를 언급한 후 10월까지 5개월째 비슷한 진단을 내렸다. 기재부는 지난 9일 발표한 '10월 고용동향 분석' 자료에선 "경기둔화가 고용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우리 경제와 관련 "올해보다도 내년이 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복수의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의 내년 공식 성장률 전망치가 1%대에 머물 가능성이 있음을 내비쳤다. 정부는 지난 6월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내년 성장률을 2.5%로 제시했는데 다음 달 발표하는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이를 0.6%포인트 이상 대폭 내려 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는 정책 의지 등을 반영한 '목표' 성격이 크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다른 기관보다 높게 설정된다. 그러나 추경호 부총리가 지난 5월 취임 후 첫 간부회의에서 "정확하고 냉철한 분석은 고품질 정책 마련의 첫 단계"라고 말하는 등 '정확한 현황 파악'을 강조해온 만큼 무리하게 성장률을 제시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관가 안팎에서 나온다. 기재부는 추가로 공개되는 주요 경제지표, 오는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내년 성장률 전망 등을 종합 고려해 내년 전망치를 제시할 계획이다.
2000년대 들어 한국의 연간 성장률이 2%선 아래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있었던 2009년(0.8%),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됐던 2020년(-0.7%) 등 두 번뿐이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지난 9일 '2022년 하반기 경제전망' 사전브리핑에서 "과거에는 우리 성장률이 3~4% 정도였기 때문에 내년 1%대는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평가해야 한다"면서도 "우리나라 성장 추세 자체가 2% 내외이기 때문에 1%대 후반이 나온다고 아주 큰 위기라고 해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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